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명과 화쟁’ ⓒ동연출판사 |
기독교 지식사회의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인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불교도 교수들의 연맹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가 이 시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책으로 펴냈다. 이들 지식인은 한국 사회에서 생명과 화쟁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현 정부가 표방하는 ‘녹색 성장’이 생명을 파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녹색과 성장은 근본적으로 이질적인데, 성장 외길만 가고 있으니 녹색(생명)은 파괴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자연은 조화와 풍요가 핵심이지만 성장은 그와 낯설다. 자연을 인간 삶의 동반자로 여긴다면 공빈(共貧)을 말해야 옳다.”
거의 모든 사람이 ‘성장’에 컨센서스를 형성한 이 시대에 ‘공빈’을 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 있을까. 그러나 그의 어조는 단호하다. “당분간 함께 가난해지는 삶의 가치관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어머니 사랑처럼 샘솟았던 자연의 은총이 고갈되어 가이아의 복수를 염려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자연을 위해서가 아닌 바로 인간 자신을 위한 가난인 셈이다.
김도공 원광대 교수는 불교 화쟁사상의 회복을 요청했다. 화쟁사상은 원래 불교사상 간의 화쟁을 위한 논리지만, “적용하기에 따라서는 생명체 간의 공생을 위한 논리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쟁사상은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에서 시작된 논리인데, 연기적 관계라는 것은 만물이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므로 생명의 공생을 뒷받침 한다는 것이다.
이번 책은 지난 달 열린 두 단체의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엮은 것이다. 이정배 교수는 “생명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현실을 타개하고자”하는 노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