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민청학련 KSCF 관련자 무죄확정 감사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이날 감사예배에서 ‘겨자씨와 민청학련’이란 주제로 설교를 맡은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여러분은 한국사회 민주화의 겨자씨, 민주화의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였다"며 "권위주의적이며 봉건적인 왕권 정치라는 엉겅퀴와 가시나무 그리고 잡풀 사이에 뿌려졌지만 겨자씨는 자라났고,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화의 길, 생명·평화의 길을 걸어온 겨자씨가 이제 큰 나무가 되어 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의 열매를 맺는 나무로 커졌다"며 "여러분의 고난의 세월이 결코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다. 여러분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행진이 만천하게 널리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서 박사는 덧붙였다.
이어 NCCK 김영주 신임총무는 "(이번 무죄확정 판결은)그 어떠한 권력도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회복하려는 숭고한 노력을 꺾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여러분이 한알의 밀알이 되어 (민청학련 사건을 통해)한국교회의 깊은 예언자적 전통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NCCK가 나아갈 방향의 지표로 삼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축사를 한 강문규 선생(전 KSCF 이사장)은 "이번 민청학련 무죄확정 판결은 역사는 진실을 덮어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케 했다"며 "민주화 운동의 등대 역할을 맡은 여러분은 민주화 운동에 큰 획을 그었다"고 말했다.
특별 참석한 Victor Hsu 박사(전 WCC-CCIA 총무)는 "80년을 전후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나라를 사랑함과 동시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예배에서는 안재웅 박사(전 KSCF 총무, 호서대 겸임 교수)를 포함한 민청학련 KSCF 관련자들이 참석자들 앞에 서서 한명, 한명 민청학련 당시 죄목 등을 회고하는 등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KSCF 권진관 현 이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974년 민청학련 사건 당시 자신이 내린예비음모 혐의로 붙잡혀 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사건은 민청학련의 관련자 180여 명이 유신 정권 반대 유인물을 배포하자 당시 정부가 긴급조차 4호를 선포, 주동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무차별 검거한 데서 기인한다.
공산정권의 수립을 위해 민청학련이란 반국가단체를 구성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내란을 음모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180명 중 비상군법회의에서 8명이 사형 등의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관계자들은 30여년만에 ‘학원 자율화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 내란을 모의한 사실이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지난 9월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예비음모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모의를 했다는 진술을 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영장도 없이 체포돼 수사기관의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며 한 자백으로 임의성이 없어 증거 능력이 없다. 법원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사명이 있으나 36년 전 그러한 사명을 다하지 못했고 재판 자체가 인권침해의 수단이 됐다. 법원을 대표해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이날 예배를 주관한 민청학련 KSCF 관련자 무죄확정 감사예배 준비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무죄확정이 판결된 인사들은 김경남, 김형기, 나상기, 서경석, 신대균, 안재웅, 이광일, 이원희, 이재웅, 이종구, 장영달, 정명기, 정상복, 최민화 등이며 계류중에 있는 인사들은 권진관, 구창완, 김효순, 라병식, 박형규, 서창석, 윤관덕, 이종원, 황인성 등이다. 재심 재판을 청구하지 않거나 못한 인사들로는 김동길, 이직형, 고 김찬국, 고 정문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