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계간지 『말씀과 교회』 가을호의 목회연구위원회 특집 편을 기장신학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역동적인 교회 목회 현장을 생명, 꿈, 말씀, 지역사회 등등 다양한 테마로 엮어 낸 이 글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목회 사례로 제시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예비군 중대장
장정모 목사는 육군 소령으로 재직하던 1983년에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신대학 신학과에 편입한다. 그러나 군인 신분으로 학업에 전념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제대하고 공부하려고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제대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가 군복을 벗자, 때마침 대학생 예비군제도가 생겨났고, 황성규 교수가 예비군 대장을 임시로 맡게 되었는데, 막 예편한 그에게 예비군 대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여 총대를 메는 심정으로 국방부에서 인정한 임명장을 받고 정식으로 예비군 대장이 되었다. 그가 예비군 중대장을 할 때, 지금은 고인이 된 목포 죽동교회 김현삼 목사가 소대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약산 중앙교회도 그의 소개로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군인 신분으로 신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을까? 그의 어머니가 그가 어릴 때부터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목포 중앙교회 장로이셨다. 그러나 그는 목사가 되지 않으려고 직업군인을 택했는데, 결국 군대에서 예수를 제대로 만났다고 한다. 그는 예비군 중대장을 그만두고 처음 서울에서 개척을 시작했는데, 힘이 들어서 고향 목포에 내려와 목회하다가, 자녀들이 서울에 살아 다시 서울로 옮기려고 했을 때, 김목사가 약산 중앙교회를 소개하여 부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슬비 전도대
약산(藥山), 일제 강점기 때는 조약도(助藥島)라고 불렸는데, 해방되고 약산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약산에는 흑염소들이 뛰놀고, 삼지구엽초, 어성초, 골담초, 오가피 등등 각종 좋은 약재들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약산이라 불렸을 것이다. 참으로 특이한 것은, 육지에서 기르는 염소를 약산에 갖다 풀어놓으면, 폐사하고 만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되듯이, 염소들이 아무 풀이나 뜯어먹다가 독한 약기운에 죽게 되는 것이다.
약산 중앙교회에 부임한 그는 우선 이슬비 전도대를 조직하여 전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다른 교회와 다른 점은 이슬비 전도대를 4개의 팀으로 조직한 것이다. 이슬비 편지 전도대, 이슬비 재정 전도대, 이슬비 기도 전도대, 이슬비 생활 전도대. 편지 전도대나 기도 전도대는 말 그대로 예뿐 엽서에 좋은 말씀을 써서 이웃에게 편지를 보내고, 기도하는 일을 한다. 이슬비 재정 전도대는 한 달에 한구좌당 1500원씩 헌금하여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는 일을 하고, 약 9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슬비 생활 전도대는 지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원봉사도 하고, 노인들을 찾아가 돌보아주고, 목포 교도소에 가서 잔치를 벌여주는 등의 봉사를 한다. 이 생활 전도대는 또 약산 면민 전체 주민을 1년에 한번 초청하여 선물도 주고, 음식도 제공하는 일을 한다. 교회가 ‘약산 주민 초청의 날’이란 프랭카드를 걸어놓으면, 약산 사람들은 저 날이 교회가는 날이라고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완도군 종교인연합회
그는 약산 중앙교회에 부임해서 좀 색다른 모임을 만들었다. 완도에 있는 각 사찰, 원불교당, 성당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설득해 만든 종교인 모임이었다. 그는 이 모임을 통해서 지역의 현황을 함께 논의하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왔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이 모임을 발전시켜 지역 여성단체협의회, 청년연합회 등을 아우르는 완주군 민주개혁 국민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역의 다른 목사들 가운데는 그의 사회적 활동을 비판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그는 이러한 일을 “나의 구원을 땅 끝까지”(사 49:6) 이르게 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오늘 새롭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와 교류한 승려들 가운데는 기독교방송을 청취하고, 약산 중앙교회에 출석하여 설교도 듣고, 예배도 함께 드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가 종교인 연합회를 생각한 것은 요즘 많은 논란거리가 되는 소위 ‘종교다원주의적’ 관심사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단순히 주님께서 막힌 담을 헐고 모두를 하나 되게 하신 일을 생각하면서 지역에 있는 여러 종교인들이 지역을 위해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찾았는데,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호응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교회들 사이에 있는 담보다 오히려 종교들 사이에 있는 담이 쉽게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약산면 교회연합회
