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북노회 소속 송암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제 95회 정기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종성 목사, 이하 기장)가 5인 위원으로 구성되는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를 만들기로 했다. 신천지가 기승을 부려 목회 현장에서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강원노회측이 헌의한 안건이 25일 송암교회에서 열린 제 95회 총회 정기 실행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받아들여 진 것.
이 안건을 논의함에 있어 실행위원들은 먼저 이대위의 성격을 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는 "교회 내 이단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대위를 상설기구화 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강원노회측의 한 관계자는 "(이단 문제가)신학적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당장 목회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만큼 급박한 대처가 절실하다"고 말해 배 총무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교육국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한 실행위원은 "이제껏 때마다 이단 문제에 관해 교회와 사회위원회 그리고 목회신학연구소 등에서 연구하고 대처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건도 관련 부서에 맡겨 처리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 이 실행위원은 또 이대위가 상설 기구화 되는 것을 우려하며 "(이단성 유무를)현미경으로 자꾸 들여다 보면 이단 아닌 것을 이단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위 상설화에 따른 교권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이대위 상설화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증경총회장 임명진 목사는 "제 95회 총회 법제부가 결의한 사항을 따라 이대위를 구성하면 되는 것"이라며 "상임위원회로 둘지 특별위원회로 둘지는 다음 총회 때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으며 실행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결국 임 목사의 제안이 최종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목회신학연구소, 교회와 사회위원회 등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5인 위원회가 총회장 김종성 목사의 추천으로 가까운 시일내 구성될 전망이며 이들은 이대위란 이름으로 활동, 다음 총회 때 보고할 관련 규칙 및 시행 세칙들을 만들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된 이대위 신설을 두고, 교단 관계자들 사이엔 엇갈린 의견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헌의안이 일선 목회 현장을 이단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발상에서 제기됐으나 대책 없이 받아들여진 감이 없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중대 사안 중 하나인 위원회 신설과 관련해 규칙이나 세칙 등의 개괄적 검토가 없었던 것은 ‘대책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또 창립 당시부터 교권화를 거부해 온 기장의 전통과 상반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대위는 성격상 배타성을 띠고 있어 통상 이를 운영하는 교단에선 교권의 핵심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억울하게 이단 정죄를 받은 김재준 목사로부터 자극을 받은 기장은 이제껏 교단의 교권화를 배격해 왔다. 교권을 경계하는 이런 전통이 이대위 신설을 전후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총회 실행위원회는 이대위 신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단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목회 일선의 현실적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대위를 상임위로 할지 특별위로 할지 교단 내부에서 여전히 분분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장의 전통성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교단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