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갈등원인 개신교는 사과, 불교도 과민반응 자제해야"

목회와 사회운동 현장 목회자들에게 종교 갈등 해법을 묻다

종교 대립은 집단이기주의, 종교 전체를 욕먹게 해
불교 측 정부 종교편향 지목, MB 지속적 종교간 대화 필요

최근 봉은사 땅밟기 등 일부 개신교계의 불교폄하 행위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2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개신교계의 지속적이고 도를 넘는 불교계에 대한 갈등 조장과 폄하 및 훼불 사건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는 뜻을 웹사이트를 통해 전달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불교폄하와 훼불행위를 하나씩 열거하며 '자신은 선이고 타종교는 악이라는 망상'에 빠진 개신교계의 행동을 '상식을 넘어선 행동' '반민족, 반지성, 반이성적인 사회적 범죄행위'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적전쟁을 선포한 개신교계와 달리 불교는 상생 공존하는 종교평화를 간절히 원한다면서도 성명서는 인내심의 한계를 알리고, 2008년 당시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차량 검문 사태로 인해 불자 20만 명이 시청광장에 집결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 7대 종교 협력 기구 차원에서의 ‘종교인 평화선언과 종교인 윤리규범' 마련과 정부와 국회에 “(가칭) 종교평화 윤리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성명서는 발단이 된 개신교를 '일부 개신교계'로 적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개신교계 전체의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점이 '장로 대통령'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불교폄하와 훼불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시선을 담고 있다, 불교가 ‘중립적이지 못한 종교적 시각’을 지녔다고 여기는 정부의 종교 편향에 맞서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불만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거의 시도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그나마 진보 기독교 위주로 형식적인 모양새에 그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개신교)교단 차원의 종교간 대화와 달리 보다 활발히 다양한 연대를 모색해가고 있는 일선 목회 현장과 환경 운동 등 기독교적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에 대해 원인 제공은 개신교가 했으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불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보수적 교단 소속 지역교회와의 공동선교 및 연합사업과 인근 천주교 성당을 비롯 불교 사찰과 난치병 어린이 돕기 공동 바자회를 여는 등 종교간 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오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성북교회 육순종 목사는 근본주의적 개신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단하며 결자해지를 주장했다.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근본주의적 개신교가 갖고 있는 유독 공격적인 선교 태도를 지적하며 이는 잘못된 신학에 기인하고 있다고 육 목사는 설명했다.

개신교가 다른 종교와 더불어 살아가는 훈련이 안 되어 있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며 육 목사는 개신교 내부적으로도 많이 논의되어야 하고 상당한 계몽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혁명조차도 앞서 100여 년에 걸친 계몽 기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육 목사는 단기적인 해법으로는 NCCK나 개신교의 열린 기구들이 성명서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NCCK 쪽에서 먼저 성명서를 내고 한기총과도 이야기를 해서 화해 제스처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기독교는 섬김의 정신을 갖고 있는데 타 종교를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종교끼리 충돌하지 않고 잘 지내오는 데는 그 동안 불교의 공이 컸음을 인정하며, 불교 측에 그간 개신교와의 대화의 역사도 있으니 개신교에 자숙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대화해 나가자며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성적 분열에 시달려 온 개신교의 경우 이러한 접근이 소위 정체성 문제 등으로 불거져 오히려 개신교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더 자극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니겠냐며 경계하기도 했다.

'장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육 목사는 "자기 간증이 있는 분이고 확실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며 종교간 대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끊임없는 대화를 주문했다.

성명서를 낸 불교에 대해서도 육 목사는 불교의 이 같은 행동이 개신교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불교에게도 이러한 행동은 도움이 안 되지 않겠냐며 불교 본연의 정신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일이 종교 대 종교 전쟁으로 비치게 되면 사회적으로도 손해며, 종교 전체가 욕을 먹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종교적 집단이기주의로 초래될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기독교적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도 4대 종단이 교리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에서 모두 하나 되고 있다며 환경 문제야말로 타 종단과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테제라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나 다른 종단의 심장부에 들어가서 이 같은 물의를 일으킨 이들을 정상적인 기독교인으로 보기 어렵지 않겠냐고 강하게 비판, 보수적 개신교에 대한 염려를 나타냈다.

양 사무총장은 4대 종단이 생명과 환경 문제를 함께 잘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런 문제로 갈등이 비화된다면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개신교도 불교도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개신교가 이 같은 문제와 관련된 공식적인 채널이 많지는 않으나 일단 사과를 해야 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일정 부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히 원인을 제공한 만큼 불교가 충분히 받아들일 만큼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불교 또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종교간 평화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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