그는 약산 중앙교회가 지역사회에서 하는 중요한 일들 가운데 하나가 완도 약산면 교회연합활동이라고 했다. 이 연합회에는 9개의 교회가 교파를 초월하여 참여하고 있다. 사실 그는 이런 활동에 적임자인지 모른다. 그가 한신에서 신학을 하고 기장에서 목회하고는 있지만, 젊은 시절에 그는 예장 합동 측과 감리교회에서 집사를 했고, 대전 지방에서는 침례교 전도사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일종의 교구제 비슷한 것을 실행하고 있는데, 그는 이 교구제가 작은 교회들의 생존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고 했다. 예컨대, 약산 중앙교회가 지역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오고 싶어 하는 교인들이 많이 있지만, 지역을 구분하여 다른 지역에 있는 교인들은 약산 중앙교회에 오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언젠가 이웃의 해동교회가 둘로 갈라져, 일부 교인들이 약산 중앙을 찾아왔을 때도, 그는 그들에게 그들 교회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그 교회 목사에게는 전화하여 교인들을 설득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목사는 자기는 설득할 만큼 했다며 그 교인들을 받아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즘 도시 지역에서는 큰 교회가 문어발식으로 교세를 확장하는 바람에 작은 교회들이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는 큰 교회가 교회 행사 때마다 교회 차를 여러 대 동원하여 온 동네 사람들을 다 데려가는 바람에 연합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웃 고금면의 연합회를 예로 들면서 약산의 교회연합회는 그 같은 작은 일을 통해서 목사들 상호간에 신뢰가 차츰 쌓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약산의 교회들은 부활절행사, 부흥회, 체육대회, 장학사업 등을 함께 추진하고, 흥미로운 것은 장례식도 전체 교회가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어느 교회에 초상이 나든 간에, 전체 교회의 목사들과 성도들이 다 가서 장례의 모든 절차에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약산은 도시와 달리 교인이 죽으면 목사와 장로가 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례가 생기면 염하랴 장례식 설교 준비하랴 목사는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례식에 다른 교회 목사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다른 교회 목사들이 장례식 설교며 기도며 순서를 담당하기 때문에 담임목사는 염하여 입관을 시키고 장례식 사회와 축도만 하면 되었다.
성도들은 합심하여 상여차를 만들고, 빨간 십자가가 새겨진 하얀 천을 두른 운구차를 뒤따른다. 목사들은 맨 앞에서 장례행렬을 인도한다. 벌써 20년째 장례식을 이렇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례모습을 보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부러워한다고 한다.
바리새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반대
그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적 가치를 나눔, 더불어 사는 정신이라고 했다. 그가 종교인모임, 그리고 교회연합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바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바리새주의’, 개인주의를 배격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후배들이 서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그는 이것이 바리새주의를 배격하며 출발한 우리 교단의 정신과 어긋나는 것으로 본다. 그는 때로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바른 소리 할 수 있고, 또 인기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네 가지 지표
그는 약산중앙교회의 4가지 지표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모범을 본받아 서로를 긍휼이 여기며 섬김으로써 안식처가 되게 하자. 둘째,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본받아 각자의 삶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를 배격하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사람을 양성하자. 셋째, 그리스도의 봉사의 모범을 본받아 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자. 넷째,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적 공동체가 되자. 장정모 목사와 약산중앙교회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