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2020년 확 바뀌는 경제구조, 그럼 교회 구조는?

[기획] 한국교회여,미래사회를 대비하라2

120년 안팎의 짧은 역사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개신교. 당시 초기 선교사들은 복음전도와 함께 한국사회 발전의 동력이 된 교육과 의료, 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 때문인지 교회는 교회 안 성도들 뿐 아니라 교회 밖 국민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개신교의 고속 성장은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피폐해진 국민들의 마음 속에 미래와 소망을 불어 넣으며 본격화됐다. 상처 받은 영혼들의 가슴을 달래주며 사회 재건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 든 교회는 국민들로부터 한층 더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되었다. 특히 과거 70,80년대에는 하루에 6개 교회 이상이 새롭게 개척되는 등 교회성장이 가시화 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개신교인들은 당시 민주화 투쟁 최전선에 포진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여 ‘교회성장’과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지나친 개교회주의 그리고 지나친 사회참여 등으로 교회 안팎에서 비판을 받던 한국교회는 침체기로 돌아섰고, 2000년대엔 침체기를 넘어 쇠퇴 일로에 접어들게 됐다. 얼마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만이 한국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개신교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만큼의 신뢰를 잃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 개신교가 신뢰를 잃은 그 이면엔 무엇이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그 첫째도 둘째도 사회와의 소통 부재를 꼽았다. 과거 어려운 시기 때마다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국사회를 선도하며 비전을 제시해 왔던 한국교회는 언제부턴가 사회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기 바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라’는 교회의 목표가 재설정된 시점에서 본지는 (사)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소장 박찬식)와 함께 총 7회에 걸쳐 한국교회호의 방향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제2부
미래 일자리의 변화와 선교 방향

김태황 교수(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Ⅰ 미래 국민경제의 핵심적인 관심사
 

15년 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관심사는 무엇일까.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될 것이다. 1990년대에는 ‘세계화’가 화두가 되었고, 2001년 9.11테러사태 이후에는 전 세계가 ‘국가 안보’에 관심사를 집중시켜 왔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 강화와 개별 국가들의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성화로, 세계 경제는 한층 단일시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국은 경쟁과 협력 관계를 통해 어떻게 하면 서로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게 될 것이다. 만일 국가 간 빈부격차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된다면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한 협력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이를테면 선진국과 후진국이 공동으로 발전해야 하고 각 국의 사회 환경과 자연환경이 서로 어우러져 생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경제 발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증후는 이미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해일이 ‘쓰나미’, 2005년 8월 미국 플로리다를 송두리째 삼키면서 8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5년 10월 인도의 지진 등 최근 1년 사이에 발생한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 변화만 하더라도 이제까지의 사회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를테면, 순식간에 지구가 눈과 얼음으로 냉각되어 수천 년 인류문명 발달의 산물이 벽난로 땔감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극화한 영화 ‘투마로우’가 미래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경제발전은 지구 환경 변화로 한갓 봄아지랑이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려면 무엇을 고심해야 할 것인가? 저성장, 고령화, 여성인력의 활용, 청년 실업, 빈부 양극화, 환경 및 에너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아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척되고 있는데, 2019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를 능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 고학력 여성 인력의 사회 참여는 절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향후 청년 실업 문제는 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사회 경제 정책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전반적인 사회 복지 수준 향상에도 불구하고 빈부 격차와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므로, 직업 교육과 소득 재분배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경제 개발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 개발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관건이다. 이러한 핵심 키워드는 향후 노동시장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개인의 일자리 선택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될 것이다.

