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하나님의 교회에 종대를

장순기 집사 편(완결)

본지는 계간지 『말씀과 교회』 가을호의 목회연구위원회 특집 편을 기장신학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싣는다. 역동적인 교회 목회 현장을 생명, 꿈, 말씀, 지역사회 등등 다양한 테마로 엮어 낸 이 글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목회 사례로 제시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기장목회신학연구소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영암 청운교회에 교회건축기금 약 5억원을 헌금하여 교회당을 건축하도록 한 장순기 집사(부인 채정자 집사)의 미담을 듣고, 이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교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 그를 찾았다.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하다

청운교회에 부인 채집사의 부모가 출석한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 같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장집사는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의 권유를 받고 천주교회에 처음 나가 신앙생활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장성해서 군에 갈 때까지 열심히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치 야곱이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의 천사와 밤새도록 씨름하다가 그에게 허벅지 관절을 맞고 ‘이스라엘’이라는 복된 이름을 얻었듯이, 그는 군 제대 1주일을 앞두고 허리를 크게 다치는 불의의 사고를 통해 놀랍게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가 1964년 8월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며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서원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허리를 다쳐서 하나님 아버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면, 꼭 하나님의 교회에 종대를 세우겠습니다.

그가 45년 전에 하나님께 교회 종대를 세우겠다고 했던 약속은 교회당을 세우는 것으로 더 창대하게 이루어졌다. 청운교회가 하나님께 봉헌되는 날, 그는 교회당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차임벨을 울렸다. 차임벨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겠는가? 그날 그는 감사헌금으로 1,000만원을 봉헌했다.

장순기 회장

그는 현재 세 곳의 보훈병원 장의사를 운영하고 있고, 그의 자녀들은 군납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서울 상도동에 상도 의용촌을 세우고, 파주에는 500평 정도 되는 인쇄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불편한 몸으로 정부 입찰을 받아 해야 하는 인쇄사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 보훈병원 장의사업을 인수하게 되었다.

그는 언제나 하나님께 이 사업체들이 자신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 사업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보시기에 믿음직한 관리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그래서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많은 형제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고향 체육회 회장직을 맡아 노인회의 효도관광, 게이트볼 등등 이곳저곳에 1-2억씩 후원을 하고 있고, 군에서 순직한 군인 미망인들을 위해 피복 공장을 세우고 그곳에 해마다 3-4억씩 지원하고 있다. 그는 피복 공장 직원들이나 장의사 직원들을 단순히 남이 아니라 동생이며 가족들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전에 천막에서 살았을 때를 생각하며, 지금은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밖에 다른 기도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장의사업을 시작할 때 국민들이 바가지 쓰지 않는 장의문화를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30만원짜리 수의는 33만원 정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600만원에서 700만원 드는 장례비용이 장회장의 장의사를 이용하면 80만원에서 100만원이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게 했더니 오히려 사업이 번성해지고, 전에 사장이 할 때보다 3배의 매상이 오르더라는 것이다. 기존 장의업체 관행은 만약 새벽 12시 5분에 장의사에 들어오면, 새 날로 치는데, 장회장은 그냥 5분전으로 쳤다고 한다. 5분 때문에 하루치를 더 받는 다면, 유족들이 얼마나 억울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장의업계 최초로 시간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는 다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한다고 했다. 먹고 살 돈은 회사에서 충분히 줄 것이니까 팁도 받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종대에서 교회당으로

그가 1년에 교회에 내는 헌금은 3,500만원이다. 부인 채집사가 어떻게 당신 다니는 교회에만 헌금을 하느냐, 시골 어려운 교회에 헌금을 하면 안 되겠냐 해서, 출석하는 교회에 2,000만원을 내고, 1,500만원은 이곳저곳에 나눠서 헌금을 한다고 했다. 언젠가 채집사가 자신이 직접 어려운데 도우면 안 되겠냐고 해서 300만원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 전에도 간간히 시골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명절 때 20만원씩 주었기 때문에, 그것이 하나님께서 하고 싶으신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은 300만원을 전달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했더니, 전도사님이 교회를 나가신다고 해서 새로 오실 분에게 전달하려고 그냥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모님 생신이 3월인데, 그때 청운교회에 가서 송전도사님을 만나고 헌금하였던 것이다. 송순호 전도사님이 같은 기도를 몇 달이나 했다는 것이다. 이 교회당 지붕이 새는데, 200만원만 축복해주세요라고. 그는 송전도사가 기도한 것보다 100만원이 더 생겼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는 생각이 팍 들면서 갑자기 가슴이 찡해졌다고 했다.

교회당 건축이야기는 채집사가 두 번째로 청운교회에 300만원을 헌금하고 난 뒤에 진행되기 시작했다. 장집사는 인생 마지막쯤 1억이 되든지, 100억이 되든지 노회에 의뢰해서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곳에 교회를 지을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시골이면 10교회, 20교회도 지을 수 있고, 서울에 지으면 교회 하나 제대로 못 지을 수 있고. 그런데 그렇게 멀리 내다보지 말고, 부모님 계신 고향에 교회를 지으면 어떨까 하는 채집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채집사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그는 청운교회에 넓은 땅을 사서, 건축비용을 걱정하지 말고 교회를 크게 지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청운교회 형편에 따라 대지 147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아름다운 교회당을 짓게 되었다. 총공사비는 약 5억이 소요되었다. 더 감사한 것은 장집사의 아들 장승우 집사가 청운교회에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큰 글 성경 100권을 기부한 일이다. 교회당을 헌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집사는 송전도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교회가 지금 옛 교회당을 교육관으로 쓰고, 마당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데, 땅주인이 그 땅을 교회에 팔겠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가 돈이 없어 급하게 선처를 구하는 전화였다. 그는 흔쾌히 그 땅을 사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땅은 대지 729평에, 평당 3만5천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헌당식 날 교회에 헌금한 1,000만원을 송순호 전도사가 옛 교회당 터를 구입하려는 목적에서 그대로 은행에 저금해 두었기 때문에, 1,551만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되었다. 그는 처음에 교회주변 땅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운 판에 마침 연락을 받아 기쁘게 헌금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살아보니까 내 것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욕심을 부리는데, 하나님 말씀대로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 것이 아닌가.

장집사의 소망

인터뷰를 마치며 45년 만에 기도를 이루신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장집사는 다음과 같이 담담히 속말을 풀어낸다. 저는 사람들이 다 하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께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죽음과 삶에 대해서도 편하지요. 다만 하나님 일을 다 하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제 욕심이 있다면,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이지 죽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엄청나게 보고 싶어요. 나도 시간이 되면 가는 거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것을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하고 사니까 세상이 편해요. 재물에 욕심부릴 것도 없고, 제 능력에 비해 많은 것을 얻고 누렸으니, 이제 사회에 환원을 해야지요. 지금 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요. 장집사와 채집사 두분 내외 위에, 그리고 모든 자녀들과 사업 위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시길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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