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권위주의 매몰돼 공동체성 상실한 한국교회 반성해야”

한기양 목사, 시민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 논해

“오늘의 한국교회는 경제주의와 권위주의에 매몰되어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교회의 존재근거와 존재양식의 혼동으로 인해 교회의 본질을 놓치고 오로지 세력화를 추구하는 교회성장제일주의에 깊이 침윤돼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대형교회들이 중세교회처럼 교회조직을 제도화하여 ‘경영’함으로써, 관료화와 기득권의 체제유지(세습문제, 인사권 전횡 등)에 급급하고 있는 현상은 한국교회 전체를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로 비쳐지게 하는 현실을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울산새생명교회 한기양 목사. ⓒ김진한 기자

2일 오후 서대문 기장신학연구소 세미나실.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는 적자생존의 원칙에, 다른 말로하면 철저한 시장제일주의, 자본주의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현실 앞에 한 목회자가 참회 하듯 말을 이었다.

연구소가 주최한 교회의 복지선교 세미나 마지막 강사로 초청된 울산새생명교회 한기양 목사는 시민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논하기에 앞서 교회의 잘잘못을 따졌다.

무엇보다 한 목사는 교회가 이기주의에 빠져 그 참다운 의미 중 하나인 공동체성을 상실한 것에 크게 우려했으며 이어 영혼 구원을 위한 ‘전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그 삐뚤어진 시각에 쓴소리를 더했다. 그는 "전도가 '구원받는 기쁨의 전함'이라기보다는 영업적 기법을 통한 세력 확대와 정복적 자세를 지향해 문제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은 사회봉사나 보다 공익적인 일에 앞장서거나 사회적·시대적 아젠다를 선도하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함으로써 감동을 주는 모습으로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는 선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육’에 대해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온전한 시민적 인격과 역사적 시대정신이 결여된 단순한 호교론적 교리교육에 그침으로써, 지성과 영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일갈했다.

이 같이 한국교회의 수구적, 교조적, 반생명적 성장제일주의와 성공주의적 경향을 질타한 한 목사는 시민사회 속에서의 교회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교회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울산지역에서는 최초로 환경선교를 펼쳐 지역사회와 상부 상조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교회 모델로 자리잡은 울산새생명교회 사례를 들었고, 이내 교회가 지역 사회 안에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공동체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이밖에 다원화된 시민사회 속에서 거듭나야 할 한국교회에 몇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로 낡은 허위의식으로서의 냉전적 사고를 하루 속히 청산하고 민족을 살리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생명적 평화공동체를 견인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사업에 앞장섬으로써 평화통일선교에 더욱 힘을 모으고 나아가 '하나님의 평화'를 세계를 향해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는 생태환경을 지키고 회복하는 생명운동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하고, 피조 세계와 인간과의 관계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했으며 셋째로는 인간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존재 만이 아니라, 영적 존재요 자기 초월의 존재이며 하나님의 현존을 모시고 있는 존재임을 드러내야 하고, 이를 위해 보수적인 전통적 하나님관(觀) 자체를 보다 더욱 성서적 하나님관(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한 목사는 끝으로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파송명령은 지리·공간적 개념으로서의 이해를 넘어서서 문화와 종교사적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하며 문명사적 관점에서 시민사회와 시대정신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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