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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전문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누가복음 4장 18~19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함으로써 부당한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사회를 추구해왔습니다. 2010년 인권주간을 맞아 올해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을 돌아보며 결실과 과제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2010년 우리사회는 전반적으로 인권 상황이 급격히 후퇴한 가운데서도 일부 중요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선 1974년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부를 전복하려는 불순세력으로 몰려 투옥당하는 등 가혹하게 탄압받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관계자들이 36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는 법원이 뒤늦게나마 국가의 오류를 바로잡아 억울함을 풀고 적절한 배상을 판결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일입니다. 또한 6년간의 치열하고도 쓰라린 투쟁 끝에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직접 고용 약속을 받아낸 사건은 인권의 아름다운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적 폭력이라는 모순을 담고 있었던 학교 체벌에 대한 전면금지 지침 발표는 우리 다음 세대의 인권 보호를 위해 소중한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사회의 인권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는 실망과 분노를 접을 수 없을 만큼 퇴보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인 도시빈민, 서민, 장애인, 소수자의 생존권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대안을 밝히면서 우리사회에서 인권이 바로 설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1. 정부는 조속히 국가인권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조건에서도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국가인권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 했으며, 마침내 친 권력적이고 비전문적인 인사를 그 수장으로 임명하여 본래의 기능을 약화시켰습니다. 이에 상임위원들과 자문위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형적 운영행태에 반발하여 집단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보장해야만 합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상화를 위해 성의 있게 노력해야 하며, 그것은 현 위원장이 사퇴하고 대통령이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합니다.


2.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권력의 횡포를 단호히 배격해야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민주정부는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자세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주요 국책 사업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정당하게 의사를 표시하는 국민의 집회와 시위는 민주시민의 합법적 기본권임에도 정부는 구시대적인 치안논리를 앞세워 이를 억눌렀습니다. 정부는 국민과 법을 존중하여 국민의 민주적 자기 표현권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그 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더욱이 공권력이 국민의 일상생활을 불법적으로 사찰하였다는 사실과 이 엄청난 범죄에 권력의 핵심이 관련되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어 사실일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다시는 이러한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을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3. 사형 집행 중단은 계속되어야 하고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합니다.

올해로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지 3년째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협력하여 ‘생명권’ 보장을 위해 사형폐지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것은 사형제가 사실상 ‘사법 살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그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정부와 국회는 생명의 존엄과 법적 오판의 가능성을 심사숙고하여 ‘사형제폐지법안’ 및 사형 대체안을 하루 속히 심의,통과시키기를 촉구합니다. 또한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심의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인권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기준하여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조속히 판결하기 바랍니다.

4. 인권을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전쟁을 막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합니다.

올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전쟁을 통해 전쟁의 악마성을 경험하였습니다. 전쟁 재발은 남북의 공멸을 의미합니다. 특히 모든 전쟁에서 노약자,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어야 했던 반인륜적 피해는 아직도 우리 역사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전쟁은 가장 대규모로, 가장 비인간적으로 인권을 파괴하는 끔찍한 범죄입니다. 따라서 어떤 이유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정당화시킬 수 없으며,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이나 행위는 반인권적 범죄행위입니다. 또한 인류는 전쟁 중에도 인도주의 원칙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도 금지한 것은 반 인권적 결정입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함으로써 한반도 전쟁의 기운을 평화와 상생의 기운으로 전환시키기를 촉구합니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소중하며 장애, 국적, 이념, 성별, 학력, 재산 등 어떤 이유로도 인권을 침해당할 수 없습니다. 2010년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의 기본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함을 다짐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기도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2010년 12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정 상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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