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꿈을 먹고 사는 교회

태백선린교회 원기준 목사 편

본지는 계간지 『말씀과 교회』 가을호의 목회연구위원회 특집 편을 기장신학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역동적인 교회 목회 현장을 생명, 꿈, 말씀, 지역사회 등등 다양한 테마로 엮어 낸 이 글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목회 사례로 제시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총회기념교회

 

태백선린교회는 1984년 총회 사회선교위원회가 탄광지역의 노동자들과 주민들을 위한 사회선교의 전진기지로 기념교회를 세우기로 발의하고, 당해 총회에서 결의하여 다음해 1월에 설립한 총회기념교회이다. 사실 그 당시는 태백, 정선, 삼척, 영월까지 기장교회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말이 총회기념교회이지, 초대 담임목사 신성식 목사는 교회설립자금 2,000만원 외에 다른 특별한 선교적 뒷받침이나 조직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더군다나 기장총회가 공식 결의하고 교회가 설립된다고 해서 이곳 담당 공안기관이 무척 긴장을 했다고 한다. 건물을 못 구하게 하는 등 빨갱이 교회가 들어와 산업선교를 한다고, 갖은 방해공작을 펼쳤다. 어떻게 가정집을 비밀리에 사서 마당에 천막교회를 세웠는데, 무허가 건물이라고 시청에서 와서 철거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기준 목사는 당시 통합측 교회 전도사겸 복지기관 간사로 노동상담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프락치 사건에 연루되어 보안대에 끌려가 간첩이란 누명을 받고 고문을 당하게 되었을 때, 통합측 목사는 그가 진짜 간첩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발을 뺏는데, 신성식 목사가 나서서 그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측 교회에서는 제명되고, 선린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1월에는, 교회 전도사로 임명을 받았다. 그는 통합측 소속 전도사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총신대 대학원을 나온 합동측 교인이었다. 원래 그의 신념은 합동측에 남아서 합동측을 변화시키려는 것이었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기장소속이 된 것이다. 

 

그는 87년 봄노회에 강원노회 노회원들 앞에서 소개받고 인사를 했다. 그때 강원노회 목사님들이 크게 환영해 주었다고 한다. 실은, 86년 11월에 보안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나오자마자 기장목사님들 앞에서 군부독재의 잔학상을 증언했었는데, 그때 목사님들이 무척 감동을 받고, 무조건 기장으로 오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기장소속 전도사가 되어 목사님들 앞에 서니, 반가우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989년도에 탄광 문을 닫는 일을 반대하다가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다. 그때 신목사는 불구속 입건되고, 원목사 때문에 교회 강대상까지 압수수색당하고, 책을 빼앗기는 등 어려운 일을 겪게 되었다. 교인들도 감시를 당하고, 함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마운 것은 91년 2월에 석방되었을 때, 위탁교육과정에 등록을 해놓아서 3월부터 위탁교육을 받고, 그해 4월에 결혼하고, 93년도에 시험에 합격하여 봄노회에서 기장 목사안수를 받게 된 것이라고 한다.

태백광산지역연구소

그는 92년부터 단독으로 태백선린교회 목회를 했다. 그러나 그가 전도사일 때, 학생 20명이 넘고, 성인 20명쯤 되던 교인들이 거의 모두 흩어지고 없었다. 그가 구속되어 있는 동안 탄광이 문을 닫아 사람들이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 탄광노동운동에 관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택한 일은 교회부설로 만든 광산지역연구소였다. 그가 80년대 투쟁한 경험을 토대로 얻은 결론은 교회가 노동,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해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노회 목사님들의 도움으로 노회에서 3년간 연 500만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총회적으로는 회보에 기사를 내기도 했지만,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교회가 복지기관을 하면 이해가 되는데, 무슨 연구소를 하냐는 것이다.

