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예산을 삭감하는 국회의 조치에 반발한 불교 조계종은 그 탓을 기독교에 일부 돌렸다.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3년 만에 마침내 종교 편향적 정책에 따라 (템플스테이 사업이) 파국에 이르게 되었다”고 조계종은 밝혔다. 그런가하면 개신교 청년들은 불교 사찰 봉은사에서 예배를 드리고 “주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 크고 웅장한 절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불교계를 자극했다. 과연 정상적인 상황들일까.
△한국종교학회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 21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이지수 기자 |
21일 한국종교학회(회장 류성민)의 ‘종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종교 지식인들은 기독교계와 불교계 모두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우선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걸핏하면 ‘장로 대통령’을 앞세워 기독교를 비판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나라의 수장이 되어서 (기독교가) 덕본 게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그로 인해 기독교가 타락했다”고 말했다. ‘봉은사 땅 밟기’에 대해서도 “정신 빠진 몇 사람이 그런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톨릭의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은 “불교가 일일이 대응 안했으면 한다. 그게 멋있다. 일일이 대응 안 해도 3대 종교로 올라섰다”며 근래 불교의 과민한 대응에 대해 피력했다. 또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나머지 종교들을 향해 은근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금은 3대 종단이 이득을 과점하는 구조로서, 나머지 종단은 (종교계 중심부에) 진입 자체가 힘들다”며 “세 종단이 공모하면서 권리를 누리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도법 스님도 최근의 사태에 대해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을 걷어내는 게 종교인인데, 오히려 사람들을 근심하게 만들었다. 그런 종교는 없어지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냉정하게 그런 생각도 좀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은 불교인도 기독교인도 아니다. 그런데 ‘태양은 불교인이다, 아니라고 해도 불교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라며 “상식과 교양이 부족해서 그렇다. 종교인이 상식과 교양이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법을 모색하며 박종화 목사는 “(종교계에서) 돈과 권력에 관한 갈등은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것인데 전체 종교가 거론되고 있다”며 “일부 현상을 가지고 전체 종교로 확대하지 말자. 침소봉대하지 말자”고 말했다.
박광수 원광대 교수(원불교학과)는 근래의 종교 갈등이 “불교는 불국토, 기독교는 하나님나라의 건설을 하나의 목표로 삼는 가운데, ‘배타적 성역화’와 ‘종교의 정치세력화’가 묘하게 연관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보고, 갈등 해소를 위해 신자들 차원의 협력과 공교육 제도 안에서의 종교 교육이 요청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