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로 불거진 인권위 내분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현병철 위원장이 돌연 방향을 바꿔 16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공식 문건을 발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현 위원장은 이 문건에서 "우리 위원회는 헌법의 정신과 가치, 자유와 인권 보호의 원칙,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오로지 국민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전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저는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소임을 변함없이 충실히 수행하고 우리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이어 "아울러 저는 앞으로도 위원회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퇴 촉구를 일축했다.
앞서 그는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치임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며 "그런 만큼 우리 위원회는 매 사안마다 치밀한 준비와 각 위원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심사숙고하여 합의제 의결기구의 정당한 의견 절차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인권 관점에서 토론하고 판단하고자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특히 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으로부터 추천받아 임명된 11인의 인권위원들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전하며 인권위가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현 위원장에 대한)상당수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사퇴 촉구 등을 의식한 듯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이 외부의 일방적 비난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또 사회적으로 지난(至難)한 문제에 대해 위원회에 급박한 결정을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압박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위원회의 독립성은 정부 뿐 아니라 어떤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 223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위원장이 인권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 데에는 현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 정책에 있다"고 주장해 인권위 독립성 그리고 현 위원장을 둘러싼 사퇴 논란이 안갯속으로 빠져 들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