그는 연구소를 운영하며 어떻게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할까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은 폐광 이후에 어떻게 개발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해외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94년에 특별법 제정운동을 제안한다. 이것이 대규모 시위로 나타나고, 마침내 소요사태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정부가 특별법 제정 촉구투쟁을 받아들이고, 그가 주도하여 특별법제정주민연대라는 것을 조직하고, 1년간 정부하고 법조항 만들어내 95년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강원랜드 카지노 사업

법안을 제안하고 만들고 통과시키는 과정에 갑작스레 카지노 문제가 생겨났다. 그가 법을 제안하고, 주민들이 투쟁할 때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는데,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이 지역이 오지고 낙후된 곳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콜로라도가 93년도에 광산지역을 개발하면서 주민투표를 통해 카지노를 개설한 것을 모델로 삼아 그렇게 제안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국인 카지노가 없으니까, 카지노를 개설하면 관광객이 오고, 그러면 이 지역이 활성화되어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최선도 차선도 아니지만 최하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카지노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작용이 생기면 나중에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카지노 문제를 수용했다고 한다. 지역교회 목사님들은 많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반대는 하지 않기로 정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해 카지노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97년도에 개발계획이 세워져 총 84개 사업계획이 진행되려고 할 때, IMF가 터졌다. 계획된 84개 사업이 하나도 추진되지 못했다. 민자유치 같은 것은 전부 부도가 나고, 유일하게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고 출자한 강원랜드 카지노만이 그 상황에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은 그가 끝까지 카지노를 민간업자가 갖게 되면 공익사업이 아니고 철저히 이권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강원랜드가 2000년도에 개장을 하게 되었다. 작은 카지노가 문을 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정원의 7-8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본래 계획했던 큰 카지노가 문을 열고 카지노 외에, 스키장, 골프장까지 있는 종합리조트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개장 초기에 어떤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는 몇 달 안돼서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역 유지들이 다 망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나서서 주민들의 사인을 받아 우리가 스스로 원하니까 출입을 제한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강원랜드는 내부운영규정으로 지역주민 출입을 제한하게 되었고, 한 달에 한번만 주민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주민의 날을 제정했다고 한다.

도박중독센터

 

강원랜드에 고용된 지역주민은 약 4,000명에 달한다. 강원랜드측과 지역주민 고용쿼터제를 체결해 70%의 직원을 지역주민 가운데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로써 많은 주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원래 강원랜드 개설 목적에 맞지 않는다. 초기 강원랜드 설립목적은 강원랜드를 매개로 하여 지역의 관광사업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는데, 단순히 지역경제가 강원랜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도박중독문제였다. 그는 강원랜드가 문을 열 때, 사장과 단판을 짓고 도박중독센터를 개설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원랜드 측에서 강하게 반대했다. 병주고 약주고 하면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병만 주고 약도 안주면 더 나쁜 것 아니냐, 약을 안 줄거면 병도 주지 말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더니, 사장이 목사님 말씀 들으니까 이해가 된다고 하면서 세계 최초로 카지노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도박중독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목사 같지 않은 목사가 되자

그는 2002년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민운동을 전개하려고 철암지역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도서관이나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다가서고자 한 것이다. 그가 92년부터 조성했던 기금이 2002년에 2억 정도가 적립되어 있었기에, 건물을 사고, 수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교회 이름을 내세우지 않으니까, 지역 목회자들도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교회목회는 소질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늘 목사 같지 않은 목사가 되자고 다짐한다고 했다. 감사한 것은, 사모가 특수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그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행할 때, 덕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태백선린교회 건물이 두 동이 있다. 하나는 예배하고 생활하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300평 정도 되는 건물인데,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물이기에, 최소한 외형이라도 그대로 보존해서, 그 안에 지역역사박물관, 생활사박물관 등을 만들고, 회의실, 숙박시설을 겸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태백지역에 2개의 탄광이 운영중이며,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라고 했다. 철암지역에는 약 200명의 광부와 그들 가족과 다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약 3,00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탄광이 문을 닫게 되면, 마을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마을을 통째로 박물관을 만드는 운동을 생각했었다고 한다. 마을을 7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리로 조성하고, 거리에서 골동품, 고물 등을 파는 5일장을 여는 것이다. 옛날 영화도 틀어주고, 옛날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리에서 사진도 찍고, 막걸리도 사먹고, 구멍가계에서 풀빵도 사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 노인들이 2,30만원 갖고 산다고 했을 때, 거기에 10만원이라도 더 벌 수 있다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계획을 정부에 제안하여, 정부가 계획도 세우고 예산까지 배정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또 시에서는 도로를 개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에게 남은 한 가지 소망은 남은 사람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공부방, 도서관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이 다 아이들의 부모님도 되고, 선생님이 되게 하고, 마을 전체를 통째로 살아 있는 박물관, 지역사박물관, 생활사 박물관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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