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동교회에서 2010 기독교문화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감신대 심광섭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미학의 시대, 기독교 미학을 말한다: 예술과 그리스도인’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중세 신학자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가 ‘지성을 찾는 신앙’ 을 주창한 이후 신앙에 있어 지성과 달리 노골적으로 배제돼 온 감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한 신학자의 주장이 진보, 보수 신학자의 이목을 집중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예술과 신학의 접목을 시도하는 신학자 심광섭 교수(감신대 조직신학)는 지난 20일 경동교회에서 기독교 미학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실천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2010 기독교문화 학술심포지엄에서 "안셀무스 이후, 신학과 교회는 1,000년 동안 이 명제를 금과옥조로 받들면서 성서와 교회를 통해 전승된 기독교 신앙을 개념적이고 지성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며 해석하는 데 일방적으로 주안점을 두었다"면서 "기독교 신앙은 공동체의 교리적 진술에 치우쳐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윤리적이 됨으로써 공동체의 감성을 소홀이 하거나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미학의 시대, 기독교 미학을 말한다: 예술과 그리스도인’이란 주제로 발표한 심 교수는 새로운 시대에 펼쳐나갈 신앙으로 ‘아름다움을 찾는 신앙’ ‘감성을 추구하는 신앙’ 나아가 ‘광적 감성의 신학’을 추천했다. 그는 "나는 기독교 미학의 새로운 명제로서 “아름다움을 찿는 신앙”(fides quaerens pulchrum)을 제시한다"며 "이 명제는 안셀무스의 명제인 “지성을 찾는 신앙”(fides quaerens intellectum)을 보완하고 넘어서 신앙의 구체성과 초월성을 동시에 드러내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기독교 미학을 신학적 미학과 미학적 신학으로 구분한 그는 신학적 미학은 한 그리스도인이 예술과 실재(實在)의 미적 차원을 바라보는 방식 즉, 예술과 미적인 것은 기독교 신앙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탐구하는 분야로 정의했으며 미학적 신학은 예술적 사유를 통해 기독교(기독교 신학)를 알고 표현하는 과제를 담당한 분야로 정의했다.
심 교수는 기독교 미학이 갖는 근원적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영적 감각’이란 개념부터 먼저 설명했다. 이는 기독교 미학이 영적 감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심 교수의 인식에 기인했다. 그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행위에 대한 모든 가르침과 교리들 중 어느 것도 반 경험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하나님은 세계 안에서 행동하였고, 행동하고 있으며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세계 안에서 경험가능하고 경험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르겐 몰트만이 아우구스티누스의 “내가 하나님을 사랑할 때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 것입니까?” 라는 물음의 대답을 변형시켜 답한 것에 심 교수는 "몰트만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온갖 피조물 속에서 모든 감각들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임을 강조한다"며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해 내면적 인간 영혼의 비좁고 견고한 달팽이 집 속으로만 들어갈 것이 아니라 인간 영혼 바깥으로 나와 찬란하게 펼쳐지고 끊임없이 생성하는 삼라만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하는 감각들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사랑하는 접촉점을 찾으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찬란하게 펼쳐진 삼라만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하는 감각들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심 교수는 그 열쇠가 다름 아닌 '영적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미학에서 감성의 복권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이유는 신적 실재를 머리로 생각하고 상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신앙의 생동성과 역동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라며 "신학은 전통적으로 거론되었던 영적 감각을 통해 감성의 복권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리 형성에 주안점을 둔 계몽주의와 근대화 이후의 신학과 교회에 대해 심 교수는 "지적인 교리의 형성(정통 교리), 성서에 대한 역사-비평적 분석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행동(정통 행위)에만 지나치게 전념함으로써 전일적(全一的) 기독교 영성 형성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인간, 자연 및 우주의 전체성은 큰 이야기나 이성적 체계로써만이 아니라 작은 이야기, 느낌과 체험, 곧 미학적 감성을 통해 감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기독교 미학의 가능성에 대해 "기독교 미학의 힘은 성령 안에서 역사하는 감수성과 상상력, 이성을 해방하여 기존 리얼리티의 독점을 타파하고 하나님 나라 곧, 새 하늘과 새 땅을 꿈꾸는 데 있다"고 말했다.
논찬한 보수 신학자 총신대 신국원 교수는 "지금까지의 신학이 이성주의와 탐미주의적 미학에 의해 제약되었던 점을 적시하며 이를 보정하기 위해 '기독교 미학'이 필요함을 말함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해 참석한 관계자들의 주목을 모았다.
시의적으로 기독교 미학 재발견의 필요성에 공감한 그는 그러나 "이런 필요에 응답하여야 할 시의성은 인정하되 그로 인해 통전성이 훼손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에 함몰될 위험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심 교수가 감성적 신학 또는 신앙과 신학의 감성적 차원의 회복이라는 시의적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옳으나 그 의제에 함몰될 위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문화선교연구원과 NCC문화영성위원회 등이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최태연 교수(백석대), 정시춘 교수(실천신학대학원), 윤성은 박사(한양대) 등이 각각 △기독교예술의 존재이유 △이 시대 우리의 교회건축을 생각한다 △한국기독교영화의 미학적 과제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