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계간지 『말씀과 교회』 가을호의 목회연구위원회 특집 편을 기장신학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역동적인 교회 목회 현장을 생명, 꿈, 말씀, 지역사회 등등 다양한 테마로 엮어 낸 이 글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목회 사례로 제시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생명교회 창립
생명교회는 2000년 5월에 창립하고, 다음해 6월 설립공인예배를 드렸다. 김승환 목사는 거의 맨몸으로 개척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히 교인은 몇 사람 없었고, 예배장소는 원주YMCA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다. 그는 개척당시를 회고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던 시절이었고 말한다. 그러나 역시 전용예배처가 없으니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하나님께 당신만 믿고 시작했으니, 이제 저희에게 생명교회라는 이름에 맞는 공간을 주시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그런 땅을 얻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의 아내도 같은 기도를 했다고 한다. 당시 소꿉마당이라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교사로 활동하던 그의 아내는 거기서 생명교육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그 비슷한 것을 교회에서 하고 싶어 하나님께, 아이들이 마음껏 마당에서 뛰어놀고 흙을 만지며 꽃을 키우면서 자랄 수 있는 집을 주시라고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했다.
생명동산을 찾아가는 생명교회
그는 원주에 오기 전에 서울에서 ‘기독청년의료인회’라는 단체에서 성서연구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단체에 속한 자들은 모두 과거에 기독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던 자들인데, 1987년 6월 항쟁이후 의료인의 입장에서 이 땅의 생명지킴이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연히 ‘생명’을 이해하는 관점도 좀 남달랐다. 그가 원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있을 때, 매주 서울과 원주를 오가면서 그들과 함께 ‘생명동산을 찾아가는 성서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명교회’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한다.
생명살리기 운동
그는 요즘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 생명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자족과 절제를 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되기를 원하고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고 편리하게 살면 무조건 다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지 않은가? 대부분의 성인병과 소아비만, 아토피, 체력저하 등은 너무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추구한 결과로 생겨난 부작용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불편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다. 아이들을 그냥 마당에서 놀게 한다. 그러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기들이 알아서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놀며,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서로 상의하고, 때론 자기네끼리 정치도 하면서 아주 야무지고 창의적이고 감성지수 높은 아이들로 자란다는 것이다. 처음엔 미심쩍어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생활한지 채 한 달이 안 되어서 눈에 띄게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인생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족하며, 믿음 안에서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성심껏 사는 것이야 말로 생명 살리기 운동의 기본자세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선하신 하나님께서 창조하고 섭리하시는 넉넉한 생명의 세계이다. 따라서 어떤 부분이 좀 불편하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살다 보면, 이것저것 누릴 수 있는 은총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답답하면 걷고, 힘들 때는 호흡을 깊이하면서 견디다보면,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도와주시는 은혜를 누릴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삶의 자세야 말로 예수께서 가르치신 생활방식이라고 본다.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들에 핀 꽃을 보라.”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마음이 바빠 하늘을 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 들꽃을 바라볼 겨를이 있겠는가. 그런데 궁하니까 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궁해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데, 그렇게 살다 보니 기도도 간절히 한 것 같고, 그 기도를 하나님께서 적절한 때가 되자 들어주셨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는 말씀을 생명목회의 모토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생명운동이 꼭 무슨 생태 환경운동 같은 운동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들에 대하여 주님을 대하듯이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그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생명운동이다. 그는 또 지역의 유기농 먹거리를 지역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기 위해 ‘원주생협’이나 ‘한 살림’ 등의 단체와 협력하고 있고,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이사장일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지역 어린이들의 건강관리를 의료생협과 협력하여 책임지는 곳이다.
한울 어린이집과 반곡 한울 어린이집
생명교회는 두 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처음 개설한 단계동의 ‘한울 어린이집’은 원아가 26명이고, 반곡동의 ‘한울 어린이집’은 원아가 48명이다.
처음 한울 어린이집을 시작할 때는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로 재정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겹쳐 생명교회와 어린이집 모두 존폐의 기로에 처해 있을 때, 극적으로 새 어린이집을 시작하게 되었다. 원주에서 제법 규모가 큰 반곡아이파크 아파트 복지관에 설치되어 있는 보육시설의 운영권을 입찰 받게 된 것이다. 입찰과 개원에 필요한 자금은 때마침 추가로 받게 된 민주보상금과 몇몇 지인들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조달했다. 그는 이 일로 진심으로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하나님께서 그 일에 꼭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는 것을 또 다시 체험했다고 한다. 이름을 반곡한울어린이집이라고 지었는데, 한울어린이집과 같은 철학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새생명교회
생명교회는 지난 정기노회에서 ‘새길교회’가 합병되면서, 합병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새생명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새길교회’는 개척한지 1년 6개월 만에 목사가 다른 곳으로 임지를 옮기게 되면서 교회형편이 어려워져 교회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고, ‘생명교회’는 그때까지 한울 어린이집의 비좁은 식당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형편이어서 사실상 전용예배처소가 없었다. 그런데 두 교회가 합병되면서 ‘새길교회’의 예배처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건물에 하자가 있어서 전세계약을 해지하고 그냥 기존의 ‘생명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땅을 매입하여 예배당을 건축하려고 건축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김목사는 교회명을 ‘새생명교회’로 바꾼 데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뜻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생명교회’라는 명칭에 크게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합병과정에서 ‘생명’ 명칭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합병을 반납하고 싶은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깨달음이 왔다는 것이다. 생명의 본질은 스스로 살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을 희생하는 차원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죽어야 사는 진리를 체험하는 것도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데 있어서 소중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한 가지는 생명에 대한 성령론적 차원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이 중요하고, 자연적 생명이 중요하며, 우리 인생과 역사의 본질로서의 생명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완전한 것이 아니다. 위로부터 임하시는 하나님의 성령의 은혜가 아니라면 쉽게 메마르고 지치고 곤고하고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이다. 생명의 원천이요 주인이신 예수를 만나야 사는 생명이다. 예수께서 부어주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새로워져야 하는 생명이다. “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고 도전받은 에베소교회는 자신의 곤고함을 인정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듣는 중에 성령을 받고 권능 가운데 역동적으로 뻗어나가는 교회가 되었다. 그 같이 그는 교회 합병을 통해서 새롭게 “이제 너희도 내 도전에 정직하게 응답함으로 성령의 권능을 받고 내가 준비한 축복을 누릴 뿐 아니라 어서 속히 본격적으로 생명살림의 역사를 위하여 뻗어나가라”는 주님의 재촉하심을 깨닫고 교회이름을 ‘새 생명교회’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개척 목회하는 동료 목회자들에게
그는 무엇보다도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목회의 길에 무슨 특별한 왕도가 있다면, 그는 예수가 왕이시니, 사나 죽으나 예수의 말씀을 따라 성심껏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이렇게 다른 묘책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아야 바른 실천이 나온다는 것이다. 겸손히 순종하고, 엉뚱한 기웃거림을 멈추고, 끈기 있게 바라고, 믿고, 참고,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우리가 가는 길이 의외로 재미있고 보람 있고 행복한 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행복을 은은하게 맛보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 그것이 예수의 제자인 우리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삶이라는 것이다. 김승환 목사와 새생명 교회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