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에큐메니컬 진영 때늦은 논의 '한국교회 G20 어떻게 봐야 하나'

NCCK 심포지엄, 정치·경제학자의 발제 신학자의 논찬

정부 강남 졸부 이미지? 성공 기도회 개최 교계 정부 전위부대?

정부도 언론도 찬양 일색... 종교계 좀 더 일찍 목소리 냈어야 아쉬움도

G20 금융위기만이 아니라 양극화 문제, 환경위기 문제도 다뤄야

투기 로비 독점 안 돼 건전한 자본주의 공정한 시장경제 위해 종교인들이 나서야

가치 수반 성장 필요 경제학의 인간학적 전제 바꾸는 것이 한국교회 역할

G20이 UN보다 진보된 체제라는 관점도 UN은 소수독점 가능 체제

▲ 5일 오후 4시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 홀에서 "정치경제와 교회" 에큐메니칼 심포지엄이 열렸다. 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G20 정상회의의 의의와 문제점, 향후 아시아 정치경제에서 한국의 역할, 한국교회의 대응에 대해 정치학자와 경제학자, 신학자들이 모여 논의했다 ⓒ김태양 기자

G20 정상회의의 의의와 문제점, 향후 아시아 정치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짚어보고 한국교회의 대응을 논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5일 NCCK 훈련원이 개최한 "정치경제와 교회" 에큐메니컬 심포지엄은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의 발제에 대해 신학자가 논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고려대 정치외교학 이용욱 교수는 G20의 형성과 발전을 소개하며 동아시아가 영향력이 약한 이유로 통합리더십 부족을 들었다.

지역제도적 협력 경험이 부족하고 안보 동맹 불일치, 국제정치 리더십 경험이 부족하기에 미국, 유럽 중심 국제정치질서의 규칙 준수자가 되어왔으며, 무엇보다 비판적 대안이 부재했기에 축적해 온 힘에 비해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이 교수는 진단했다.

연세대 기독교윤리 정종훈 교수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정부의 강조점, ‘규칙 제정자로의 전환, 코리아 프리미엄’에 대해 벼락부자가 된 강남 졸부 이미지라고 혹평했다.

성공 기도회를 열며 G20 정상회의를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교계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건강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의 전위부대 이미지만 안겨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MB 정권이 기독교 장로 정권으로서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기독교적 비민주적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는 누가복음 12장 48절을 근거로 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그 밖의 나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원조 국가로 탈바꿈한 우리나라가 이 축복 받은 여건을 혼자만 누릴 것이 아니라 나눠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교회도 G20 정상회의를 정치인과 기업인에게만 맡기고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복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기여할 바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성서는 강자보다는 약자에 대해 우선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며 복음의 본질을 상기시켰다.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 등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을 겪고 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교회가 지원해야 하나, 이용욱 교수가 지적한 동아시아 통합 리더십 부재의 이유로 정 교수는 동아시아가 안고 있는 내부적 문제를 언급했다. 역사적 측면을 강조하는 성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과오를 회고하며 그 청산을 이야기하는 반면 현재의 동아시아는 일본이 정신대 문제와 영토 분쟁 문제 등 과거 식민지배로부터 말미암은 역사적 문제를 청산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화, 특별히 정의를 토대로 한 평화가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밝히는 것으로 G20 정상회의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요약했다.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는 건국대 경제학 최배근 교수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최배근 교수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참된 비전이 실종되었다고 잘라 말하며 산업화 이후 새로운 산업만들기의 지연과 실패, 그리고 과도한 금융경제화, 경제력의 다원화와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이 갖고 있는 모순과 같은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중국의 위원화 가치 절상 등을 목표로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환율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며 의장국을 맡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들러리 형국이 되고 있다 꼬집었다.

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서울 정상회의는 각국 재무장관들이 참여한 경주회의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증현 장관이 환율 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에게 두 번이나 비공식 양자회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점과 일본의 냉소를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숙명적으로 국제협력을 추구해야 하기에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일이나 현재 G20 정상회의에서의 역할은 사실상 미국의 들러리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또 얼마 전 평화재단에서의 강연 뿐 아니라 KBS 미디어 비평 담당 기자와의 G20 관련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하자 "얼마나 반영될지 모르겠다. 경영진에서 자신 못하겠다고 하더라"는 기자의 답변이 돌아왔다며 언론의 찬양일색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창조한국당 등 야 5당으로부터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국회 긴급 성명 발제를 제안받기는 했으나 너무 늦었고 형식적이라는 비관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를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로부터 지혜를 빌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전하며 최 교수는 NCCK를 포함한 종교계가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하게끔 그대로 방치해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종일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사회에는 UN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또 G20을 하는가"는 의문을 제기하고 도대체 이 20개 나라는 누가 정했으며 그들이 하는 논의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고정환율제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IMF가 기존에 존재해오고 있었으나 이후 변화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G20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중요한 결론을 도출한 적이 없고,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이 미국의 '하청'을 받은 회의이기에 더욱 더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 유 교수의 견해다.

유 교수는 세계경제가 부딪치고 있는 문제는 금융위기만이 아니며 그것은 표면적인 문제일 뿐 점점 더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와 환경위기야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특별히 유 교수는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의 경쟁이 갖는 의미의 본질을 환기시켰다. 시장 경쟁이란 선택받기 위한 행위이며 따라서 효율적인 것이나 투기와 로비, 독점과 같은 무한 경쟁이 자유시장의 이름 하에서 자행돼 약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로 들며 유 교수는 같은 취지의 서민형 대출을 비영리 기관에서 진행한 케이스는 문제되지 않았던 점이 반례라며 건전한 자본주의, 공정한 시장경제가 필요하고 양심적 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기독교윤리 이혁배 교수는 한국교회가 G20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회의적이며 알고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의 설자리는 어디이며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되묻는 것으로 논찬을 요약했다.

한국과 세계 경제의 무한 성장 나아가 한국교회의 무한 성장 옹호에 대해 비관적 견해를 밝힌 NCCK 정의평화국 황필규 국장의 물음에 대해 유종일 교수는 무한 증식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나 건전한 성장을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무엇을 위한 성장이냐가 중요하며 문화적·정신적 가치를 수반한 성장이라면 지금과 같은 환경파괴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제와 논찬을 맡은 학자들은 끝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많은 면에서 밸런스를 회복해야 하며, 약탈적 시장경제가 횡행하는 지금 경제학의 인간학적 전제를 바꿔야 하고 이 전환을 말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세상이 분명히 호혜경제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나 지식인들이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또한 전달하지도 못하기에 패배주의가 확산되고 국민의 고통이 길어진다며 새로운 기준을 퍼뜨려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G20이 UN보다 진보된 체제일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G20이 합의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UN은 거부권이 존재하고 소수독점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NCCK를 포함한 한국교회의 대응이 늦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덧붙여졌다. 신학자가 모든 문제에 답하기는 어렵기에 관련된 문제의식을 가진 기독교인 전문가 활용이 필요하고, 아젠다를 지속적으로 발굴 보다 앞서 불을 지피고 공론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며 이것이 기독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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