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예수가 ‘장애인’ 신분으로 교회를 찾는다면…

한·일 교회 “교회 장애인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 비유는 그리스도인이 헐벗고, 주리고, 목마른 약자들에게 책임있는 이웃이 될 것을 권한다. 오늘날 교회는 그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만약 예수가 ‘장애인’의 신분으로 교회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장애인’ 예수는 교회 문턱부터 시작해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기까지 환대가 아닌 냉대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26일 부산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10 한일 NCC 장애인 교류 세미나의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세미나에서는 ‘사회 내 장애 현황과 문제’와 더불어 ‘교회가 장애인차별로부터 자유로운가’를 주제로 한 발제가 이어졌다. 특히 후자에 있어 한·일 교회는 공교롭게도 "여전히 교회란 곳이 장애인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공통의 의견을 내 주목을 모았다.

일본기독교단 니카무라 유스케는 "어느 시대, 어떤 나라에도 차별을 좋은 일로서 추천하거나 인정하거나 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관용을 가장 강하게 가르치는 교회 안에서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이 어려운 현실을 목격한다"고 말했다. 유스케는 교회의 장애인은 차별의 벽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어렵게 신앙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장애가 있는 유스케는 이어 "현실의 저는 교회의 실무적인 일은 일절하지 못하고 그 의미에서는 교회의 짐이며 교회 운영의 효율적 기능의 면에서만 평가한다면 마이너스적 존재로서 차별된다 해도 어쩔 수 없는거냐?"고 반문했다.

유스케는 "차별하는 마음, 그 안에 있는 우월감과 열등감. 그러한 것이 얼마나 우리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는지 순수한 교제를 저해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차별의 철폐를 주장한 유스케는 이어 "그 인간의 원죄를 속하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통해 구원을 이루시고 새로운 생명을 주기 위해서 부활하셨다는 은총의 가르침을 소박하게 순수하게 상기한다"며 "이 가르침의 은혜는 차별하는 측, 차별받는 측, 모두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며, 이 은혜의 축복을 또 다시 강력하게 전하는 것이야 말로 지상에 있는 기독교회의 중대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목사는 ‘장애’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한국교회 현 주소를 꼬집었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3년이 되었고, 시행된 지도 2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며 "교회 내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인지 아니면 장애인차별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한국교회의 무관심과 준비 부족은 교회 내에서의 장애인 차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그러한 차별이 발생했을 때 교회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게 되리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 내 장애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한 배 목사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교회 시설부터 문제 삼았다. 그는 "교회건물은 입구에서부터 계단과 턱이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등을 차별한다"며 "예배실에 들어가면 휠체어 사용자가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좌석이나 공간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평상시 휠체어 사용자들은 맨 앞줄이나 맨 뒷줄에서 예배를 드려야만 한다. 또 2층 이상의 규모가 있는 교회도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 목사는 "장애인들을 생각한다면 엘리베이터를 갖춰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설혹 있다 하더라도 엘리베이터로 전층을 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장애인들이 기도실, 식당, 교회 차량 등도 정상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렸다.

예배 교육에서도 장애인 차별은 계속된다. 배 목사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점자 또는 전자파일 형태의 주보를 제공하는 교회도 없으며 점자표지판과 같은 안내시설을 설치한 교회도 거의 없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예배와 교육시간에 설교나 교육 내용을 자막과 함께 제공하거나 수화통역을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고발했다.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는 장애인 ‘차별’이 아닌 ‘배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도 알렸다. 배 목사는 "장애를 가진 목회자들은 청빙대상에서 제외되며 청빙이 된다고 하더라도 성도들로부터 거부를 당하기도 한다"며 "결국 교회는 장애인을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타자(他者)로 보고 있으며, 구제와 선교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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