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태식]사도신경-우리들의 신앙 고백문1

역사적 예수(15)

▲박태식 박사 ⓒ베리타스 DB

이제까지 역사의 예수와 관련된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해보았다. 이 내용이 후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정착된 모습은 ‘사도신경’에서 잘 읽어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한 이후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전파해 나간 사도들은 간결하게 ‘예수님이 누구신가’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 따라서 이들은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 짤막한 ‘선포문’을 만들었다. 선포문의 내용은 표현상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대체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십자가사건) 그리고 그분의 다시 오심(再臨)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포함한다(데전 1,9-10; 로마 1,3-4; 고전 15,3-7 등). 그러므로 예수님에 대해 처음 듣게 된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무엇보다도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장차 재림하실 분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어떤 그리스도인이 스스로 참된 그리스도인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해 받은 선포문의 세 가지 내용을 신념을 가지고 입에 담을 수 있어야 했고(=신조, 혹은 신앙고백문), 이를 통해 자신의 믿음을 증거 하게끔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앞의 세 가지 내용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보여주는 ‘삼위일체 그리스도론’(성부, 성자, 성령으로 드러난 위격位格, 혹은 인격은 셋이지만 본질은 하나라는 설로 예수님의 신성을 헬라철학에 기초하여 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덧붙여지고(“성령을 믿으며...”), 이제 예수님을 십자가 사건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그의 살아생전 모습까지 담아내게 된 것이다(“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등등). 다시 말해서, 초대 교회에서는 예수님을 받들어 모신 나머지, 십자가 사건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해 그분의 신성(삼위일체)은 물론 살아생전 지상 모습에까지 자신들의 믿음을 투사하여 성문화시킨 셈이다.

초대 교회 시대의 신앙고백문에 오늘날 우리가 바치는 사도신경의 원시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해도, 많은 교회들이 서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변변한 통신수단도 없었기에 제 각각의 신앙고백문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들로는 ‘니케아 신경’이나 ‘콘스탄티노플 신경’ 등이 있다. 즉, 당시에는 모든 교회에서 공동으로 바치던 신앙고백문은 없었다는 뜻이다. 사도신경도 그 중의 하나로, 특히 박해를 피해 지하 무덤(카타콤)으로 숨어 다니며 예배를 드린 로마 교회 교인들이 바치던 신앙 고백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도신경이 정확히 언제부터 지금과 같이 신앙고백문들 중의 신앙고백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기원후 350년경에 예루살렘의 주교였던 치릴루스가 세례 준비 기간에 12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교육을 시켰다는 말이 나오고 이는 로마교회의 신앙 고백문과 매우 흡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대략 4세기초로 그 연대를 잡을 수 있겠다. 그리고 381년에 열린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는 마체도니우스라는 이단자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단의 가르침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성문화된 사도신경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