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47)

중세 신앙의 시대와 문예부흥운동(1)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제11장 중세 신앙의 시대와 문예부흥운동

중세 문예부흥운동은 그 시작을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제8장 대학의 발달과 학문의 발달에서 진술한 스콜라주의 학문이 문예부흥운동의 맥박이었다. 중세의 13, 14세기가 유럽의 고도의 창조적 지성의 발달 시기였고 문예부흥운동은 중세 그리스도교의 이러한 학문 성취 없이는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고 그리고 15세기 후에 와서 그 운동은 홍수처럼 범람하였다.

문예부흥운동은 중세 유럽의 그리스도교적 인생관과 세계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중세 유럽의 신앙은 사람이 구극적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이 누구라는 신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문예부흥운동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인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르쳤다. 동시에 전자는 인간의 구원(행복)은 내세에 가서 향유하는 것이라 믿었고 후자는 인간의 행복은 현세에서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양자의 세계관이 달랐다. 그리하여 전자는 신본주의이고 후자는 인본주의(humanism)이라고 구별하여 신본주의는 하나님을 높이고 찬양하고 인본주의는 인간을 높이고 찬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예부흥운동이 중세의 그리스도교 전성기에 배태되어서 발달했으므로 중세교회도 문예부흥의 사조에 실려서 밀려가고 있었다.

1. 중세 유럽의 신앙 생활

사람이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알아야 하는데 그는 사람의 죄와 악을 심판하시는 무서운 정의의 하나님으로 중세 사람들은 알았다. 하나님의 구원을 지상에서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중세교회도 죄악을 벌하는 무서운 판정관 같았다. 죄를 범한 사람들이 교회가 선고한 죄값을 치르기 위한 형벌을 죄상의 경중에 따라 받아야만 했다. 교회당 창문의 그림 중에는 하나님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한 손에 검을 쥐고 무서운 얼굴로 세상을 향하여 내려오시는 그림이 많았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죄와 악을 거저 용서받을 길이 없다고 생각하여 교회가 명령하는 어떤 고행을 하든지, 아니면 먼 곳에 있는 성스러운 곳 즉 수도원이나 어떤 기적이 나타난 곳을 힘들여 찾아가는 순례의 고행을 택하곤 했다.

수도원들에는 희귀하고 값진 성스러운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순례자들이 그 유물들 앞에서 합장하고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자기들의 죄를 뉘우치는 계기로 삼았다. 유물들 가운데는 예수가 어릴 때 마셨던 성모 마리아의 젖이 담긴 것도 있고, 혹은 예수의 머리카락이라고 하는 것도 있었다. 베드로나 바울의 유골의 일부라고 하여 보여준 것도 있었다. 그런 유물 앞에 서면 경건하게 되고 회개하게 되는 것으로 믿었다.

어떤 역사적인 교회에는 여러 성자들의 시체를 넣은 관도 있었고 또는 그들의 석상 또는 동상이 있었는데 그들 성자들은 구원을 받고도 남을 여공(餘功)이 있다고 하여 그것을 빌려서 구원을 받고자 순례자들이 기도를 올렸다. 혹은 성자는 개인의 수호신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어떤 항 성자를 수호신으로 삼고 위급할 때 그 수호신의 이름을 불렀다. 이러한 경건의 실천은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고 용서를 받는 길인데 이것은 구원을 받기 위한 인간의 공로를 쌓는 행위라고 말하였다.

이 공로를 쌓는 길에는 앞에서 말한 그러한 길 외에 교회가 지시하는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많은 사항들이 있었는데, 그 모든 사항은 죄악을 멀리 하여 범하지 않기 위한 금욕생활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중세교회의 생활은 일반적으로 금욕적이었다.

중세교회 교인들은 금식하는 날이 많았다. 금요일마다의 금식이 아니고 부활절 주간 이전 40일 동안은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금식했고, 사계대제일과 승천일 전 3일간과 그리고 철야하는 저녁에도 금식했고, 평신도들까지도 이러한 교회의 절기에는 고기를 못 먹게 금하였다. 이러한 금욕이 구원을 얻는 데 필요한 공적을 쌓는 길로 알았다.

평신도로서 가정과 세상에서 생활하면서 이러한 금욕생활이 힘들어서 구원 얻은 확신이 없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수도원은 누구든지 구원의 확신이 없을 때 들어가는 곳이고 수도원은 반드시 구원을 얻을만한 공로를 쌓을 수 있는 곳으로 믿었다. 가정과 직업과 모든 유산을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은 세상과 담을 쌓는 일이었다. 이렇게 공로로써 구원을 받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중세기는 수도원 전성시대가 되었다. 수도원에 들어갈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은 수도원 밖에서 생활하면서 수도원의 규칙에 준한 금욕생활을 하였다.