Ⅱ 노동시장의 대흐름

(1) 일자리 변화

2020년을 향한 노동시장의 대 흐름은 ‘일자리 변화’로 집약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일자리와 일할 사람이 모두 증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산업 구조조정과 개방화의 영향으로 일자리 제공이 수요자 중심으로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은 일반 상품시장과는 달리 ‘사람’에게 체화된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의 조절 장치이므로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견하기 보다는 점진적인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자리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노동시작의 주요 흐름은 고용 없는 성장에 의한 노동력 수요 부족, 일에 대한 개념의 변화, 근로조건의 변화, 네트워크와 직무 중심의 고용 체계, 비정규직 주변부 노동력의 중심부화, 지식 집약적 노동 수요의 가속화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심화 등 시장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될 것이다. 기존 노동 수급 구조가 한편으로는 해체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몇 가지 특징들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기존 노동력 수요-공급 구조가 양적인 측면에서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노동 생산성의 혁신은 투입 노동량과 노동시간의 절감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 대규모 일자리 감소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술 혁신의 결과 생산성과 수익성이 향상됨으로써 원가가 절감되고 소비가 증대되면서 다시 산업 생산이 활성화되어 고용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은 고용 대체율을 기하학적으로 증대시킴으로써 고용 감소 효과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한국개발원(KDI)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취업계수가 10년 단위로 약 절반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즉, 1990년에는 제조업에 10억 원을 투입했을 때 5.91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나 2000년에는 2.26개, 2010년에는 겨우 1.27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 경기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에 새로이 창출된 일자리들의 대부분 저임금 부문이거나 임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으로 노동력 투입 비중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노동력 수요 패턴의 변화이다.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한 산업 사회의 안정적인 직업은 서비스 활동을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사회의 유동적인 일자리로 전환될 것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심점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생산 활동에서 독창적이고 복합적인 서비스 활동 중심으로 옮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적 차원에서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제도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의 특성은 사라지고 창의성과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나아갈 수 있는 탄력적인 노동활동이 보편화될 것이다. 노동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기계화, 자동화, 정보 시스템화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정부는 실질 노동 시간 단축과 사회 복지 증진의 제도적 여건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노동력의 수요 패턴은 일자리와 근로자를 분리시키고, ‘사람’을 중심으로 직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 활용을 재구성하는 특성을 나타낼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노동 수요의 결정권이 강화될 것을 예시한다. 과거에는 노동력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생산량 증대를 추구해 왔으나 미래에는 노동력의 질적 측면이 관건이 될 것이며 노동력은 전문화된 지식과 정보를 체화시킬 경우에만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노동력 공급 체계의 변화이다. 미래 산업 구조와 직무 범위가 변화함에 따라 노동력의 공급 풀(Pool)이 확장되고, 공급 방식이 급속도로 다변화될 것이다. 지식 정보 집약적인 노동력과 서비스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여성 인력과 고령층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할 것이다. 정보통신 산업과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근로자는 숙련 개발을 위해 온라인 교육 등 디지털 방식에 의존하는 바가 커질 것이다.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현장 공급에서 온라인을 통한 원거리 공급으로 확대되면서 노동력 공급의 물리적 제약이 제거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지식, 정보 및 숙련의 노후화도 동시에 급진전될 것이므로 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근로자의 대체 주기는 단축되고 기업의 대체 투자는 증대될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기업의 핵심 업무는 더욱 철저하게 내부화하고 비 핵심 업무는 보다 적극적으로 외주화함으로써 거래비용이 절감될 것이므로, 비 핵심 노동력의 외부화 또는 임시직화가 촉진될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력의 공급 체계는 현재보다 현저하게 탄력적으로 작동할 것이며 핵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일반 근로자는 임시적인 노동력 공급 패턴에 익숙해질 것이다.

