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빵과 고기의 대결에서 그리스도인이 이긴 까닭은

제 137차 월례포럼서 한신대 외래교수 우진성 박사 강연

▲발제하는 우진성 박사(한신대 외래교수). ⓒ김진한 기자
로마와 기독교의 정체성(Identity) 충돌을 제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신학자 우진성(한신대 외래교수)이 ‘황제숭배’에 쓰여졌던 고기와 ‘성만찬’에 쓰여졌던 빵의 대결에서 결국 그리스도인들이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려 이목을 끌고있다.

29일 오후 7시 서대문 한백교회 안병무홀에서 ‘황제의 고기 vs 그리스도인들의 빵’이란 주제로 열린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제 137차 월례포럼에서 이 같이 밝힌 우진성 박사는 먼저 로마와 기독교. 두 제의의 일반적, 전통적 특성을 설명하고, 이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한 제의는 그 제사장이 로마의 황제요, 그 신학은 ‘pax deorum’(신들의 평화)이요, 그 뒷받침은 로마의 탄탄한 사회 종교적 특권에 기반한 황제의 제의였고, 다른 한 제의는 오직 그들의 주(Kyrios)와 그를 따른 순교자들의 자발적 죽음에 기반해, 제의 참여자들에게 줄 수 있는 사회적 특권은 전혀 없이 오직 영생에 대한 약속만을 줄 수 있었던 성만찬이었다고 했다.

두 제의는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는 비교 불가했으나 공통점도 있었다. 우 박사는 "제물(sacrifice)을 준비하고 이를 ‘신에게 올려드린’(immolation/the eucharistic prayer) 후 ‘재물을 잡아’(동물을 죽임/빵을 뗌) ‘나누어 먹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순서가 공통적이다"라고 했다. 특히 우 박사는 "두 제의에서 모두 상징적인 부분은 하늘로 올려드렸지만 나머지는 제의에 참여한 이들이 먹고 마셨다"고 했다. 결국 두 제의 모두 먹고, 마시는 행위로 완결되었다는 것.

제의의 마지막 행위인 이 나누어 먹는 순서가 고대로부터 종교적 제의의 핵심이라고 분석한 우 박사는 "사실 제의 참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생생하게 그 제의의 신학적 의미가 되씹히는 시간은 이 마지막 먹고 마심의 과정이었다"며 "신께 드려진 제물을 나누어 먹는 순서는 고대로부터 종교적 제의의 핵심이었고, 제사를 받는 신의 특성과 능력에 먹는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길로 인식되어져 온, 제사의 가장 길고 핵심적인 순서였다"고 했다.

때문에 나누어 먹는 대상, 즉 제물의 속성이 중요하다고 본 우 박사는 제물에 관한 종교적 의식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아주 고대로부터 그레코로만 사회에서는 다른 무엇 예를 들어 물고기 같은 것이 아니라, 동물은 신에게 바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제사로 여겨졌음을 여러 사료와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이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 박사는 "성만찬의 메뉴가 단순히 빵과 포도주가 아니었고, 오일, 각종 야채, 소금 등의 여러 음식이 더해졌음을 McGowan의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McGowan이 지적하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절대로 고기를 그들의 제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은 빵으로 고기를 대신했는데 이는 단순한 음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 그레코로만은 물론 유대주의로부터도 벗어나 제 3의 정체성을 형성해 간 그리스도인들의 의도적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어 빵과 고기가 당시 로마 문화 속에 어떤 함의를 갖고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우 박사는 △고기는 피 제사를 상징하고 빵은 피 없는 제사를 상징했는데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가 아니라 영적 존재로 범재신론의 신으로 인식되시 시작하면서부터 잔인한 피의 제사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었다고 했으며 △빵은 일상음식인데 반하여, 고기는 축제음식이었는데 당시 기껏해야 몇달에 한번 먹는 고기와 달리 그리스도인들은 매일 먹는 빵에서 재의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빵은 평등한 음식이었던 반면, 고기는 수직적 신분체제를 반영한 음식이었는데 철저한 사회적 신분을 반영한 고기와 달리 출신지역, 성별,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나누어지는 빵이 주는 매력은 상당했다고 했으며 △빵이 고기보다 훨씬 양성평등적인 음식이었다는 점을 들며 초대교회의 제의가 드려지던 곳이 가정교회였음을 기억할 때, 오히려 이 제의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깊숙히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화가 사회 속에서 의미를 가질 때, 즉 신화가 사회 속에서 보다 나은 가치를 생산해 내고, 보다 나은 의미를 창출해 낼 때, 그 종교는 영향력 있는 종교가 된다고 평가한 Burton Mack를 언급하며 우 박사는 "Mack의 그런 전제는 빵과 고기의 대결 속에 압축적으로 발견된다"며 "그리스도교의 빵은 빠른 속도로 로마제국을 장악해 갔고, 황제의 고기를 물리쳤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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