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서울성남교회에서 열린 만우 송창근 목사/순교 60주년 추모예배 및 김임순 애광원 원장 한신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주재용 전 한신대 총장이 "성빈의 영성으로 막힌 담을 허시는 늦은 비"라는 제목으로 추모 설교를 전하고 있다 ⓒ김태양 기자 |
방북해 김정일에 북한정권의 인권억압과 3대 세습 문제, 군사도발 경고했을지도
현 정권과 한국사회의 부정과 불의에 대해서도 심판의 예언을
한신대 제1호 명예박사학위 수여자 김임순 애광원 원장
만우 송창근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그가 한신대학교의 전신인 조선신학교를 설립했으며, 장공 김재준을 발굴한 그의 벗이었고, 6.25 당시 납북되었다는 정도다.
많은 글을 남기지도 못했고, 납북으로 인해 다양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뿐 아니라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는 점이 제기돼 왔다.
28일 故 송창근 목사가 설립한 바울교회 후신 서울성남교회에서 열린 납북/순교 60주년 추모예배에서 전 한신대 총장 주재용 목사는 고인이 설립한 한신대에서조차 관련 석사학위 논문이 한 편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모 설교를 시작했다.
고인이 남긴 일부 저서와 故 김재준 목사의 발언, 각종 기록과 일화를 들어 그의 생애를 재구성하며 주재용 목사는 오늘날 그의 삶과 사상을 재해석하고 역사화해야 하는 이유를 그의 경건과 신앙적 민족사랑, 겸손과 구제, 탁월한 학문과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인물이 이렇게 다양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그가 처음과 나중이 한결 같은 성빈한 사람이었고...배운 이와 못 배운 이, 부자와 가난한 자, 보수와 진부를 구별하면서도 차별하지 않았고 모두를 아우르며 살았으며...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산 지도자로서 편견과 배타적 폐쇄주의라는 벽은 관용과 열림이라는 망치로, 이기주의라는 벽은 나눔의 망치로, 절망이라는 벽은 희망의 망치로, 분열이라는 벽은 일치의 망치로, 율법적 교권주의의 벽은 복음의 망치로, 불신과 미움의 벽은 믿음과 사랑의 망치로 허무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주 목사는 이러한 삶을 살았던 "송창근 목사가 살아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예장과 기장의 분열과 같은 한국교회의 교단분열과 2013년 WCC 총회 개최를 둘러싼 분열, 진보와 보수의 분열을 비난했다.
또 주 목사는 이 가정을 북한정권으로 확대해 고인이 인권억압과 3대 세습 문제, 군사도발과 분명한 선을 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님, 참된 인민공화국은 모든 인민이 평등해야 합니다. 인권의 억압이 없어야 하는 국가가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수많은 인민은 굶주림에 고통당하고 있는데 북한의 특권층은 배불리 먹고 있지 않습니까? 3대 세습은 유일독재체제에서만 가능한데 어떻게 이것이 인민민주공화국에서 가능합니까? 위원장님, 남북의 평화통일을 진정으로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군사도발 같은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위험 수위에 있는 현 정권 하의 한국사회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주 목사는 고인이 부정과 불의에 대해 아모스 예언자처럼 심판의 예언을 담대히 전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속 교단인 기장을 포함한 한국교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남겼을 것이라고 주 목사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1953년 예장의 바리새주의적 교권주의자들과 불법적인 총회 운영을 비판하며 복음·신앙·학문의 자유를 위해 출애굽 한국교회 새역사 운동을 일으켰던 기장이 그렇게 비판했던 교권주의로 인해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청와대 초청 만찬 대열에 끼려고 추잡한 교권 운동을 하고 있는 소위 한국교회 배부른 지도자들이 예수정신을 따르지 못하겠다면 법정 스님에게라도 배우라 고인이 일갈했을 것이라고 주 목사는 내다봤다.
이날 추모예배와 함께 거행된 김임순 애광원 원장의 한신대 제1호 명예박사학위 수여와 관련해 주 목사는 납북 한 달 전 그가 시무하던 당시 바울교회 마지막 당회 기록일지에 기록된 결의처럼 교회가 세상 속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구제와 사회봉사라는 고인의 참된 영성어린 뜻을 김 원장이 평생 실천해왔기에 이 같은 명예가 가능했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기장 교단 배태진 총무도 참석해 김재준 목사의 학문의 로고스와 송창근 목사의 경건의 파토스가 오늘의 한신과 기장을 가능케 했다고 평하고 고인의 경건과 섬김의 삶이 다시금 새롭게 부활하기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한신대 채수일 총장도 수유리 캠퍼스에 만우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추모예배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고 송창근 목사의 친일 논란에 대해서는 제자였던 故 강원용 목사가 저서 <역사의 언덕에서> 중 자의가 아닌 소극적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친일 목사로 거론되고 있다며 친일파 청산 기준의 공정성을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