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43)

알베르투스 마구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알베르투스 마구누스(Albertus Magnus, 1206~1280)

알베르투스 마구누스는 독일의 귀족 가문 출신이며 어려서부터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 있던 학교에서 공부하여 도미니칸 수도단에 가입하였다. 그는 파리대학에서 가르치다가 나중에는 쾰른(Cologne)대학에서 가르친 유명한 교수가 되었는데 토마스 아퀴나스도 그의 제자였다. 그의 학문의 주요 관심은 희랍의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과 사상을 가지고 그리스도인이 우주와 인간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를 대학의 학문에 소개하는 일에 크게 공헌하였다.

그 이전에는 풀라토의 철학이 성 어거스틴 이후로 안셀무스에 이르기까지 서방교회 신학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풀라토의 사상은 지상의 모든 존재의 완전하고 불변하고 절대적인 본질 또는 원상(原像)이 천상에 있고 지상의 모든 존재는 그것의 그림자라고 여겼는데, 이러한 사상은 만몰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절대적이고 영원불변하신 존재 또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는 신학사상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이 사상을 철학에서는 실념주의(realism)라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모든 존재의 본질은 개체 존재 안에 들어있다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사상을 발전시켰다. 이 사상을 유명론(唯名論)이라고 하는데 지상의 존재의 본질이 하늘에 있다는 말은 생각뿐이라는 뜻이다.

이때 새롭게 대학에 소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은 주로 그의 논리학과 물리학과 자연과학이었다. 특히 그의 삼단논법(Syllogism)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논법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비롯한 희랍의 학문이 서방에 소개된 경로가 있었다.

9세기 중엽에서 10세기에 이르는 동안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희랍인, 슬라브인, 시리아인, 유대인 등이 섞여 살 때에 희랍어, 슬라브어, 시리아어, 히브리어가 쓰이고 있어서 교회 주교와 감독들 중에는 희랍어와 시리아어를 잘 아는 학자들이 있었는데, 철학자 포티우스(Photius)와 메도디우스(Methodius)와 그의 동생 콘스탄틴(Constantin)이었고 콘스탄틴은 콘스탄티노플 교구 즉 동방의 희랍정교회의 총대주교의 비서였다.

이 학자들이 희랍의 학문의 유산을 이어받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이 페르샤를 정복한 아랍인들(모슬렘)을 콘스탄티노플 지역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 선생들이 희랍의 고전학문을 아랍계 모슬렘들에게 가르쳐서 모슬렘의 문명을 발전시켜 갔고 많은 희랍 고전서적들이 시리아어로 번역되었다. 이 모슬렘들은 시리아를 정복하여 다스리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시리아어로 번역된 희랍 고전들이 다시 아랍어(모슬렘 원주민의 말)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으로 라틴말로 번역되어서 유럽의 대학들에서 읽혀져 희랍 고전사상이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하였고, 그것을 먼저 터득하여 가르친 교수 중에 알베르투스 마구누스가 유명하였다. 알베르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가지고 그리스도교의 신학과 진리가 쉽게 이해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

토마스는 이탈리아의 귀족 아퀴노 가문에서 태어나 7, 8세 때 카시노산의 베네딕트 수도원에 들어가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과묵한 사람이어서 ‘귀머거리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아주 분명하였다. 그가 도미니칸 수도단에 가입하였을 때 그의 부모의 반대가 컸었다. 그는 파리대학에서 알베르투스 마구누스 교수로부터 배우고 그의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되었다. 그는 쾰른에 가서도 알베르투스 밑에서 공부하고 대성하여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였는데 그가 아직 연소한 때였다. 그는 파리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대학을 두루 다니면서 가르쳤고, 명성이 높아져서 교황청의 한 각료가 되었고, 나플스(Naples)의 대교구의 주교가 되어달라는 교황의 청을 거절하고 수도원에서 지냈다. 그는 학자의 소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찬송가도 작사하였고 성경을 주석하였고 신학저술을 많이 하였다. 그는 체질이 약하여 자신의 학문의 열정과 저술의 힘든 일을 감당하기가 힘겨워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떴지만, 저서는 대단히 많았다.