현세에서 금욕생활을 하는 것은 세상과 세속을 미워하고 세욕의 모든 유혹과 인연을 끊는 훈련을 해서 내세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세상에 속한 것들 중에 특히 자랑하던 것들의 허망함을 폭로하고 내세를 찬양하고 기다리는 글과 예술이 많았다. 그 중에도 죽어가는 사람이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귀하고 값진 것들의 허망함을 폭로하여 인생과 세상의 모든 영향과 자랑을 슬퍼하는 것이 많았다.

제13세기의 프란시스코 수도단의 한 수도사의 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 “한때 그렇게도 고귀했던 솔로몬이 어디 있느냐? 그렇게 힘세던 삼손이 어디 있느냐? 또 그렇게 아름다웠던 압살로메는 어디 있으며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요나단은 지금 어디 있느냐?”

아비뇽의 한 수도원에 있던 그림은 어떤 죽은 여자의 몸을 비참을 보여주는 것인데 머리는 천을 입혔고 뱃속 내장은 기생충이 파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 아래 새겨져 있는 말의 첫 줄은 다음과 같았다 : 나는 한때 어느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는데 죽어서 이 모양이 되었다. 내 살결은 아름답고 하얫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이제 모두 변했다. 내 몸은 한때 아주 늘씬하고 아름다웠고 그리고 늘 비단옷을 입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완전히 벌거벗었다. 나는 전에는 가느다란 회색의 털옷을 입었고 내 원대로 광대한 궁전에서 살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작은 관 속 골방에 누웠다. 내 방은 한때 섬세한 털실 천으로 치장됐었으나 이제 나의 무덤은 거미줄이 쳐있다.

생시에 자랑스러웠던 미가 죽어서 다 상실되고 변하는 것을 탄식하는 시가 허다하였지만 어떤 성자의 시체는 썩지 않는다는 이상한 말이 돌고 있었다. 이를테면 성 로사(Rosa)의 시체의 경우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는 중세기 민간신앙으로 썩지 않고 승천하였다고 믿어 가장 귀한 은혜로 간주되었다. 옥중에서 죽은 한 이단파 설교자의 시체를 2주 동안 석회에 보관해두었다가 같은 이단파의 한 여인의 산 육체와 함께 화형에 처한 일이 있었다. 이단자의 죽음은 허망하고 비참하다는 것을 말하여준다.

14세기 전후에 유럽에는 이처럼 죽음(사망)이 아니고 죽은 사람에게 있는 허망함과 실망을 표현하는 시와 조각과 그림이 많았다. 이것은 이 세상의 자랑거리를 비웃는 것이어서 이 세상 자체를 비관하는 세계관을 말하는 것이었다. 또 내세를 찬양하고 대망하면서 현세에서 영화와 번영과 쾌락을 탐하지 말고 금욕적인 고행으로 내세를 준비하라고 교훈하는 것이었다.

중세에는 구원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지식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많았다. 가장 올바르고 믿을만한 지식은 교회와 사제들이 제공하는 것이어서 중세교회 신도들은 전적으로 교회와 사제들의 가르침을 믿고 또 그들이 집행하는 예배와 성례전에 충실하게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즉 그들에게는 순종이 필요할 뿐 비판할 필요가 없었다. 또 교인들이 스스로 성서 책을 가지고 읽고 연구하고 해석해볼 필요도 별로 없었다. 교회와 사제가 죄의 용서를 선언하면 그대로 용서된 줄 믿으면 되었고 의심해보거나 죄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하나님의 사죄와 그 밖의 모든 은혜는 다 교회의 사제를 통하여 온다고 믿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므로 그가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개인의 신앙이 있을 수 없고 교회의 신앙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교회의 사제와 교황은 신앙과 도덕생활의 지도와 가르침에 있어서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고 교인들이 믿었다.

교회의 이러한 구원의 지식 밖에 민간에 많은 종교적 교훈과 지식이 돌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교회가 이단으로 정죄한 것이었지만 이단이 될 만큼 위험한 것이 아니면서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어지럽게 하는 미신이 많았다. 미신은 무지에서 생기기도 하였다. 앞에서 진술한 성자 숭배와 각종 유물들에 대한 기도와 경배는 미신이 된다. 미신적인 종교지식에서 나오는 경건은 교회공동체의 경건이 아니고 개인적 경건인데 이것은 성서의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사회의 지식이 없어서 생길 수 있었다.

사람이 타향에서 죽으면 그 시체를 고향 땅에 가지고 와서 장사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특히 왕이나 귀족이나 높은 군 장성들이 외지의 전쟁터에서 죽으면 그 시체를 가마에 넣어 물을 붓고 삶아서 뼈만 가려서 고향으로 가져와 장사하고 그 밖의 것은 죽은 곳의 땅에 묻었다. 이것은 당시 교회가 가르친 것이 아니어서 교황 보니페이스 8세가 금지한 적이 있었는데 영국의 왕과 귀족들이 백년전쟁 때 프랑스 땅에서 전사했을 때 그렇게 한 일이 있었지만 교황청이 묵인하였다. 이것도 어떤 미신의 작용일 것이다.

