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 의미있는 WCC 우려, 대화의 진보 이룰 것"

WCC 부산총회 반대측에 트비트 총무 첫 공식 입장 밝혀

"선교와 전도는 WCC 생명의 본질"
"공산주의, super-church 안 돼"
반대 측 우려 불식하고 찬성 측에 힘 실어줄 듯

▲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 ⓒ베리타스 DB

2013년 WCC 부산 총회 개최에 반대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에 대해 울라프 트비트 WCC 총무가 입을 열었다. 지난 6월 한국교회와 WCC를 주제로 한국교회 찬반 양측이 참여하는 공개 강연회를 개최했던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성 박사)은 WCC에 대한 본 단체의 입장을 담은 제안을 9월 트비트 총무에게 보냈다.

NCCK와 한기총이 후원한 공개 강연회에서 당시 박종화, 박성원 박사 등이 참여했던 찬성 측이 WCC를 둘러싼 종교다원주의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 세계 단일교회 추구 논란에 대해 오해임을 밝혀 합동과 고신 반대 측과의 이견을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학술원은 공개 강연회의 논의 결과 보다는 반대 측이 주장하고 있는 쟁점 사안을 요약해 트비트 총무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독교학술원은 반대 측인 합동을 포함한 보수 교단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WCC와 한국교회를 향한 우리들의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전달된 학술원의 제안은 △ WCC가 복음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교회연합운동을 전개할 것 △ 오이쿠메네의 성경적 의미 강조 △ 종교 간 대화를 통한 교회연합운동인지 종교다원주의인지 명백히 구별해 천명할 것 △ '평화와 화해 운동'이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것인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것인지 명백히 구분해 줄 것 △ 교회들의 유일한 최고주무기관 창설을 위한 선행운동이 아님을 재천명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트비트 총무는 지난달 15일 학술원에 보낸 회신 서두에서 이 제안을 '의미 있는 질문'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이 제안이 '우리들 가운데 지속적인 대화를 열어 주고 우리들의 생각에 진보를 이룰 것'이라고 먼저 밝혔다. 이어 그는 "WCC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고 하시는 지상대명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선교와 전도는 WCC 생명의 본질'임을 분명히 했다.

1970년대에 제기된 WCC의 사회적 협의사항에 대한 비판들이 80년대에 WCC를 선교와 전도에 대한 명확한 재확인 작업으로 이끌었고 수십 년에 걸쳐 관련 선언문이 개선되고 있다고 예를 들며 트비트 총무는 2013년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10차 총회를 위한 새로운 선언문이 완성되는 대로 회원 교회 뿐 아니라 비회원 교회까지 초청해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10차 총회를 위한 준비 과정들이 WCC에게 교회학, 경제와 정치에 관한 교회 질서들과 관련된 입장을 재고하고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WCC의 정책과 실행들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WCC가 환영하고 함께 탐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산주의 의혹에 대해서도 트비트 총무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950년 토론토 회의를 상기시키며 WCC는 절대로 ‘super-church', 즉 하나의 거대한 교단이 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것이 WCC 중앙위원회의 뜻임을 덧붙였다.

비회원 교회와의 교감에 대해서도 트비트 총무는 역대 WCC 총회를 살펴보면 비회원 옵서버들과 오순절 교회. 복음주의 교회, 로마 가톨릭 교회 등의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희망을 나타냈다. 트비트 총무는 "한국의 크리스천들과 교회들을 더 잘 알게 되기 바라며 한국교회를 통해 배우는 것이 우리의 갈망"이라며 한국 크리스천들이 에큐메니컬 운동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는 뜻을 담은 관련 서적을 보낼 것도 약속했다.

반면, 이번 회신에서 트비트 총무는 "WCC를 향한 몇 가지 비판들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부분적인 정보에 근거하거나 크게 과장된 정보에 근거한 것들이었다"고 밝혀 사실상 한국교회의 반대 측이 갖고 있는 우려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우리에게 보내주신 제안서에 대한 WCC의 첫번째 응답'이라는 트비트 총무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번 회신은 총무를 통한 WCC의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비중이 실린 것이라는 평가다. 특별히 WCC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진영 등 찬성 측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10월로 예고되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무산된 트비트 총무의 방한에 대해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는 이유로 2013년 10차 WCC 부산 총회에 대한 한국교회 반대 측과의 직접 대화가 지목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 중순 경 반대 측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학술원에 보낸 공식 답변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신의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방한을 통해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WCC 총회 개최를 둘러싼 갈등과 현실을 실제로 접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과 관련해서 한국기독교학술원의 제안이 ‘그런’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NCCK를 비롯 WCC 총회 개최를 위해 애쓰고 있는 에큐메니컬 단체와 인물, 교단과 같은 기존 채널을 통해 최초의 공식적인 총무 입장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안겨 주고 있으나 학술원에 직접 전달된 이번 회신은 WCC의 대화 방침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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