토마스는 몇 가지 논쟁에 시달렸다. 첫째 대학들에서 수도사 교수들을 몰아내려는 교회 신부 교수들과 논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수도원 수도사들 중에 학문이 많은 수도사들이 대학교수로서 가르치는 사람이 많았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 아랍계의 아베로이제(Averroise) 학파와도 논쟁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잘못 해석한 아베로이제 학파의 이론에 교회의 정통주의(보수파) 신학자들이 반발했을 때에,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수용하여 따르는 토마스 역시 당시 그리스도교의 지배적 신학이었던 어거스틴의 신학 전통을 위태롭게 할까 염려하였다. 그리하여 토마스는 그들과도 논쟁하였는데 자기와 같은 수도원 안의 수도사였던 프란시스칸 수도사들도 그의 논적이 되었다. 프란시스칸 수도단은 어거스틴과 풀라토 학파에 속했었다.

토마스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사고와 학문으로 그들의 주장을 제압하였다. 그는 이성과 신앙이 조화되게끔 그의 신학이론을 전개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이 그리스도교에 해롭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그의 사상의 전모를 설명하여주어서 사방 유럽의 지식계층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화합을 시도하였다. 그는 풀라토의 사상을 추앙하는 사람은 지상의 인간의 현실문제에 대답을 못 준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몽고 지역에 선교하러 가는 선교사들은 위한 ‘이방에 대한 책’(Summa contre Gentiles)과 신학대전(Summa Theologia) 등이 있는데 신학대전은 대작이었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신론과 인간론과 간단한 그리스도론에서 끝났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인 이론을 따라 인간의 오관의 감각들이 보고 듣고 하는 것을 이성이 정리하여 지식을 만든다고 말하면서도, 그 이론을 넘어서 신앙이 진리에 대한 지식을 주는데 이 진리의 지식은 하나님의 계시로부터 오는 것을 신앙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즉 진리는 이성이 아니고 신앙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하나님이 이성을 파악하는 자연과 계시의 두 가지 근원이며 이성과 신앙이 다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성과 계시가 서로 충돌될 수 없고 감관과 이성으로 파악하는 지식이 계시에서 오는 것을 파악하는 신앙과 충돌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감관과 이성이 파악한 우주의 지식을 통하여 하나님의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였다. 이것이 그의 하나님 존재의 우주론적 증명이다. 그 내용은
첫째, 운동과 원인의 이론 : 지상의 모든 것은 운동하고 있는데 운동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운동하는 것은 늘 움직이지 않으면서 운동을 있게 하는 것은 스스로 움직임이 없는 원동자(原動子) 즉 모든 운동의 구극적 원인자인 하나님이시다.
둘째 : 어떤 원인에서 결과가 생기고 세상에는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수없이 많은데 그 모든 원인들의 원인이 되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제일원인(the first cause)인데 곧 하나님이시다.
셋째 : 세계에는 우연적인 것이 많다. 이 세계는 현재의 모습대로 반드시, 즉 필연적으로 있어야 할 이유가 없고 또 있을 수도 없다. 그리하여 세계의 모든 것은 구극적인 필연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 구극적인 필연에의 지향은 곧 하나님의 존재에로 귀착하는 것이다.
넷째 : 자연과 인간은 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목적이 전부이거나 마지막이 아니고 더 크고 최후적인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그 구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에게 있다.
다섯째 :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미와 가치는 등급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비교가 되는데 그것은 그 모든 것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완전하여 등급이 있는 것은 완전자와 최고가치가 있음을 시사하는데 그가 곧 하나님이시다.

이렇게 토마스는 우주 만물과 그 현상을 이성으로 또는 감관으로 파악하여 분명한 지식을 얻은 후 그 지식이 우주의 구극자 또는 제일원인자의 지식으로 이끌어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성을 통하여 만물을 유추(類推)하여 하나님이 계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얻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나 개념 어느 한가지도 적극적인 또는 완벽한 하나님 지식이 될 수 없는 한계를 말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하나님의 계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신앙의 이해력에 달려 있다. 즉 신앙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가져야 하는데 실은 신앙적 신 인식도 자칫하면 인간의 주관에 좌우되기 쉽다. 그리하여 신학의 각론이 생기는 것이다. 어거스틴으로부터 시작해 토마스에 이르기까지 중세기 신학은 “나는 나다”라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나님은 절대적 무조건적 존재라서 그를 사람들이 이런 분 저런 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하나님의 지식에 관한 한 신학은 무용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토마스처럼 그 하나님을 우리의 지식과 사고의 범위 안에서 한 번 이해해보자는 것이 신학이다. 그리하여 성경대로 ‘하나님은 사랑이다’라고만 알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토마스는 그 하나님을 의지(意志, will)의 하나님으로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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