(2) 노동구조의 변화

‘일자리 해체와 재구성’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노동 수요와 공급의 특징들은 노동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먼저, 고령층 인력의 활용도가 증가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993년∼2005년 사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연평균 4.7% 증가하여 총 취업자 수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연평균 7.7%의 급증세를 나타냄으로써 장차 서비스업 종사자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른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 55∼66세 연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7%로 OECD 전체 회원국 평균치 53.1%와 유럽연합 15개국 평균치 44.6%보다 크게 높다. UN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국민의 중간 연령은 45.6세로 미국 38.3세를 능가하고 2050년에는 53.9세로 세계 최고인 일본을 능가하는 최고령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최근 세계적 언론에서도 한국은 더 이상 역동적인 호랑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선진국에 비해 그만큼 사회보장 제도의 적용 범위와 강도가 미약하여 고령층의 경제적 생활 근거가 주로 본인들의 직접적인 노동의 대가에 기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른 현실을 감안하면 고령층 노동력을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가 체계화될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노동구조의 중요한 변화 동인이 된다. 2003년 청년층 실업률은 7.7%로 전체 실업률 3.4%의 2배를 크게 상회하였다. 1993년∼2003년 총 취업자 수는 연평균 1.4% 증가한 반면, 청년층 취업자 수는 오히려 연평균 1.4% 감소했다. 2000년에 18만 8,000명(전년 대비 4.0%)이 증가한 경우를 제외하면 1996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청년층의 고용 감소 현상이 단지 경기 침체의 영향만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라 청년 노동력 수요량과 수요 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통신 기술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의 급속한 발달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과 경제활동 영역을 확대시킬 것이지만, 특정 분야에 집중된 노동력 공급은 결국 전반적으로는 높은 실업률을 야기할 것이다. 미래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상품 수명 주기도 단축됨에 따라 기업이 단기적인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 청년 인력보다는 즉각적인 활용이 가능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소수 핵심 인력양성에 집중할 것이므로 신규 청년 인력의 취업난은 향후에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여성 인력의 비중 증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OECD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 15∼64세 여성의 취업률은 53.0%로 OECD 회원국 전체 평균(55.4%)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70% 이상 수준이나, 미국(66.1%), 영국(66.3%), 스위스(71.6%), 일본(56.5%)의 경우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과거에는 육체적 노동에 의존한 산업 활동이 중심이 되었으나 미래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컴퓨터가 모니터나 스크린 앞에서 두뇌를 사용하는 일 중심으로 산업 활동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 인력은 육체적 활동의 열위에서 벗어나 활동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특히 정보 통신 산업의 발달로, 근로형태의 유연화가 보편화되어 기혼 여성이 자택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어 경력 단절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인력이 경력 단절로 인하여 단순 서비스업 활동에 집중되어 온 현상은 구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미래 노동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저성장 고실업 시대의 취업자와 실업자 사이의 단절뿐만 아니라 지식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 사이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지식 기반 경제로의 이행이 촉진됨에 따라 지식과 정보의 파급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습득 비용도 감소할 것이므로 지식 근로자의 수요와 공급 여건은 크게 호전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지식 근로자의 비중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증대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반 근로자가 지식, 정보 및 기술의 구조적 전환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연륜을 쌓으면 자연적으로 고숙련 직무를 수행하면서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 새로운 노동시장의 흐름에서는 지식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가 완전히 상이한 직무 구조에 소속되므로 양자 간 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활용과 연결된다. 산업 사회의 주된 특징이 되어 온 ‘성실한 다수 일반 근로자’는 전문 지식 노동자로 거듭나지 못할 경우 로봇 또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단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주변부는 잔존할 수밖에 없고 저임금 고효율의 경제논리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자유로워질 경우 기업이 저임금 국가로 이동할 유인력은 감소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활용은 일자리 양극화, 실업 증대, 사회 복지 재정의 증대, 비경쟁 산업부문의 주변부화 지속 등 노동시장과 경제정책의 다양한 고민거리와 연계되어 있다.

Ⅲ 미래 일자리와 삶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를 고려할 때 미래 사회의 일자리는 새로운 노동 문화에 의해 창출되고 소멸될 것이다. 일자리는 단순히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수준을 초월하여 삶의 다양한 목표와 방식과 결합되어 복합적인 스펙트럼으로 나타날 것이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약된 직장과 노동관계가 물리적으로는 완화되고 해체될 수 있을 것이나 계약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정신적 상호의존성은 강화될 것이다. 이를테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재택근무는 노동의 의미와 노동 계약 이행의 원칙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뢰와 책임의 노동관계를 보다 강하게 요구하는 노동 방식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특성은 거시적 사회 경제 여건의 변화와 경제 조직 구성원들의 새로운 가치관과 행동양식에 의한 미시적 여건 변화를 통해 고찰될 수 있다.

