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여성 사제, 교회 분열이 아닌 새로운 은총의 샘”

대한성공회 첫 수녀 사제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

하느님이 여성에게 주신 기회에 대해 교회가 문 열어야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사마리아인과 이방인들과도 교제를 함으로써, 여성들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제자와 사도가 될 수 있도록 부르심으로써 계급화된 사회문제를 깨뜨리신다.”

지난 3일, 서강대 다산관 501호에서 대한성공회 첫 수녀사제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사제의 특강이 열렸다. 이번 학기에 개설된 <여성 신학>(담당 최우혁 교수) 특강으로 진행된 이 날 강의에서 오 카타리나 사제는 첫 수녀 사제로서 서품받기까지 겪은 일과 여성사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 사제는 흔히 영국에서 시작된 성공회가 여성사제를 허용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지난했으며 여러 차례 부침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사제의 서강대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다.

성공회에서는 1862년 첫 여성 부제 안수가 시작됐고, 1920년에야 비로소 여성 부제가 성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1930년에는 다시 여성 부제는 성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이뤄졌다. 1968년 가까스로 여성 부제를 성직으로 인정한다는 결정이 났지만 여성 사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졌다. 이후 1975년 6월 캐나다 성공회에서 여성 사제직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영국, 1976년 9월 미국, 1976년 11월에는 캐나다 등에서 여성 사제가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공회는 여성 사제로 인해 분열을 겪어야 했다. 여러 나라에서 여성 사제가 탄생하고 주교 서품을 받으면서 점점 여성 사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거쳐, 영국에서는 1994년 2월, 영국교회헌장을 통해 여성 서품 법령을 발표 했고 같은 해 3월, 영국교회에서 첫 여성사제가 탄생했다.

1997년 2월에는 세계 성공회 여성사제가 약 3천 여명에 달했으며, 11월에는 영국 성공회 여성성직자가 1천 9백명이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 성공회 여성 성직자의 비율은 약 20%를 차지하고 신학교에는 약 50%의 여성 신학생 비율을 차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01년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에서 민경옥 카타리나가 첫 여성 사제 서품을 받았고 현재는 12월 11일 부제품을 앞둔 신학생과 수녀 사제 2명을 포함, 총 18명의 여성 성직자가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오 카타리나 사제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양란 엘리사벳 수녀가 사제 서품을 받았다.

오 사제는 처음 서품 받은 여성 사제들이 자신의 제자들이었는데, 그들이 서품을 받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하면서 “1992년 영국교회에서 여성 서품을 허용하자 한국교회에도 영향이 미쳤고 가장 먼저 서품 권유를 받았다. 한국 교회의 첫 여성 사제로서 수녀로 살아온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녀원 내에서 여성 사제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면 영성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품을 받는다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고민하게 되고, 결국 수락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중에 수녀원 내에서 여성 사제를 내야겠다는 움직임이 생겨, 첫 서품자로서 오 사제에게 다시 제안이 왔다. 과연 늦은 나이에 사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진정한 부르심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2006년 부제품을, 2007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대한성공회 첫 수녀 사제 오인숙 카타리나

“부제품을 받고 첫 미사에서 강론을 할 때, 반대하던 동료 수녀들조차 너무나 좋아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성령의 역사를 느꼈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오 사제는 “수녀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교회 내 여성 활동에 대한 관심도 많고, 여러 활동을 해왔다. 여성에게 하느님이 주신 기회에 대해서 교회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각각은 온전할 수 없다. 부족한 두 존재가 만나 여성과 남성이 50%씩 만 발휘해도 100%가 될 것이다. 남성 혼자서는 아무리 해도 70- 80%밖에 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동등한 협력자로서의 여성, 그리고 양성이 함께 일할 때,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물론 “몇 십 년간, 여성 사제직을 두고 신학적, 문화적 입장은 물론, 타 교파에 미칠 영향, 전통적으로 사제는 남성이었다는 입장, 교회분열에 대한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그리고 막상 여성 서품이 이루어진 후에도 여성 사제들에 대해 미사 집전도 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일들도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 사제들은 본당사목 위주가 아니라 특수사목이나 교회 기관에서 일하는 등 그 활동범주가 좁다.”고 현실을 토로하면서 “하지만, 여성 성직자에 의한 사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여성 성직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이들의 수가 훨씬 적고, 로마교회와의 관계에 영향을 주면서 그들 교회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며, 반론을 펴던 이들도 여성 사제들의 사목활동을 경험하고 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교회에 새로운 은사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제서품이 교회에 잠재된 또 다른 은사를 발굴해내고 있다. 여성스러움, 모성애는 예수님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 사제는 여성 사제 서품 과정에서 전통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주었다. 

“우리에게는 생각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우선 ‘우리는 전통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다. 전통은 우리에게 양식과 영양분이 될 수 있지만 전통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그리스도교에서 항상 일어난 갈등이기도 하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님이 유다 전통과 얼마나 갈등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예수님은 전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새롭게 보아야 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셨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은 미래의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고, 과거와 창의적인 약속을 할 수 있는 미래다. 우리가 전통을 어떻게 하면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여성 성직이 드러나면서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로부터의 해방이 되었다.”

또한 여성 사제 문제는 하느님이 누구신지 묻도록 도전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질문은 ‘하느님은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어떻게 보는가? 남성으로? 여성으로? 아니면 양성으로? 이런 질문들이야 말로 하느님이 누구인지, 또 우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열쇠다. 예수님의 참된 왕권은 세상의왕처럼 위풍당당한 의식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왕이지만 지배 권력을 지키려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살리고 당신 생명을 바치는 왕이다. 하느님의 나라와 통치는 정의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예수와,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의 피를 댓가로 요구할 것이다. 우주의 평화는 십자가에서 그리스도께서 실현한 죄의 용서 안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오 사제는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 진출해있다. 위험한 과학기구를 다루고 우주에 진출하는데도 참여하고 있는데, 왜 교회 안에서만 여성들은 성직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소극적이고 비신학적이며 비성서적인 제도를 만들고 여성에게 주어진 동등한 기회를 빼앗는가, 이것은 인간의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여성 사제가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은 여성 교사, 여성 교수, 여성 변호사, 여성 우주인, 여성 화가 또는 여성 수도자는 왜 필요한가 질문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수강생은 여성 사제가 생소한 가톨릭 신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수도복을 입은 여성 사제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우리에게 당연한 일들이 언제부터, 왜 당연하게 되었는가. 비단 여성사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 대해 성서안에서 그리고 예수님 안에서 다시한 번 깊이 생각하고 질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강의였다.

 

2010년 12월 9일자 정현진 기자  regina@nahnews.net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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