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제13회 장공 기념강연회
▲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태양 기자 |
아직도 대결과 반목상태에 있는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신학적으로 심화시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길을 故 장공 김재준의 관점에서 찾는다면.
4일 오후 6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제13회 장공 기념강연회에서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동북아시아라는 상황 하에서의 한반도를 둘러싼 내외적 조건들을 살피며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와 관련된 논의를 한중일 지식인들이 해오고 있다 소개했다.
그는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한 마디로 "평화의 나라"라고 단언하며 구약과 신약에서 말하고 있는 '평화'에 대해 관련 구절들을 들어 설명했다. '평화의 왕', '평화의 복음'을 성서는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주는 평화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그리스적인 평화(ataraxia), 군사적 무력지배를 통해 확보하는 안보(securitas)에 가까운 로마의 평화(Pax Romana)로 구별하고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평화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손 교수는 한국에도 세상의 평화를 그리스도교의 평화로 오인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스적 마음의 평화와 그리스도교적인 평화를 동일시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그는 장공의 말을 인용해 '증발한 그리스도인들', '무사안일의 그리스도인'으로 지칭했다.
평화를 안보와 동일시하며 미국의 군사력이 자기를 지켜줄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핵무기에 대한 우려를 통해 반 그리스도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같이 '그리스도의 혼이 증발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에 직면해 장공이 제시했던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한 평화운동 방안을 요약했다.
하나님 나라를 지상에 건설함에 있어서 어떤 세상세력에도 의존해서는 안 되며 특히 강대국의 안보논리에 의존하거나 교회지상주의 또는 교회성장주의와 같은 맘몬의 힘에 의지하려 들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독야청청한 낙락장송 같은 자유인이 되어야지 칡넝쿨처럼 남에게 빌붙어 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에베소서 6장 14~16절을 인용해 평화를 건설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자세를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해 무장한 용사의 자세로 보며 청년 남이 장군의 시 북정가(北征歌)에 나타난 기상에 비유했다.
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석 마도진)
백두산 돌은 칼로 갈아 다하고
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수 음마무)
두만강 물은 말 먹여 없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