미래 일자리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들 가운데 하나는 프로젝트 단위의 임시 또는 한시적 계약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약이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직업의 형태가 해체되고 프로젝트의 여건에 따라 필요한 전문 인력을 인력 풀(Pool)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탄력적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다. 근로자로서도 반드시 기업 조직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노동시장에는 업무 수행이 적임자를 찾는 프로젝트들이 항상 공급될 것이다. 기업이나 근로자나 일거리에 따라 서로 ‘헤쳐모여’하기에 익숙해질 것이며, 이는 최적 선택의 노동계약 형태로 활용될 수도 있다. 현재 이미 한국 기업들의 전문 프리랜서 의존율은 약 23%에 이른다. 비핵심 부문의 외주화가 보편화되고 대신 외주 관리 역량이 강조되는 추세도 프로젝트 단위의 노동계약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삶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과 도전의식이 강해지는 동시에 보다 매력적인 일자리를 찾으려는 ‘유랑자’의 긴장감과 자유로운 불확실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노동의 지식 정보화는 복합 지식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이제까지처럼 단순한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 이질적인 기술이 융합되고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글로벌화 되는 시대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복합 지식 전문가에게 개방될 것이다. 특정한 전문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그 전문성을 응용할 수 있는 관련 분야에도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근로자가 주축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로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 모여 일하는 물리적 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일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직장의 기능을 대체할 것이다. 일의 네트워크를 통한 근로방식은 ‘일자리의 유연화’ ‘일인 기업’ ‘원격생활’ ‘노동력 수급의 세계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일과 삶이 융합되어 가고 여가에 대한 자율권이 확대됨에 따라, 근로자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일에 몰두하기 보다는 일의 접근성, 지속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가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 경쟁구도에서 국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이익 극대화를 위한 노조활동은 약화될 것이고, 저성장과 노동 대체 기술 혁신으로 일반 근로자들의 일거리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노동력이 초과 공급되는 상황에서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근로자는 상대적 빈곤에 직면하여 이러한 노동 강도를 수용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사회복지 증대, 생산성 향상 및 실업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일률적으로 더 이상 확대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근로자는 노동시장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일을 위한 투자를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근로 복지 후생 체계는 일자리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평균화된 직장 단위에서 차별적인 개인화 또는 사회화로 환원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 근로자는 개인연금이나 보험의 비중을 증대시킬 것인 반면에, 노동의 유연화, 일자리 이동과 대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층은 직장의 개념이 해체됨에 따라 사회적 복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바가 커질 것이다.

Ⅳ 2020년 노동시장을 향한 준비

2020년 노동시장의 여건은 국내 및 세계 경제의 변화 흐름과 연계되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추세를 고찰해 보면 약 15년 후 노동시장은 구조적 변혁을 나타낼 것은 분명하게 보인다.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배적인 흐름에 어떻게 대비해 나아가느냐는 문제이다. 정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선진국 형 경제체제에서 저성장 구조를 극복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국민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노동 대체 기술 혁신의 흐름은 돌이킬 수 없으나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일자리 소멸 추세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 성장 동력 산업 육성책은 특정 기술 중심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상호 시너지 기대효과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통합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미래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단계적으로 제시하여 기업과 근로자가 합리적으로 대응해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구 분포, 산업구조, 노동력 수급 체계, 직업 비전, 대외 개방화, 교육 체계, 정보통신 체계, 사회복지 체계 등에 대한 변화 동인과 추진 계획을 일관성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실업 증대에 대한 유효한 복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 양극화는 상대적 빈곤층을 양산할 것이며, 고령층 증가와 청년 실업자의 증가도 사회적 복지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공공복지 수준의 향상은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으므로 상승적인 보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은 삶의 주체이다. 일자리 해체와 재구성의 흐름은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근로자 개인은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에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개인에 따라 삶의 질이 양극화되는 구조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차별화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자기 변화에 강하고 노동력의 상품화에 유리한 전문지식 보유 근로자에게는 일거리가 누적될 것이나 단순 노동에 의존하는 일반 근로자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와 일자리 확보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교육 과정에서부터 직업 비전을 설정하고 노동력의 지식 정보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식정보화는 가속화되는 반면에 사람에 체화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은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노동력의 상품화는 개인의 장기적 계획과 투자로 추진되어야 한다. 물론 개인이 노동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변화 방향을 선점하여 직업 비전을 세워 나아가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지만 개인이 일자리 양극화 구도에서 선택의 여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미래 노동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복합 지식 근로자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전문지식 습득은 필수적이며 인접 분야 지식과 경험 습득도 병행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보다 효율적인 학습 컨텐츠는 무제한적으로 제공될 것이므로 학습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관건은 개인의 동기부여, 생애 비전 및 노동 의지이다.

