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정은 3대 세습 이후 北 체제를 전망한다

“北 총체적 붕괴 가능성 낮아…불안정한 지속가능 체제 될 듯”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북한의 정세변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제’란 주제로 북한 체제를 전망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진한 기자

진보 교계가 김정은의 3대 세습 이후 북한 체제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북한의 정세변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제’란 주제의 세미나가 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의 주최로 열린 것. 김정은 후계구도가 확정된 이후 아직까지 교계에서 이렇다할 공식적인 입장표명이나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이날 논의에서는 북한 체제의 총체적 붕괴 가능성보다는 중·단기적 관점에서 '불안정한 지속가능한' 체제임에 참석자들 다수가 동의를 했다.

이화여대 이승렬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조민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는 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시장화 확장 추세, 후계세습과 체제유지, 북·중 혈맹 관계 회복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의 배급 시스템 붕괴로 우후죽순 처럼 자라난 북한 내 시장화 현상에 대해 조민 박사는 "북한 사회는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신흥 상인계층의 성장, 농민층의 자립기반 확대, 권력기관의 구조적·체계적 부패, 국가자산의 횡령·은닉, 상인과 권력층의 결탁(시장과 체제의 결탁) 등의 현상이 심화되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에 덧붙여, 조민 박사는 "이런 현상은 국가체제 밖에서 자생적 경제기반을 확립한 시장친화적 세력이 성장해 온 과정이자 '안으로부터' 체제 자체가 해체·화해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화 추세는 불가역적 현상"이라고 강조한 조민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초보적인 시장화가 개혁 개방에 따른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시장하는 생산 부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유통 부문에서 활발한 교환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는 시장화 형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교환 경제는 대부분 중국 상권과 중국 상품에 의존하면서 북한 경제의 대중예속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교환 경제에 의존한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대중의존도만 심화된다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10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중무역 비중이 2008년에 73.0%를 차지했다가 지난 해 남북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무역에 34억 1천 4백만 달러 중 대중 무역액은 26억 8천만 달라로 78.5%를 차지했다. 조민은 "이처럼 북한의 중국에의 무역의존는 중국에의 예속 단계라고 할 만하다"고 평했다.

이어 북한의 세습체제와 관련해 조민 박사는 "북한이 '밀어붙이기 식' 세습후계를 단행함으로써 후계자론의 핵심인 '혁명 전통 계승'의 정당성과 명분은 내동댕이쳐졌다"며 "그런 점에서 후계자의 군권 장악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며 혁명 2,3 세대에 대한 후속 인사사업은 북한 내부 갈등이 점화되는 계기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민 박사는 "지금까지 북한에는 어떠한 파벌도 없었다"면서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후계구축 과정에서 파벌 형성이 예상된다"고 밝혀 북한의 정치적 안정이 김정일 후견의 지속성 시한 그리고 세습후계자의 권력 장악 역량에 달려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조민 박사는 아래로부터의 민중혁명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일반적 유형과는 달리 아래로부터의 민중혁명의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철저한 감시·통제체제 아래서 군부 쿠데타 발생도 기대하기 무척 힘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미 동맹 강화에 따른 북·중 관계를 분석하며 차후 북·중 혈명관계가 회복됨에 따라 한반도 통일의 문제가 현재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에 맞딱드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끝으로 조민 박사는 "시장화의 확산 속에서 인민경제 상활의 회복 가능성과 함께 대외관계 차원에서 북한체제의 내구력이 증대된 측면도 있다"며 "경제(시장화), 정치(후계체제) 그리고 대외 관계 차원에서 불안전한 내부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고 밝혔다.

이날 ‘평화와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심포지엄에는 조민 박사 외에도 박순성 박사(동국대)가 ‘북한 정세, 한반도 통일, 한국의 시민사회’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와 서보혁 박사(이화여대)가 논찬을 맡았고, 이은태 목사((사)참된평화를만드는사람들 이사장)가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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