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동강 건너, 요단강 넘어> ⓒ동연출판사 |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서광선 박사가 故 서용문 목사의 회고록을 냈다. 꼿꼿한 반공투사였던 서용문 목사는 60년 전 6.25전쟁 때 반공목사로 낙인 찍혀 공산군에 총살당한 인물로서, 서광선 박사의 부친이다.
대동강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시신에는 총알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피난길도 고생의 연속이었다. 통일운동을 하면서 이런 아픈 기억이 가셨을 리 없는 바, 그러나 원망하는 일이 순교자의 자식에 남겨진 몫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순교 앞에서 ‘원수를 갚아야겠다’는 분노와 동시에, ‘전쟁은 안 된다’는 전쟁에 대한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아버지의 순교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회심의 계기가 됐다.”
그는 공산군에 의한 부친의 죽음이 ‘순교’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책임을 총 든 자들에게만 돌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순교는 한반도의 분단 때문이며, 6.25 전쟁의 민족적 비극의 하나였다.” “아버지를 부둥켜 안고 우리가 흘린 눈물은 민족의 눈물이었고, 피난민으로 당해야 했던 배고픔과 아픔, 외로움은 우리 모두의 고통이었다”고 썼다.
순교에의 강조는 이후로 뒤따라온 그의 통일운동의 뜻을 뒷받침해준다. “남과 북의 수많은 젊은이들과 피난민들이 희생한 뜻은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살아난다. 아버지의 순교의 뜻은,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평화 만들기와 통일로 연결되어야 살아난다”고.
책에는 서광선 박사를 장남으로 한 4남매와 고 서용문 목사의 사위 홍경만 전 신구대 교수의 글이 실려있다. 가족과 찢긴 채 16살 어린 나이에 시장에서 손수건에 수를 놓아 팔던 장녀는 이제 75세가 됐다. 축복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죽기 전에 기차 타고 고향에 가, 거기서 묻히는 것’이 이루지 못할 꿈이다. 거기서 ‘아버지 무덤 옆에서 영원히 자고 싶다’고.
전쟁이 낳은 한 아픈 가족사(史) 위로, 통일의 꿈이 아련하게 덧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