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2시 명동 향린교회 예배당.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차세기연)가 주최하는 ‘이道저道 무지개 축제’가 개회예배로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차세기연 대표 임보라 목사는 예배를 인도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신앙고백의 시간을 주었고, 참석자들은 각자 짧지만 깊은 서러움이 배어있는 간증을 이어나갔다.
▲30일 오후 2시 명동 향린교회에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개회예배에 참석한 동성애자들. ⓒ김진한 기자 |
"하나님, 저희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끌어 주실줄 믿습니다."
"다름과 차이로 고통받지 않게 해주세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은 성(性) 정체성 문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고백도 있었다.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그릇된 길인지 몰라 괴로워하며 하나님께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날 초청된 성소수자들은 이렇 듯 눈물을 훔치며 자신들이 그동안 교회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을 호소했다.
차세기연 고상균 집행위원은 "교회 내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아주 가혹할 정도다"라며 "성소수자들을 위로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종교, 문화적 시도로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가 이벤트성으로 끝날 것이 아님도 알렸다. 그에 따르면, 이달 말께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책을 출판할 예정이며 매달 한차례씩은 동성애를 죄로 구속하고, 속박하는 성서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동성애자들 역시 사회적 존재로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란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독 신앙인들의 죄의 척도이자 잣대로 여겨지는 성서에 동성애가 죄임이 명문화 돼 있는 것은 차세기연측으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집행위원은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은 차별이 없다"라며 "그런 큰 틀 속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말했으나 교회 내 동성애 허용의 정당성을 입증하기에는 성서적 근거가 미흡한게 사실이다.
또 교회 내 동성애 ‘허용’을 넘어 동성애 ‘인정’으로까지 나아가자는 차세기연측의 급진적 시도에 기존 교회들이 장단을 맞춰줄 지도 미지수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동성애를 허용은 커녕,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가 교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성소수자들도 예배자들이며 신앙생활 함에 있어 차별받고 학대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숙제도 남았다. 성소수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만 할 것이냐 아니면 성서로부터 엇나간 자들로 치료 받아야 할 존재로 보느냐에 관한 것이다. 성소수자들을 옹호한다지만, 성서적 근거가 취약한 차세기연측으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이 길도 저 길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교회에 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