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제 9차 한·일 NCC URM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NCCK 제공 |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제 9차 한·일 NCC URM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동아시아의 화해와 공생, 새로운 연대-한일강제병합 100년’을 주제로 양국 교회 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저질렀던 식민지 범죄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평화와 공생을 위해 일본 헌법 9조 개정을 반대하고,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이룰 수 있도록 한·일 교회가 세계 교회와 연대해 평화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밖에 한‧일 교회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노동자, 농촌, 농업 문제에 대해 교회가 중요한 선교과제로 인식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해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것임도 시사했다.
정책협의회에서는 특히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조성윤 교수(제주대학교)의 특강, 일제의 식민지 현실 속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일 관계는 어떻게 가야하는 지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교류의 활성화와 대화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제주 4.3 연구를 위해 현장 조사와 자료집을 만든 사람으로서 역사적 사건의 진실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상, 보상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역사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남겨 놓고 후대에 알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우리나라 해군이 2005년 ‘대양(大洋)해군’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중국을 겨냥하게 되었는데, 만약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면 ‘한국 군대와 제주도민 관계’와 ‘민주사회의 군대 모델’을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둘째날 성서연구는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가 마태복음 18장 21~35절 말씀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일만 달란트 받은 자에 대한 자의식 가운데 하나님의 속죄에 감사하고, 이에 힘입어 그리스도의 형제 자매애를 발휘해 자본주의 착취로 고통받는 이들의 죄(짐)을 함께 지고 나갈 수 있음을 알려줬다.
이어 히다 유이치(고베 학생청년센터) 관장과 이해학 목사(강제 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일시민연대 상임대표)가 공동주제 발제를 각각 진행했다.
히다 유이치(飛田 雄一) 관장은 제 1회 한‧일 NCC-URM 협의회, 한구병합 100년,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 재일한국∙ 조선인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며 "동아시아의 화해와 공생, 새로운 연대를 위해 식민지배자가 먼저 그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사실을 피해자와 진실로 공유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일 NCC-URM의 교류는 그동안 민중 교류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자인하면서, 교류의 심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자고 말했다. 이어 이해학 목사는 1870년 시작된 제국주의와 그후 진행된 세계전쟁, 미국의 패권주의-‘영원한 전쟁’, 제국주의 전쟁과 한반도 등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일제식민지의 전쟁은 "조선인을 천황의 명령에 따라 죽을 수 있는 복종하는 도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식민지 지배 당시 일본은 1930년대 말부터 1945년 8월까지 약 750만 명의 조선인을 군인, 군속, 노동자로 국내외에 강제동원했다.
일제 식민 지배에 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던 영국과 미국에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극동군사재판은 일본 식민 지배 책임에 대해서는 추궁도 하지 않고 불문에 부침으로 식민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식민주의 극복을 위한 한일시민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식민주의 청산과 평화실현을 위한 韓日 시민공동선언”을 소개해 주었다.
한편, 셋째 날 공동주제와 분과 발제 등 그룹토의를 근거로 한 전체토의가 진행됐으며 앞에 논의된 내용들을 근거로 해 9차 한일 NCC-URM 공동성명서를 채택했고, 차기 10차 한일 NCC-URM협의회는 2012년 일본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참석자들은 제주 4.3 평화공원과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인 강정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