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문제에 기독교가 개입한다면 그 사상적 기초는 어떠해야 할까? 신학자들이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학적으로 탐구하는 의미 있는 작업을 수행했다. 지난 주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주도홍) 심포지엄에서는, 남북의 화해·협력 문제를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각각 다뤘다.
▲기독교통일학회 심포지엄 ⓒ베리타스 DB |
“로마서, 통일을 위한 메시지”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발표한 최갑종 백석대 교수(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는 성경의 로마서를 “통일을 위한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해 이목을 모았다. 저자 사도 바울이 로마서를 통해 얻고자 한 결과 중 하나가 “(당시) 로마교회 안의 유대인 크리스천과 이방인 크리스천 사이의 화해와 협력”이었다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만일 우리가 로마서를, 하나님과 인류의 수직적 화해에 근거한 유대인과 이방인의 수평적 화해를 위한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면, 이를 남한과 북한이 안고 있는 현안의 문제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로마서의 일부 내용을 남북의 현실에 대응하기도 했다. 즉 부조헌금을 제공한 이방인교회의 모습에서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남한의 모습을”, 생명의 위협을 개의치 않고 화해의 사신을 자처했던 바울의 모습에서 “남북 화해를 위해 사신이 되어야 하는 남한 교회를”,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를 위해 제시된 실천 방안으로부터 “남북 화해를 위한 실천 방안을” 찾아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
이에 그는 기존의 로마서 읽기를 변형해볼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읽기가 “로마서를 일종의 기독교의 핵심 교리교과서”로 취급하여 “수직적” “구원론적” 읽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수평적” “교회론적” 읽기도 시도돼야 한다는 것. 그는 두 읽기 방법의 통합을 제시하고, “나아가 진보와 보수의 장점을 활용한 균형 잡힌 통일신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칼빈의 신학, 남북 관계에 적용”
역사신학적 관점에서는 안인섭 총신대 교수가 발표했다. 그는 개혁교회의 뿌리 칼빈(John Calvin)의 사상을 남북 관계에 적용했다.
칼빈은 국가가 본연의 책임을 다하는 데 교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에 비춰 한국교회는 칼빈의 견해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교회사를 돌아보면, 다수의 한국교회가 정부가 남북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격려하기보다는 남북간 냉전적인 대립각이 세워지는 데 일조한 경향이 적지 않다. 이는 칼빈이 제시하는 국가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역행한다.”
또 칼빈은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에 따른 한국교회의 역할은 “북한의 형제자매들이 가난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남한의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라 밝혔다.
조직신학적 관점에서는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가 <’그리스도의 평화’(Pax Christi)를 향하여>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