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51’로 단체명을 바꾼 영국 YWCA의 새 로고. ⓒYWCA 잉글랜드&웨일스 |
영국 YWCA가 활동명칭을 ‘플랫폼 51’(Platform 51)로 전격 개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종래의 이름인 ‘YWCA 잉글랜드&웨일스’에서 ‘C’(Christian의 약자)는 YWCA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됐음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는데, 이제 이름만으로는 이 사실을 알 수 없게 됐다. 2010년 말부터 새로운 이름을 사용했다.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 퍼져 있는 YWCA는 1855년 영국에서 제일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 개칭이 더욱 주목된다.
새 이름에서 51은 인구의 51%가 여성인 점을 뜻하고, Platform은 YWCA가 여성들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연단’이자 다음 단계의 삶으로 이동하는 ‘(기차역의) 플랫폼’이란 뜻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부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기독교 정체성을 버렸다는 것. 영국 복음주의 단체인 크리스챤인스티튜트는 “정부지원금을 배분하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며 “기독교 단체라는 점이 YWCA를 훌륭하게 만들어왔는데, 이제 그 가치를 져버리다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YWCA는 “이름은 바꿨지만 열정은 그대로”라며 “155년 전 설립 이래로 우리는 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욕구, 기대를 반영해왔다. 이것은 우리 활동에만 아니라 이름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를 옛 이름이 더 이상 나타내주지 못하고, 타 단체와 헷갈려 하는 사람도 많다”며 개칭 이유를 밝혔다. 영국 YWCA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구직과 교육, 건강, 상담 등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개칭과 함께 개편된 홈페이지(platform51.org)는 YWCA의 역사와 비전, 활동 등을 소개하며 기독교적인 신념을 드러내는 단어는 한 단어도 쓰지 않았다. ‘아직도 크리스천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는, ‘아니다. 크리스천 여성에 의해 설립되긴 했지만, 더 이상 종교적인 단체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종교를 가졌든 혹은 무종교든 여성들과 함께 일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국에는 이번에 개칭한 ‘YWCA 잉글랜드&웨일스’ 외에도 ‘YWCA 스코틀랜드’ 등이 있지만, ‘YWCA 잉글랜드&웨일스’가 가장 대표성을 지닌다. 개칭과 상관 없이 세계 YWCA(World YWCA) 멤버십은 그대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