셋째, 미래 대부분 일반 근로자는 복수 근로 행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화됨에 따라 이종 근로형태의 확산에 따른 대비책이다. 전통적인 1인 1직장 또는 1인 1근로형태가 와해되고 한 사람이 복수의 직장 또는 근로행위를 수행하게 될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를테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사회적으로 확산된 퇴근 후 야간 부업 활동이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며, 주말 또는 휴일에는 시간 근로제를 활용한 추가적인 노동활동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 경우, 상이한 직종, 직무 또는 일을 본업과는 무관한 이질적인 노동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개인 수명 연장에 따라 고령층으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층 증가로 유효 노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년퇴직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생애주기로서는 비경제활동 기간이 훨씬 길게 연장된다. 근로자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비정규직으로 경제활동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전문 활동 범위를 개발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노동력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Ⅴ 선교전략 2020의 방향

미래 일자리 구조가 변화한다면 개인의 삶의 형태와 의식도 상응하여 변화할 것이다. 선교의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인가에 따라 보다 효과적인 선교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1) 전체사항: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나?

선교는 한 사람에게 다가서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에게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그를 하나님의 나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랄 수 있다. 관건은 미래 사회가 더욱 분주해지고 기계화되어 갈 때 어떻게 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2020년 선교전략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이다. 먼저 선교 여건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즉 노동구조와 일자리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 사이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고령자나 청년이나 여성들의 취업 경쟁도 가속화됨에 따라 개인이 감지하는 근로여건과 사회 경제적 환경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 근로자는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또한 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보다 훨씬 분주한 일정에 따라 행동하게 될 것이다.

둘째, 선교 주체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목회자 중심의 선교보다는 일반 성도(평신도)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평신도의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 대상이 되는 일반 대중의 사회 경제적 여건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낯선 군중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기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므로 일을 통해 일대일 대면이 가능한 평신도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 선교 형태의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자리 변화에 따라 경제적 삶의 양식이 변화하게 되므로 이에 부합하는 선교 형태와 전략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2) 선교전략: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

일자리 변화와 연관된 선교 방식은 직장이 아닌 직업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보다 유효할 것이다. 오늘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직업별 선교 조직은 의사, 변호사, 기업인 등 특정 전문 직종에 국한되어 있으나 향후에는 모든 직종 또는 모든 직업으로 보편화되어야 한다. 근로자가 직장보다는 직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선교전략도 이러한 흐름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온라인 신앙상담의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 일상적인 활동은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신앙적 고민과 해결 방식도 이러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선교와 신앙생활은 인격적 만남이어야 하므로 온라인 선교 또는 신앙상담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격적 만남을 시작하거나 단절을 재기하는 촉진제의 기능으로는 온라인 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결코 환경의 변화에 휩쓸려서는 안 되겠지만, 외면할 수 없는 변화라면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 대상 선교전략도 체계화되어야 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노동시장도 개방되고 국제적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므로 특히 극내에 단기적으로 체류하거나 장기적으로 정주하게 될 외국인에 대한 선교는 세계 복음화의 효과적인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저개발 국가로부터 국내에 온 유학생의 경우 본국으로 들어가면 사회 지도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에 대한 선교는 곧 해당 국가에 대한 견실한 선교 기지를 확보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김태황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프랑스 파리 제10-낭떼르 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백석대학교 국제통상학 주임교수 역임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사)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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