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강자 위한 세계질서와 생명 파괴 행위 반대”

NCCK, 총회 선언문서 G20·4대강에 공식 입장 표명

▲15일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열린 NCCK 제 59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회원 교단 총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당초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던 NCCK 제 59회 정기총회가 폐회예배와 함께 총회 선언문을 채택, 공표함으로써 총회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총회 주제와 동일한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선언문에서 NCCK는 교회의 시대적 과제를 생명을 살리는 일로 정하고,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NCCK는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고 명령하신다"며 "이는 교회와 인류 공동체 모두에게 주어진 보편적인 하나님의 지상 명령이다. 이제 우리는 지구 생명공동체를 살리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신앙과 순종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근현대 한국사를 형성하는 데 있어 그리스도교의 역할을 되짚어 본 NCCK는 교회가 시대적 과제에 충실했던 점을 강조했다. NCCK는 "한국교회가 선교초기부터 복음전도의 선교 사역 외에도 3·1 독립운동을 위시해 개화기의 교육, 의료, 문화 사업은 물론 민주화 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 통일운동 그리고 환경운동과 최근의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해 사상과 이념, 종교간 차이를 넘어서는 협력에 앞장서 온 이유도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과 순종의 행위였다"고 했다.

동시에 개교회주의, 배타적 선교, 교회 성장제일주의, 교회 세습 문제 등 교회 내 부적절한 모습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종교간 갈등에 대해 "한국사회의 미래를 점차 어둡게 만드는 종교간 갈등의 조짐에도 우리의 성숙하지 못한 자세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NCCK는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음은 다양성 속에서 모두를 일치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함으로 교회 역시 새롭게 갱신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생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갱신이며 세상의 갱신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구체적 활동 계획을 알렸다. NCCK는 먼저 "세계 유일의 분단의 땅 한반도에 위치한 한국교회는 평화와 통일이 한민족의 민족적 사안만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조성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한국교회의 선교 과제임을 인식했다"며 지난 25년 이상 세계교회와 연대하며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평화통일을 향한 선교적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정상들이 합의한 6.15 성명과 10.4 선언이 마치 휴지조각처럼 파기됐다며 오늘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간 군사적 충돌과 전쟁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NCCK는 "평화의 길은 정의의 길이요,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라며 "정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바르게 하고, 삼라만상의 관계를 올바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실현되며 올바른 관계 속에서 비로소 모든 생명은 충만한 평화에 이르게 된다"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있어 평화 통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잠시 주변으로 밀려났던 민간 참여적 통일운동, 어린이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여성들과 소수자들이 주축이 되는 대동의 한마당을 펼칠 것이라고 NCCK는 선언문을 통해 전했다.

NCCK는 "이 일은 세계사적으로 식민주의와 냉전으로 인한 아픔을 청산하는 길이며 민족사적으로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고난을 넘어서는 일이고, 교회사적으로는 남북의 교회가 정의로운 평화의 비전을 가지고 화해와 상생의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또 G20, 4대강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정의로운 경제를 위해, 생명이 충만한 창조세계를 위해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인간과 자연이 소외된 채 소수를 위한 경제, 강자를 위한 세계질서를 반대하며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고 했다.

G20에 대해 NCCK는 "이번 정상회의는 강대국 중심의 경제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 그리고 생태계 위기를 야기하는 경제의 어두운 면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며 "경제 위기를 넘어서는 가장 좋은 방안은 지구경제의 효율성보다는 생명공동체의 지속과 보전을 위한 도덕성을 앞세울 때 비로소 그 단초를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4대강에 대해선 "이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생명의 젖줄인 하천의 고사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생명의 우주적 차원을 잃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오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우리는 이를 죽임의 사업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끝으로 선언문을 통해 NCCK는 "교회가 '생명의 길'을 열지 못하면 교회 역시 하나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국가 역시 생명공동체 존속을 위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현실을 몰아 간다면 많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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