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 "南北, 평화체제로 이양하는 현실적 대안 모색한다면…"
이규영 교수 "교계 활발한 교류 통해 통일신학 마련해야"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김진한 기자 |
2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0 기독교 한반도 통일 포럼이 열렸다. 월간 신앙세계가 지령 500호를 기념해 연 이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는 "통일 국가를 말하는 우리는 아직도 전시 체제에 머물고 있다"며 "남북이 국제 사회가 담보하는 효율성 있는 평화체제로 이양하는 현실적 대안을 먼저 모색할 수 있다면 그것은 통일의 길목으로 향하는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모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들어 한반도 상에서 전쟁과 도발의 잠재적 위험을 없애자는 진보 기독교의 통일 운동에도 일부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는 이어 "독일 통일의 역사적 교훈에서 우리는 더 배워야 한다"며 베를린의 벽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독 교회들의 끊임없는 동독 교회와 백성들에 대한 중보와 지원, 사랑의 실천이 넘치면서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벽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에 있어 장애가 되고 있는 핵무기 실험과 천암한 사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목사는 "핵무기 실험과 천안함 사태는 지금 남북의 거리를 멀게 하는 큰 장애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은 여전히 주님의 명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사랑의 힘이 핵의 힘보다 더 큰 것을 믿는 사람들이다"라며 "이런 사랑의 몸짓이 계속될 때 마침내 분단의 벽은 무너지고 '우리의 소원,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실질적인 통일 논의가 이어진 가운데 서강대 이규영 교수의 '한반도의 통일과 기독교'란 주제 발제가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기독교 내에서 독일 통일과 한국 통일을 비교하며 기독교 역할을 모색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통일 환경이 다른 남북 기독교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작업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교수는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남북 기독교의 조직과 역할을 규명하려 했다.
이 교수는 먼저 1949년 분단이후 1969년 동독의 새헌법제정까지 동·서독 교회의 조직과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살펴봤다. 그에 따르면, 서독 독일개신교협의회(EKD)는 매년 약 300∼400억원 상당의 물질적 후원을 하되, 금전적 지원보다 필요한 자재를 제공했다. ‘특별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으며 일방성·과시성·일회성이 아니었다.
동독교회 역시 자기정체성을 ‘사회주의속의 교회’로 규정했다. 당시 동독교회가 처한 상황 속에서 존재하려는 교회 그리고 평화와 보다 인간적 사회주의의 형성을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현실사회주의정권에 비판적 인사들이 교회를 피난처로 삼을 수 있었고, 1989년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로부터 시작된 월요기도회가 구동독 정권을 붕괴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 교수는 "통일 과정에서 동독교회는 피난처, 대언자, 예언자, 중보기도자 그리고 시대의 양심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독교 한반도 통일포럼이 열렸다.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 ⓒ김진한 기자 |
이어 한반도 북한 교회의 상황을 검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북한 교회는 해방당시 활발히 성장했으나, 공산정권 수립과 한국전쟁으로 급속히 몰락했다.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교회의 존재를 인정했던 동독의 경우와 달리, 북한은 주체사상이 확리되기까지 기독교에 대한 조직적 억압과 탄압을 자행했다. 이 교수는 "현재 북한교회는 공인교회와 비공인교회로 존재한다"며 "약 1만 2천명의 공인교회 신자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추측될 따름인 비공인교회 신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그러나 지하교회 신앙인들이 한반도 통일 이후 통합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중요한 계층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남한 교회와 북한 교회와의 교류 관계도 살폈다. 이 교수는 "남한 교계의 북한 교회와 관계 또는 선교는 1970년 남북대화 이후부터 전개되었다"고 했으나 진보·보수의 입장이 에큐메니컬·에반젤리컬로 나뉘어 "90년대 이후 대북지원, 북한 선교,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하나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진보측은 직접적 북한 선교 보다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했고, 보수 측은 통일운동 방식보다 북한 복음화에 보다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대북한 선교는 세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즉, △조선그리스도연맹을 대상으로 한 공식접촉 △지하교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선교활동 △NGO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선교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통일을 준비하는 기독교의 역할을 모색했다. 그는 먼저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북한의 복음화에 대한 관심 소홀로 이어진다"며 "통일비전의 약화는 가까이 다가오는 통일과 통합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민족의 통일에 대한 남한 교회의 공감대 형성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교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통일신학을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일방법론에 대한 논의에 앞서 성경말씀에 근거한 민족의 화해와 남북통일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신학, 선교학 그리고 일반 (사회과학)학문 간 대화 및 학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소통될 수 있는 통일신학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과 관련된 제반 이슈에 대한 신학적 입장 마련해 강단에서 끊임없이 선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다시 말해서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북한 기독교인들의 수난, 지하교회의 실상과 활동 등에 대한 사실이 끊임없이 전달되어야 향후 통일이후 북한주민의 복음화를 위한 기초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통일 이후 교회의 내적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타자와 함께하는 교회’를 꾸준히 지향할 것을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일방적 입장에서 통합을 주도하는 경우 북한 주민들을 항상 받는 자로 만들고, 상대방을 항상 의존적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따라서 '타자와 함께 하는 교회'는 상대방을 적절한 경로와 방식을 통해 주체적이고 홀로 설 수 있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발제를 마쳤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윤영관 교수(서울대 외교학과, 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진욱 박사(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 김충남 박사(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동용승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등이 각각 △국제정치 변화와 한반도 통일 △통일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념적 차원에서 본 통일 △경제적 측면에서 본 통일 등을 주제로 논문 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