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월 31일)은 493년 전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날이다. 이 날 그는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며 95개조 신조문을 발표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 조그마한 반발이 거대한 종교개혁을 가져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교회사의 역설적 쟁점 연구모임 ⓒ대화문화아카데미 |
29일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종교개혁, 교파 분열의 발단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연히 종교개혁은 교파 분열의 발단인데, 여기에 물음표를 달았으니, 물음표를 하나 더 달아야 할 역설적인 질문이다.
발제를 맡은 한신대 김주한 교수(역사신학)는 주어진 제목이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으로 시작했다. “통합은 선이고 분열은 잘못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종교개혁은 영락없이 교파 분열의 이야기”라며 제목에 담긴 ‘분열’이라는 말에 반기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종교개혁, 즉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티즘으로의 종교 분열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종교개혁 이전부터 대분열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르네상스와 인문주의라는 지성의 대격변에 서 있던 세대들에게 복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기존 질서에 대한 의심, 교리적 진술에 대한 거부는 차라리 상식에 속했고, ” 전통적인 종교의 관행에 대한 내재된 불만이 수면 위로 표출된 것은 당연했다.
김 교수는 “종교 분열 문제를 마치 종교개혁가들-특히 루터-때문에 서방 기독교가 교파 분열 되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며 “종교개혁자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종교의 그릇을 만들고자 했던 자들로서, 기독교의 이야기 중심에서 이탈한 탕아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교 분열 문제를, 마치 종교개혁자들-특히 루터-때문에 서방기독교가 교파 분열 되었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며 종교개혁자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종교의 그릇을 만들고자 했던 자들로서 기독교의 중심에서 이탈한 ‘탕아’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종교 개혁은 분열(division)이 아니라 역사의 분수령(watershed)이었다”고.
김 교수는 프로테스탄티즘 발생 이후 다양한 기독교의 등장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티즘은 복음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이해를 보여주었다”며 이러한 다양성은 “조야한 상대주의의 위험을 내포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것은 “복음의 이야기를 둘러싼 역사문화적 상황에 대한 ‘역동적 반응’이다. 근대 문화의 기저에 프로테스탄트 에토스가 자리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분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김 교수는, 그러나 개방성을 기초로 한 새로운 신학의 방법론도 필요한 때임을 역설했다. “종교개혁적인 사유가 근대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지금까지 간과되어 왔던 차원이 있다”며 “종교적, 문화적 영성이 그 예인데, 이러한 차원에 대한 접근을 개방한 종교개혁의 새로운 문화적 독해가 새로운 신학의 방법론과 인식론으로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히고, 이는 “타자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아닌 개방성과 수용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분열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이해하며, 새로운 개방성을 요청한 발표를 끝맺으며 그는 “기존의 종교개혁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로 새로운 차원에서의 연구가 필요함을 다시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