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떠나는 기독교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13일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빈번한 폭력을 피해서다.
바그다드와 모술을 중심으로 기독교인 수천 명이 거주지를 떠나는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31일 바그다드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인질극으로 신도 51명과 성직자 2명이 피살된 데 이어, 기독교인들에 대한 살인과 테러가 잇따르면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뉴 엑소더스’(New Exodus)라 할 만한 대이동이 이라크 기독교인들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탄으로 무너진 이라크 교회 ⓒchristiansofiraq.com |
당사자들 역시 이라크 기독교인의 전멸이 걱정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라크 총리 누리 알-말리키가 소수 종교에 대한 관용과 안전을 약속하고, 이라크 기독교 지도자들도 이라크를 떠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매일이 테러의 위험과 불확실성에 처한 이들에 있어 탈출은 선택이라기보다 필수다.
물론 7년 반이 넘도록 계속된 유혈사태의 희생자는 기독교인만이 아니다.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인들은 훨씬 더 많이 사상 당했다. 10월 인질극 때도 불과 이틀 후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테러로 이슬람 아랍인 수백 명이 사상 당했다.
그러나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 종교 집단이 폭력의 명백한 타깃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이라크 내 알카에다 연계조직 ISI(Islamic State of Iraq)는 기독교인들이 있는 어디든 갈 수만 있다면 가서 살해하겠다고 공포해왔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통계에 따르면, 이라크 내 소수 종교 집단은 전체 인구의 3%(전쟁 전 기준)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출국 비율은 전체 출국자의 20%에 이른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전에 80만~140만에 달하던 기독교인들의 절반 이상이 출국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밖에 2008년 10월 기독교인 14명 피살을 계기로 1만 2천 명이 출국한 것, 올초 기독교인 10명 피살을 계기로 4천 명이 시리아 등지로 출국한 것 등이 대이동의 사례로 꼽힌다.
이라크 헌법은 이슬람을 공식 국가종교로 지정하고 있으나 종교적, 인종적 소수 집단을 국가가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은 개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의회 325석 가운데 기독교계를 위한 5석이 보장되어 있으나 영향력은 미미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국제 기독교 기구들이 이라크 기독교인들의 박해와 감소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