미신이 되고 안 되는 기준의 하나는 성서인데 중세교회가 실시하는 교회의 의식과 행사와 신앙 지도의 모든 것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전통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 많았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교의 진리로서 지켜야 할 것은 성서 책 밖에 전통에서 온 것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중세교회와 문예부흥의 지성 사이에는 미신 개념에 차이가 있었다.

문예부흥운동은 중세교회가 실시하던 것 중에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과 죽은 성자들을 불러내어 기원하는 것과 죽은 사람들의 죄의 용서를 위하여 교회가 발행하는 면죄부와 유물에 대한 존경 등에 반대하였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어떤 죽은 사람을 위하여 매년 그의 기일에 기도를 드려주고 돈을 받기도 하였고 죽은 사람의 죄의 용서를 위한 면죄부도 돈을 주어야 살 수 있었으므로 이런 일이 일종의 상업행위와 같이 되었다.

중세교회의 성만찬 미사에서 성찬을 먹으면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 평신도들에게는 일종의 마술과 같이 인식되었다. 어떤 여자는 성찬의 떡조각을 입에 넣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것을 벌통에 넣어 더 많은 꿀을 얻을 것으로 믿었다. 또 동정녀 마리아와 관련된 미신이 많았다. 어떤 여자가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자기 영혼을 주기로 했다가 동정녀 마리아에게 호소해서 악마로부터 영혼을 도로 찾았다고 하였다. 어떤 투우사가 동정녀 마리아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고 소와 싸우러 나갔는데 군중들이 소가 성을 내도록 괴롭혀 소가 투우사에게 달려들었으나 동정녀 마리아가 소를 거꾸러뜨렸다고 말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문예부흥운동의 기류를 타고 교회의 교황으로부터 시작하여 고위 성직자들과 사제들과 수도원장과 일반 신자들에게까지 만연되어 있던 비리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해학적인 글이나 만화가 많았다. 어떤 수도사가 수도원장으로 피택되던 날에 자기 첩(정식으로 결혼할 수 없었던 수도사의 비밀의 아내)이 다른 사람의 아들을 하나 낳았다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오늘 나는 두 번이나 한 아비가 되었다. 하나님, 이 일을 축복하소서”라고 하였다.

14세기 말경에 사람들의 불경한 태도가 일반적인 것으로 된 것을 어떤 사람이 쓰기를 “지난 날에는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올 때 신사적이어서 제단 옆에 아주 가까이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고 온유하게 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짐승처럼 머리에 후드와 모자를 쓰고 온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교회의 제일에도 교회에 와서 미사를 드리는 사람이 별로 없고, 온 사람들도 미사가 끝날 때까지 있지 않고 성수에 손을 대거나 성모 마리아 앞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혹은 어떤 성자들의 동상에 키스하는 것으로 족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교회의 아침 미사와 저녁 미사에는 신부와 보조사제만이 참석하고 교인은 없다, 크리스마스의 대축제일 저녁에도 카드놀이를 하거나 성령을 모독하는 언행으로 타락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꾸짖으면 그들은 신부들과 귀족들이 모범을 보여달라고 호소하고 귀족들이 교회당에서 난잡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고 고발하였다. 어떤 아주 귀중한 성스러운 유물을 넣은 상자를 들고 나와 해마다 거리를 행렬하는 폐습을 시위원회에서도 폐지시킬 수 없었던 까닭은 그 행렬 행사로 시가 재정적 수입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 행렬식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술에 취했고 천박하고 가소로운 행동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교회의 미사예배 진행 중에도 교회 안의 밀회실에서는 남녀 젊은 사람들이 만나면 부도덕한 일이 일어났다. 교회당 안에서와 축제일에 음란한 그림들을 파는 사람들이 있어서 젊은 남녀 청년들을 부패시켰고 그리고 매춘부가 교회당 안에까지 들어와서 고객을 찾고 있었다고 한 설교자가 폭로하였다. 먼 곳에 있는 수도원을 찾아가는 순례자들의 행렬에 경건한 마음으로 가지 않고 일종의 주색을 즐길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순례를 경건이 아닌 다른 여러가지 목적에 이용하는 예가 허다하였다.

파리대학의 교수이며 교회회의정치론자였던 게르손(Gerson)이 팜플렛을 통해 당시 교회와 신도들의 타락상을 소개한 것이 많은데 이상에서 진술한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교회 신부로서 사역하면서 교인들의 신앙 상담을 많이 한 경험이 있었는데 중세 교인들의 신앙적인 탈선의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젊은 사람들에게 권고하기를 지성적 힘이 결핍된 사람은 하나님에 대한 깊은 명상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경건하게 되려다가 불경으로 빗나가거나 종교적 열정을 내려다가 탈선하는 경우가 신앙지상을 부르짖은 중세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또는 인간의 죄스러운 욕심과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종교가 이용되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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