교계/교회

강단서 무심코 던진 말에 장애인 가슴엔 피멍이

한기총 인권위, 인권침해 예방과 용어순화 운동 실시키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 불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말씀을 거역하면 문둥이(한센인 지칭) 처럼 저주를 받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되겠습니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시다. 우리는 귀먹어리가 아닙니다."

설교 강단에서 목회자들이 성도들의 회개를 촉구하며 내뱉는 말들이다. 목회자들의 이 같이 무심코 던진 말이 장애인들, 특히 한센인들의 가슴에 망치질을 하며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목회자들의 걸러지지 않은 말들은 장애를 얻은 이들은 물론이고,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이들에게 마저도 모멸감을 느끼게 하여 그들의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다. 한번도 힘겨운데, 두번, 세번 이 같은 설교를 들은 장애인들은 교회를 등지고,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목회자들이 별 생각 없이 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장애인 선교에 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기총 인권위원회 주최로 인권침해 용어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진한 기자

이 같은 우려에서 한센인과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로 한기총 인권위원회(위원장 김양원 목사, 이하 인권위)가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경의 용어 순화 운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위는 "종교인들에게 인권침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종교의 특수성에 의해 수면에 부각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어 버리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져 왔다"면서 "인권침해는 당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며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연령, 인종, 성, 장애 등 특수한 여건에 의해 다수의 집단과 분리되어 차별 또는 소외되기 쉬운 소수 집단이므로 구조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받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그 당사자인 한센인과 장애인들이 그 대표적 피해자들이며 특히 한센인들은 한빛복지협회를 통해 한센병 인용 금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인권침해 문제는 기독교내에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장애인 인권침해와 관련해 인권위는 "설교나 매스컴에 출연해 인권침해적 용어를 여과 없이 사용해 당사자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입히고 인권 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들도 많아 이러한 인권침해 용어에 대한 각성과 용어의 순화 및 설교 주제 선택의 신중성을 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또 "기독교 내의 인권의식은 과거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권의식 및 인지부족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인권감수성을 일깨워 더 이상 인권문제로 인해 양 당사자 간에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용어 순화 운동과 인권침해 예방 운동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밖에 한빛복지협의회와 함께 ‘설교시 한센병 인용 자제’ ‘장애인 인권침해 용어의 사용금지’ 등을 골자로 한 회견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한빛복지협의회 김영호 이사가 제안한 ‘문둥병’과 ‘나병’을 한센병으로 고쳐달라는 것의 수용에 있어서는 약간의 논란이 예상된다.

상당수 주석 성경에서는 ‘나병’ ‘문둥병’ 등을 피부상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피부병이란 주석을 달아 이 병을 단지 한센병이 아닌 좀 더 폭넓은 의미를 가진 병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한센병으로 단순화하면 단어가 내포한 함축적 의미가 훼손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이 발표한 회견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설교시 한센병 인용’ 자제 요청

△ 전국 한센인 및 가족들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임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 설교 시에 ‘문둥이, 문둥병, 나병, 나환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한센병을 인용한 설교를 자제하되, 부득이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한센병, 한센인’으로 바꾸어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한다.

△ 한센병은 하나님께 저주받은 자에게 내려지는 천형도 아니며, 전염성이 극히 미약한 피부병으로 현대의학으로 단기간 내에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한센병을 부정하고 저주받은 병이라고 단정한 주석과 해석을 수정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 성경의 문둥병, 나병이란 표현을 한센병으로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한센병의 인식 전환을 위해 신학대학교 교재에 용어를 수정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

2. 장애인 인권침해 용어 사용 금지 촉구

△ 설교 중 욕설이나 비속어, 비하 용어 사용 자제
    
소경, 봉사, 귀먹어리, 벙어리, 앉은뱅이, 문둥이, 귀먹은 자, 어눌한 자, 중풍병자, 절뚝발이, 절름발이, 손이 오그라든 사람, 신체가 꼬부라진 사람, 불구자, 병신, 곱사, 난쟁이, 바보, 멍청이, 반신불수, 풍 맞은 자, 싸이코, 돈 사람, 미친 사람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 장애우 단어 사용금지
    
장애우는 장애인의 또 다른 표현으로, 고통받는 장애인들을 벗으로 대우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긴 하지만,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이기 보다 사랑을 받는 대상이라는 의미가 강해 ‘장애우에게 사랑을!’ ‘장애우돕기’라는 말은 성립될 수 있지만, ‘저 장애우입니다’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윗 사람에게는 사용하기 거북한 단어이기 때문에 바른 용어라고 할 수 없어 되도록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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