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예수』 겉 표지. |
그같이 복잡한 과정을 보며 그리스도인들은, 여자의 몸에서 난 것이 분명한 분에게 어떻게 신성(vere Deus)이 부여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오늘날 우리들의 고백이 되었는가에 대해 자연스레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학자인 프레데렉 르누아르(Frederic Lenoir)가 예수가 참 하나님(vere Deus)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들을 침착하게 정리해 「신이 된 예수」를 출간했다. 1부에서는 성경의 기록을 토대로 예수의 정체성을 논하다가, 2~3부에서는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고백이 어떻게 오늘날의 형태에 이르렀는지, 또 삼위일체 교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는지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신앙서적을 찾던 사람이 이 책을 선택했다면 읽으면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신앙고백서가 만들어지기까지 수세기에 걸쳐 신학자들이 서로를 이단이라 정죄하고 또 역정죄하며 엎치락뒤치락 한 복잡한 과정이 가감없이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정치세력까지 개입해 중재를 시도하거나 통치자의 신앙에 따라 한쪽 편만을 드는 장면도 보인다. 이같은 과정들을 통해 '그리스도는 인성과 신성에 있어 완전하며, 따라서 하나님과 사람들과 동일한 본성을 지닌다.…그리스도는 두 본성이 결합되며 혼동되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나누어지지 않고 분리되지 않는다'는 소중한 신앙고백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고백이 완성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 면면만을 들여다보고 책장을 덮기엔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전투같은 교리적 논쟁들 사이에서 순결한 신앙이 가냘픈 숨을 내몰아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과정과 결론을 이미 다 설명했으나 에필로그에서 교리와 신앙의 관계를 현대인의 입장에서 좀 더 논한다.
에필로그에서 흥미로운 점은, 저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인의 신앙에서 과거 이단으로 정죄되었던 교리들이 종종 발견된다는 부분이다. 그에 따르면 예수의 본성과 삼위일체설에 대한 고백에서 양자론, 종속론, 아리우스설, 네스토리우스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특히 삼위일체론은 오늘날 세계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실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신앙은 거짓되거나 불완전하고, 우리는 그 성도들을 이단이라고 규정해야 하는가?
여기서 할례를 받아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유대인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울의 서신이 오버랩된다. 만약 할례가 구원의 증표라면 할례를 받지 않고서도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아브라함을 우리는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율법은 아브라함 이후 430년 후에야 나왔다. 예수님에 대한 이론도 마찬가지로, 강생이론은 십자가 이후 60년 이상 지나서야 나왔고, 삼위일체론도 2세기가 되어서야 등장했다. 복잡해 보이는 교리와 신앙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교리가 신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리 이전에 신앙이 먼저 존재한다"고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시도한다.
또 하나, 저자는 사회논리학적 연구와 서방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결과들을 빌려 주목할만한 의견을 제출한다. "오늘날에는 모든 면에서 교리가 일치하는 집단적 신앙의 정의는 불가능게 되었다. …서로다른 문화특성에 따라 이질적 경향을 드러내면서 그리스도인은 각자에게 적합한 '개인의 교리'를 가지고 있다."
유독 교리적 차이나 신앙적 형태 차이에 민감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회연합기관이 이단을 감별한다는 기구를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주장일지도 모르겠다. 이같은 상황에 대답이라도 해주려는 듯 토마스 아퀴나스는 "우리는 하나님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으며, 다만 무엇이 아닌 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에 앞서 요한사도는 우리가 하나님을 완전하게 알 길이 도저히 없으니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라고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기록해주었다.
「신이 된 예수」/ 프레데렉 르누아르(Frederic Lenoir) 저 / 강만원 옮김 / 출판사 창해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