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온양관광호텔에서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제39차 정기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한국 그리스도인의 인간성 성찰’이었으며 각 학회별로 ‘인간성’을 중심으로 한 강연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강연하는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한국기독교학회 제공 |
특히 첫날 대회의 주제 강연에는 박종삼 박사(월드비전 회장)와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가 초청돼 각각 ‘그리스도인의 인간성 회복’‘한국 그리스도인 인간품성의 기질과 행태에 대한 신학적 성찰’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종삼 박사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며 그 배경으로 "한국교회와 신학계에서 하나님과인간의 수직관계는 강조하면서 인간과 인간의 수평관계는 전자에 비해 소홀히 한 결과"라고 주장해 주목을 모았다.
그는 "이것은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복음전파에 온 정력을 기울였고, 그 전파된 복음의 실천으로써 그리스도인과 가난한 이웃의 인간성을 연구하는 일은 그리 중요히 여기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인간성을 상실한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 공동체 내부의 전통과 법률, 교회의 예배의식과 참여 등 지나치게 자기들만의 과제에 치우쳐 지역사회 내에서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의 아픔에 동참할 수 없었다"며 "성경에 기록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성을 상실한 삶을 살아간 좋은 예"라고 했다. 오늘날 ‘이웃의 현장’을 기피하고, 예배의식과 전통에 치우친 일부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향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 박종삼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에 나타난 진리를 터득한 자로써 신학적 통로를 통한 높은 자리에서 가난한 이웃을 판단하거나 정죄하고 자기 자신이 윤리적, 도덕적 차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과 태도를 가진 인간성은 선교에 방해가 될 뿐이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의 입장에서 서서 우위를 점하고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교만한 인간성을 노출시키는 것 보다는 가난한 이웃의 생명을 존중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인간성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맺었다.
▲강연하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한국기독교학회 제공 |
한편, 김경재 박사는 한국 그리스도인의 인간성을 말하기에 앞서 지리·환경·문화적 특성에 기인한 한국민족성을 탐구해 그 인간성의 뿌리를 찾으려 했다. 함석헌, 조지훈, 유동식의 견해를 바탕으로 한국민족성을 탐구한 김 박사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에 주목했다. 김 박사는 이들로부터 한민족의 민족성이 ‘격정성’과 ‘평화·조화성’을 지닌 반면, ‘심각성’이 결여돼 있다는 공통된 견해를 이끌어 냈다.
김 박사는 이어 성서적 종교의 ‘성령체험’이 한민족의 민족성과 어떻게 결합해 어떤 행태로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도들의 성령체험은 뜨겁고 격렬한 프뉴마적 열기의 내면의식 가열성이 전면으로 부각됨으로 인해 성령의 임재를 '거룩한 불의 현존'으로서만 강조된다"며 "‘미세한 소리·이슬비·미풍’등 성령임재의 다양한 이미지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말았다"고 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성령강림의 ‘불현존체험 양태’의 종교체험은 한민족의 민족성이 지닌 격정성과 결합되어 평화성이나 조화성이나 명상성을 잃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퇴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 ‘종교체험’에 있어 우리 민족성이 지닌 ‘격정성’과 ‘평화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의 ‘성령운동’의 종교체험적 성격에서 경외감과 황홀감의 절묘한 조화, 로고스적 빛과 프뉴마적 힘의 절묘한 조화, 지성의 밝아짐과 감성의 뜨거움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조화가 깨질 때, 한국 기독교의 예배형태는 지나친 감상주의 부흥회로 치닫고 심리적 차원에서의 과잉흥분과 광신적 신앙양태로까지 변질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서의 구속사 역시 우리 민족성으로 인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성경을 ‘구속사적 안목’에서만 강조함으로써 성경이 지닌 다양성이 안보이게 되었다"며 "‘역사’만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구원경륜과 영광의 광채를 보지 못하도록 약화시킨 과오를 개신교는 범했다고 반성한다"고 했다.
또 "한국 기독교인들은 성서무오설에 가까운 성서문자영감설에 그 신앙의 기초를 두고있기 때문에 성서적 신관이 '인격적 초월신관'에 경도되고 있으며 성육신 신앙의 원리는 역사적 예수 그리스도인에게만 적용되는 배타적 계시론에 유폐되어 있다"며 "그 결과 ‘땅에서도 이뤄지이다’라고 기도하는 주기도문의 신국이해는 ‘이곳과 저곳’ 혹은 ‘하늘과 땅’으로 이원화되어 자연·초자연의 이원론적 도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한국 개신교인들은 △역동적 적극성과 배타적 보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감성적 격정성’을 드러내며 ‘비지성적 독단’을 보인다고 했으며 또 △몰정치적 초월성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정치이념적 예속성을 나타내고, △‘십자가의 대속주의’를 기본신조로 고백하지만 현실적으론 ‘십자군의 지상주의’를 추구하며 ‘열려진 세계적 보편주의’를 주장하면서도 현실적으론 ‘닫혀진 국소주의’에 갇혀있다 고 김 교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