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계간지 『말씀과 교회』 가을호의 목회연구위원회 특집 편을 기장신학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역동적인 교회 목회 현장을 생명, 꿈, 말씀, 지역사회 등등 다양한 테마로 엮어 낸 이 글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목회 사례로 제시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장철희 목사는 2005년 1월 초에 경서교회를 사임하면서 교회를 개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교회당은 복지시설 강단을 빌리기로 했고, 20여명의 교인들이 합류할 예정이었다. 사택만 구하면 되었다. 그가 사택을 구하기 위해 일산, 고양등지를 찾아다닐 무렵에, 지경교회 장로 5명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교회개척 준비를 다 해서 내려가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간곡히 청해서 한번 지경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지경교회 8명의 장로들이 후임목회자를 놓고 기도하고 결정하자 하고 각자 생각하는 적임자를 써내기로 했는데, 8명의 목회자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장로들이 다 한 사람씩 추천을 한 것이다. 당회는 일주일 기도하고, 다음 주일에 모여서 다시 기도하고 이 8명 가운데 누가 적합한지 마음 가는대로 적어내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8명이 다 똑같이 그의 이름을 써냈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그는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지경교회에 부임하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그는 2005년 4월 지경교회에 부임하기 전에, 몇 달간 사랑의 교회,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삼일교회, 서울교회, 예능교회 등등 서울의 유명한 큰 교회들을 탐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온누리교회나 사랑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마음이 뜨거워지고 힘이 생기는 느낌을 얻었지만, 다른 어떤 큰 교회에서는 예배드리고 나서 그의 부인에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좀 힘이 들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이 차이를 예배의 생동감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교회를 탐방하면서 예배가 왜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예배의 변혁
그는 지경교회에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침 당회에서는 그에게 개척교회 하듯이 목사님 마음껏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우선 강단 위에 배치되어 있던 의자를 다 끌어내렸다. 그리고 예배순서에 평신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예배인도는 시무장로가 하고, 대표기도에는 원로장로를 포함하여 권사, 집사까지 모두 참여하게 했다. 2006년에는 권사가, 2007년부터는 집사까지 대표기도를 하는 바람에, 장로들은 1년에 두 번 정도 밖에 못하게 되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장로들이 2008년 연말당회에서는 대표기도를 장로들만 하는 것으로 환원시키자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목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집사들은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 가운데는 한 달 전에 대표기도를 맡게 되었다는 것을 말을 듣는 순간부터 긴장하여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설치고, 몸살이 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도를 준비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2009년부터는 찬양대가 찬양을 부르면서 입장할 때, 함께 순서를 맡은 평신도들이 성경책을 가지고 들어와서 십자가 아래 강단 앞에 펴놓고, 촛불 두 개를 켜고 내려오게 했다. 그는 예배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주려고 시도한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평신도들 자신들이 예배의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예배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한 것이 예배의 변화가 가져다준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한다.
교회당 개방과 교회시스템의 변화
또한 그는 주일 낮 예배를 드리고 교회당 문을 잠그고, 소예배실에서 오후예배, 수요예배, 새벽기도회를 드리는 관행을 깨뜨렸다. 밤 10시에 교회 정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그만두게 했다. 교회는 기도하는 집이기에, 교회당 문을 잠글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장로들 가운데 교회 비품을 도둑맞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대가 있었지만, 그는 교인들이 언제든 와서 기도해야 하기 때문에 문을 걸어 잠글 수 없다, 도둑맞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잊어버린다고 생각하자, 교인들이 매일 철야기도를 하니까 도둑 들어오는 것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말하며 교회 문을 24시간 개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교회의 문이 열리니까, 교인들 마음의 문도 열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간 상시 교회 문을 열어두었는데, 잃어버린 것은 ‘키보드’ 하나였다고 말한다. 그는 당회원들이 하나같이 그의 목회의 협력자들이 되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것은 교회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D12와 새로운 시도
그는 처음 시도한 교육 프로그램은 풍성한 교회의 시스템이었다. 그는 2006년에 이 교육과정을 시작하면서 장로들을 1기생으로 등록하게 했고, 4년째 되던 해인 2009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이것은 그가 풍성한 교회의 D12에 교리반 1년과 영성반 1년을 추가 편성하여 4년 과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2기부터는 성경공부반을 새로 추가했다고 한다. 그는 양육반, 영성반, 성경공부반을 맡고, 나머지 코스는 부교역자들이 맡는다고 했다.
