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을 종교로 귀의하게 만드는 인간 실존의 근원적 물음일 것이다. 8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고나 법룡사에서는 이 ‘죽음’ 특히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는 ‘웰다잉’이란 주제를 놓고,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 6대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여성위원회의 정기세미나가 열렸다.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베리타스 DB |
개신교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죽음’에 대해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며 죽음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아무리 세상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 자신을 비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결코 성공의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기독교는 영생과 부활을 생명으로 여기는 종교가 아닌가? 참다운 신앙은 죽음을 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서 나온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종교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조 목사는 "장례식장에 오순도순 모여 있는 사람들이 죽음에 관해 깊게 생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인사치레를 위해 봉투를 내밀고 한 끼를 먹기에 바쁘고 사회의 변두리 얘기를 하기에 정신이 없다"며 "이것을 바꾸어내는 일이야 말로 우리 종교인들의 사명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죽음’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 일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그렸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함을 최상의 축복으로 고백하면서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죽음을 연장해 이 땅에 머물고자 하는 것이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며 "게다가 삶은 밝음과 축복으로, 죽음은 어둠과 저주로 대비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목회 경험을 토대로 ‘죽음’을 잘 맞이하는 교회의 실제적인 예전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 목사는 먼저 사순절을 맞아 교인들로 하여금 '절제 서역서'를 작성토록해 단식 혹은 기호 식품의 절제, 쇼핑하지 않기, TV 안보기 등 훈련을 시킨다고 했다. 또 재의 수요일. 즉, 사순절이 시작하는 첫날의 저녁예배에서는 죽음의 예전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예전은 보통의 경우 회개의 죄의 고백과 글을 쓰도록 하고 한사람씩 앞으로 나와 촛불로 이를 태워 항아리에 넣도록 한 뒤 이 재를 한 사람씩 이마에 찍어주며 다음과 같은 성서 구절을 말한다.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이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억하는 성찬식을 진행한다. 특별한 경우엔 관을 준비해 한사람씩 관속에 들어가도록 하고 자신이 선택한 찬송을 부르고 그가 선택한 성서 구절을 읽어준다고 한다.
이밖에 예수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자신을 따르겠다고 한 한 율법학자에게 “죽은 자는 죽은 자로 하여금 장사지내고 너는 나를 따르라”고 말한 것을 두고는 "이는 장례에 대한 무시가 아니라 당시 사회의 지나친 장례절차에 대한 비판"이라며 "지나친 장례 절차는 잘못하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옥죄이는 죽은 예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을 간소화하면서도 살아있는 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웰다잉’에 관해 조 목사는 "성서는 죽음을 이 땅의 육신이라는 장막 집을 벗고 하늘 본향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비유한다"며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거룩한 소명이며 아름다움이며 놀이임을 살아남아 있는 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웰다잉"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교에선 불교여성개발원 웰다잉운동본부 김기호 위원이 발제를 계속했다. 그는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깊이 명상해야 한다"며 "가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죽음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삶과 죽음 모두에 아직 커다란 희망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천주교 삼성산 호스피스 봉사회 이경식 교수는 "죽음은 우리를 허무하게 떨어지게 할 수 있지만 그 허무가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꼭 쥐고 있던 인간적 욕심과 자존심이 빠지면서 삶 전체가 선물로 주어졌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원불교 교무인 원영상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오만한 현대 문명에 유일하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인간이 가진 욕망의 질주를 죽음만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또 천도교여성회 본부 김성자 교회부장은 "사람들은 자기의 근본이 본래의 성령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제 자신의 욕심, 탐욕에 물들어 한 평생을 살아간다"며 "그러므로 육신이 죽으면 다 버리고 갈 물정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베풀 줄 아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한울님과 하나가 되어 영원토록 장생할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고 수도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교에선 이혜자 성균관 여성유도회 중앙회 명예회장이 나서 ‘죽음’에 관한 물음에 '삶도 아직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고 답한 철저한 현세주의자 공자를 들어 "(유가에서는)신본주의보다는 철저히 현세를 중요시한 인본주의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