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학회(회장 김광식)가 ‘민중신학’을 추계 학술대회 주제로 다뤘다. <한국 민중신학의 새로운 모색>이란 타이틀로 15일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씨알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박재순 목사가 민중신학과 씨알사상의 접목을 시도했다. 민중신학이 위기에 있다고 진단하고, 그 위기의 해법을 ‘씨알사상’에서 찾았다.
“민중신학, 힘을 잃었다”
현 씨알사상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박재순 목사는 논문 <민중신학의 반성과 새로운 모색>에서 “왜 민중신학이 힘을 잃었는가”부터 물었다. “7~80년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서구에서 기대를 모았던 민중신학이 오늘날 한국 민중신학자들 사이에서 활력을 잃었을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로 “변화된 사회 상황과 민중 상황”을 들었다.
▲한국문화신학회 추계 학술대회 '한국 민중신학의 새로운 모색' ⓒ이지수 기자 |
또 다른 주목할만한 이유로는 “생명신학적·영성적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을 들었다. 민중신학 태동기에는 정치·사회·경제문제의 해결이 민중에게 절박했다. 그러나 오늘에는 생태와 영성의 위기가 절박해짐에 따라, “생명과 영에 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한 민중신학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는 분석이었다.
민중신학 시들해진 원인, “뿌리를 제대로 안 살폈기 때문”
이러한 민중신학의 ‘약점’을 씨알사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박재순은 밝혔다. 유영모와 함께 씨알사상을 주창한 함석헌이 잡지 <씨알의 소리> 등을 통해 “민중에 대한 심오한 ‘영성적’ 통찰을 쏟아냈다”며 “민중신학의 사상적 배경에는 함석헌의 민중사상과 씨알사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씨알사상의 계보에서 파악되는 안창호, 이승훈, 함석헌의 민중교육운동”도 민중을 일깨워 주체로 세우려 했다는 점에서 “민중신학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민중신학자들은 이들의 민중교육운동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그 대신 “동학운동과 3.1운동, 4.19혁명에서 민중신학의 역사적 뿌리를 보았다”며, 그 결과 “민중신학은 자신의 역사적 맥락과 뿌리를 잃고 시들해졌다”고 분석했다.
“민중신학에서 씨알사상에로”
박재순은 이에 민중신학이 그 ‘뿌리’로서 씨알사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시대는 “생명철학적이고 영성적인 민중 이해”를 요한다며, 씨알사상에 담긴 “영성적 깊이”에 민중신학이 관심할 것을 요청했다.
또 씨알사상은 “민중의 주체적 책임을 고양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며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의 ‘나’를 심화하고 단련, 그리하여 자기를 넘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게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오클로스와 ‘비참의 현상학’>을 발표, 민중신학의 과제를 함께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