D12를 기초로 그가 새로 편성한 교육과정은 크게 세 과정으로 구분된다. 정착반, 양육반, 제자반이 그것이다. 정착반은 새신자를 교회에 정착시키는 프로그램이고, 양육반은 모든 교인들이 대상이며, 여기서 새신자 섬김이 사역 훈련을 받는다. 12주에 이르는 이 과정을 거쳐야 제자반에 들어갈 수 있다. 제자반은 능력제자 양육시스템으로 새롭게 추가된 과정이다. 이 과정에 교리반, 사역자반, 군사반, 영성반과 성경대학반 등이 포함되며, 성경대학반이 끝나면 졸업여행을 떠난다.
그는 특히 작년 새 신자 정착율이 93%나 되었던 것은 제자 양육시스템 과정에 있는 섬김이 사역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섬김이는 새 신자가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자인데, 섬김이 사역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새 신자가 교회에 나오면, 부교역자는 한 명의 섬김이를 지정하여 교회당 맨 앞자리로 안내한다. 그때 그를 인도한 인도자도 그들과 함께 앉는다. 그리고 예배 시간에 교인들에게 처음 인사시킬 때, 섬김이와 인도자가 함께 일어나 인사를 한다. 섬김이는 그 뒤 3주간 새 신자에게 교회를 소개해준다. 4주째에는 담임목사를 만나 교인이 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5주째는 등록교인으로 정식으로 환영식을 베풀어준다. 박수와 함께 꽃다발을 걸어주고, 성경책을 선물하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복음송을 불러준다. 그러나 섬김이 사역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 신자가 16주간의 정착과정을 마치고 세례교육을 받을 때까지 약 6개월을 섬김이는 그와 함께 한다. 그는 바로 이점이 다른 교회의 정착사역과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설교, 전도, 성경, 기도와 영성의 전문가
그는 당회원들이 그의 목회에 적극 협력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처음 그가 부임할 때, 당회원들은 그에게 앞으로 3년 동안은 교회를 개척한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고 했지만, 급격한 변화에 때로 불만을 터트리고,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기도면 기도, 헌금이면 헌금 등 신앙생활의 모든 면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없이 따라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후배 목회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목사는 설교, 전도, 성경, 기도, 그리고 주님을 닮는 영성, 이 다섯 가지 점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가 이러한 전문적인 영역에서 교인들에게 트집을 잡히면, 그 목회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때로 교회행정과 관리 등에서 미숙한 점이 드러나더라도, 목사의 전문영역에서 교인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목회는 성공적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 다섯 가지의 목회적 전문성이 말씀으로 개혁한 개혁교회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며, 하나님 말씀의 빛을 드러내기에 필수적인 덕목들로 생각한다고 했다.
목회 비전
올해 110주년을 맞이한 지경교회는 몇 가지 큰 꿈을 갖고 있다. 첫째는 시골지역의 젊은이들을 위한 장학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교인 자녀들을 대학원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젊은 그룹을 전도하여 교회를 젊게 하려는 생각에서 마련한 계획이다. 둘째, 선교관을 세워 부족한 교육공간을 확보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공간, 즉 쉼터, 커피숍 등등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공동생활을 위한 주거공간을 집어넣는 일이 포함된다. 셋째, 12개의 개척교회를 세우고 12명의 선교사와 목회자를 배출하자는 것이다. 장철희 목사와 지경교회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