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배 교수(숭실대, 기독교윤리)가 진보 기독교의 사회참여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이 교수는 새 논문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국 기독교, 정치적 보수주의가 동일시되고 있어 기독교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진보 기독교가 설득력 있는 사회참여로 기독교의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보 기독교도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진보 기독교의 4가지 큰 흐름-노동자·빈민운동,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시민운동-은 보다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사회로 이끈 공로가 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기독교 운동들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혁배 교수 |
◆정치적 민주화->경제적 민주화 추구
이와 함께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경제’에 포커스가 가 있는 것이 특징. 먼저 그는 ‘경제적 민주화 추구’를 과제로 밝혔다. “60년대부터 87년까지 기독교 사회운동은 주로 정치적 민주화 실현에 진력했다. 하지만 이후 기독교 사회운동은 일반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계층간 불평등구조가 급격히 심화됐다”며 경제 문제가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시장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나, 한국 사회는 (민주화운동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현된 이후 시장의 불평등구조를 제어할 사회경제적 제도가 구축되지 못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진보 기독교가 “시민사회와 연대여 경제적 민주화의 구현을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는 ‘지속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정책에 관한 정부의 각종 정보를 제한 없이 제공받으면서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상시적 통로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적 사회경제모델의 구상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대안적 사회경제모델 구상’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정부와 보수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해온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델 창안자가 돼야 한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진보 기독교가 대안적 사회경제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로 “시장경제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꼽았다. “실제로 진보 기독교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시장경제 자체를 악마적인 경제체제로 간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장경제체제는 현 인류에게 남은 유일한 경제체제”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 속에서 대안을 모색할 필요를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에도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이 중 한국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모델로 “자유경쟁을 강조하되 경쟁에서 떨어져나간 사회경제적 약자를 사회적 안전망으로 감싸안는”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와 “사회적 시장경제에서보다 국가가 분배문제에 더 강력하게 개입하는” 스웨덴식 민주주의적 시장경제를 꼽았다. “물론 우리는 독일이나 스웨덴에 비해 좌파정부경험, 노조조직률, 인구규모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경제모델을 기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미국식 시장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그는 ▲북한경제위기의 시스템적 해결책 모색 ▲기독교 시민운동의 급진화 ▲대안교회 설립을 진보 기독교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진보 진영도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진보적 기독교 진영을 향한 과제 설정을 사회경제적 측면에 집중시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