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제대로 서야 G20 정상회의가 기독 언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G20보도와 관련 기독 언론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듯하다. 소위 세상 언론들, 그들은 기독교를 개독교라 하는 안티들의 말은 그렇게 꼼꼼하게 찾아내서 보도하고 기독교의 부조리는 그렇게 날카롭게 낱낱이 파헤쳐 보도하면서 왜 이 기독교가 세상의 정부를 찬양하는 말은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그것만 딱 도려내서 보도하는 것일까? 그나마 그렇게 까대던 기독교인이 대통령이라서 봐준 건가? 필자는 소위 ‘주류언론’으로 행세하는 영악한 세상 언론들의 그런 치우친 감시 기능에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바로 그 부분에서 바람직한 기독 언론의 존재 이유를 한편으로 찾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기독 언론들은 뭘 하고 있는가? 얼마 전 한국사회에 예언자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오고 있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구 NCCK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G20 정상회의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논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성공 기도회나 개최하며 청와대가 관심 가져 주기를 바라는 근본주의적 보수 개신교와 달리 뒤늦게나마 이 같은 진지한 논의를 하는 자리였으나 이 자리에는 그 수많은 기독 언론 중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참여한 기독 언론들의 기자들도 사진만 찍고는 그냥 가버렸다. 끝까지 참석했던 필자가 의아했던 점은 이 심포지엄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끝까지 참석하지 않으면 무엇을 논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나마 참여한 언론들’이 모두 심포지엄이 시작하자마자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필자는 그것을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 2시간 동안 심포지엄에서 '혼자' 생각해 봐야만 했다. 혹시 내가 놓친 엄청나게 중요한 취재거리가 있었나 되짚어보면서.
세상 언론에 맞선 바람직한 기독 언론의 존재 이유? 떳떳하게 주장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을 필자는 그 때 목도했다. 더구나 이 기독 언론들은 서로를 비방하며 헐뜯기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른 기독 언론을 이단 취급하며 독자를 포함 필진에게까지 전화를 해 그 언론을 보거나 글을 기고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독 언론도 있으니 말 다 한 막장 아니겠는가? 언론은 독자가 선택하는 것이거늘, 그런 열정이 있다면 자기 기사나 열심히 쓸 일 아닌가? 세상 언론들은 박 터지게 경쟁하지만 모두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다. 제도적으로 여러 언론사들의 기사를 비평하는 장치도 갖고 있고, 그런 역할을 하는 언론이 아예 따로 존재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기독 언론을 보면, 나만이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 이상에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 뿐이다. 스스로에 대한 비평은 하지도 허용하지도 않고 남을 심판하기만 하는 국내 대다수의 개신교 교단들과 그 속성을 비판하기보다는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독 언론들. 21세기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의 개신교 교회는 이리도 '중세적'이다. 가톨릭교회도 교황부터 '화합'을 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교세에 있어서 사실상 국내 최대라는 어떤 개신교 교단은 이단옹호언론 또는 예의주시언론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규정을 내리고 있고, 그 규정을 한기총은 물론이거니와 NCCK조차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그걸 또 맞는다고 실어 나르는 기독 언론이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또 애석하게도 한국교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본주의적 보수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후발 연합기구 한기총의 실행위 파행 등을 비판하고, 한기총 이외의 목소리를 발굴해 실었더니 그 기독 언론을 안티 교회 언론이라고 간단히 평해버리기도 한다. 그것도 모 HJ신학교 교수라는 인물이. 그러니 세상 언론들의 그 ‘치우친 감시 기능’에 차마 이의 제기를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게 필요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어떤 기독 언론은 세상 언론의 그 파괴적인 '치우친 감시 기능'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기도 하는 등 기가 찬 노릇이 이 기독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엇이 세상 언론과 달라야 하고, 무엇이 같아야 하는지 구분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구분이 안 되다보니 교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이슈가 될 만한 취재 현장에 KBS 등 국영방송에서도 취재 기자를 파견하면 교계 기자들이 슬그머니 상석을 내주는 듯하다. 물론 취재 관행이라는 게 있으나 내가 알고 있기로는 기독 언론은 게토(ghetto)화 돼 있어서 그들과 그런 관행을 따지는 관계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힘의 논리를 따르는 것인가? ‘기독’ 언론이? 지켜야 할 자리는 너무나 쉽게 세상 언론에 내주면서, 자기들끼리는 헐뜯고 싸우는 것, 그게 필자가 봐온 기독 언론들이었다.
짧게 강조하고자 한다. 언론은 기사로 말하는 것이다. 기독 언론도 예외가 아니나 그것은 '기독' 언론의 기사여야 한다. '교단'의 그것도 아니고, 이른바 '교계 정치꾼'의 그것도 아닌 것이다. 누가 총회장 됐다더라 이런 소식 전달보다 훨씬 중요한 본질적 역할이 교회와 세상을 향해 주어져 있다. 기독교와 기독 언론계는 세상조차도 알고 있는 이 '기본'이 무너져 있다. 이 '기본'은 어느 나이 지긋한 '정치' 목사나 소위 베테랑 기독 언론 기자가 '네가 교계에 대해서 뭘 알아?'라는 식의 말로 일축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 '기본'이 제대로 서야 세상도 세상 언론도, 또 G20 정상회의도 기독 언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