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49)

마틴 루터의 독일 종교개혁(1)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최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Ⅲ부. 근세편

제1장 마틴 루터의 독일 종교개혁

1. 소년 루터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부친 한스(Hans)와 모친 마가레테(Magarethe) 사이에서 시골 농촌 아이스레벤(Eisleben)에서 1483년 11월 10일에 태어났다. 한스는 가난한 농부로서 가난하게 살다가 만스펠드(Mansfeld)라는 소도시로 이주해 광산에서 노동하다가 약간의 돈을 모아 가난을 면할 정도로 살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시의회의 4인 의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마틴은 신앙이 착실한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아 어려서부터 교회에 부지런히 다녔고 만스펠드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였다. 두뇌가 명철하여 공부를 잘했다. 어린 마틴의 마음이 끌린 곳은 학교라기보다 교회와 교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볼거리들이었다.

늘 가서 예배 드리던 교회당의 짙은 색깔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당 안을 어두컴컴하게 하여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침울하였고, 그 그림은 예수가 무지개를 타고 성난 얼굴로 세상을 심판하러 오는 듯하여 어린 마음에는 일종의 공포감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교회 바깥에서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먼 곳의 순례지를 향하여 볼품없는 옷을 걸치고 지치고 피곤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순례자들이 나무 십자가를 앞세운 행렬에 끼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바랑을 메고 구걸하는 초라한 수도사들이 다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풍병 든 사람들과 수족이 잘린 불구자들이 나무 십자가를 서로 안으려고 몸부림치면서 기적적인 치병을 바라고 있었다. 교회 종소리가 들릴 때 병이 낫기를 기대하며 귀를 기울이던 사람도 많았다.

마틴이 다니던 만스펠드 학교 교육은 엄격하였다. 다음으로 다닌 학교는 막데부르크(Magdeburg)와 아이제나흐(Eisenach) 학교들이었다. 마틴의 학교 성적이 우수하여 수업료를 면제 받았으나 부족한 학비는 교회찬양대 봉사에서 얻은 돈으로 충당해나갔다. 그는 노래를 잘 불러서 노상에서나 또는 가정집을 방문해서 노래를 불러서 학비를 버는 구걸학생 허가를 받아 가지고 있었다.

마틴의 부친 한스는 가난하였지만 마틴이 대학에 가서 장차 법학을 공부하여 성공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1501년 당시 독일의 제일 명문 에르푸르트(Erfurt) 대학에 입학시켰다. 이제 마틴은 대학생이 되었고, 머리가 명석하여 학우들로부터 ‘철학자 루터’라고 불렸다.

이 대학엔 인문주의 학파의 교수들이 있었고 철학교수는 당대 독일에서 유명한 가브리엘 비엘(Gabriel Biel)이었는데 중세 말기의 스콜라주의 학파 윌리암 옥캄(William Occam)의 제자였다. 루터는 이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스콜라주의 철학도 열심히 공부하였다. 라틴어와 희랍어를 열심히 공부하였고 옛 로마의 시인들의 시를 좋아해서 호래이스 및 버질의 시를 애독하였다. 루터는 대학 공부가 만족스러웠고 명랑하고 사교적이고 음악을 좋아하여 음악가라고도 불렸다.

루터는 1502년에 학사학위를 받고 1505년 6월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루터의 부친은 크게 기뻐하며 루터가 법학을 더 공부하도록 대학원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당시 아주 값비싼 「법률대전」 책을 사주었다. 루터는 석사학위를 받고 오는 새 학기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으로 방학에 고향 집으로 왔다가 9월에 에르푸르트 대학으로 다시 가던 중 대낮에 갑자기 무서운 천둥 소리를 듣고 겁을 먹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자기의 수호천사 성 안나를 불러댔다. 루터에게는 이 사건이 바울의 다메섹 도상 사건과 같았다. 그는 크게 겁을 먹고 “내가 수도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맹세하였다.

2. 수도사 루터

루터는 길에서 일어나 곧장 대학으로 돌아와 자기는 수도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하여 친구들과 교수들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이 무렵에는 수도원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어서 대학 졸업생 정도의 지식층에서 수도원에 들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친구들과 교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루터는 대학 근처에 있던 어거스틴 수도원의 문간에 들어가면서 “다시는 나를 만날 수 없을 걸세”라고 말하고 수도원 안으로 사라졌다. 루터는 대학 기숙사 방에 있던 책을 다 팔아버리고 버질과 풀란투스의 시집 두 권만 들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이 수도원은 본래 걸식수도승 제도였으나 부유해져서 걸식할 필요가 없게 되어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루터가 무슨 번민(anxiety)이 있어서 갑자기 수도원에 들어갔을까 하는 것이 연구거리이다. 부모의 기대도 무시하고 친구들과 교수들도 실망하게 만든 그의 결단에는 반드시 자기만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고민거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그 고민을 푸는 길로 택한 것이 수도원이었으니 분명 그는 자기의 구원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것이 분명하다. 구원의 확신이 없으면 수도원에 들어가면 된다는 중세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루터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루터 자신이 이 결단, 즉 회심의 이유를 암시한 것으로 추측되는 몇 가지가 있다. 루터가 다니던 교회당의 유리창문의 그림들이 그에게 영구적이고 깊은 인상을 준 듯하다. 그 그림은 죄책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포심과 불안을 주는 것이었다. 교회는 하나님의 최후심판을 설교하고 그러한 그림은 그 심판을 예상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 막데부르크 교회당의 강대상 조각은 넓고 거친 바다에서 파도와 폭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곳에 신부와 수도승들이 배 위에 안전하게 앉아서 밧줄을 물 속에 던져 사람들을 구출하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것은 그림이든 조각이든 구원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었고 신부들의 할 일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살아있는 그림과 조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때 한 귀족가문의 윌리암(William)이라는 사람이 재산과 고관직업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바랑을 메고 막데부르크시의 거리와 집집을 두루 다니면서 걸식 수도승의 생활을 하는 것을 어렸을 적에 루터가 본 적이 있었다. 또 에르푸르트시의 한 주교가 22개나 되는 성직 수입의 길을 가지고 평소에 화려한 마차를 타고 행렬을 지어 다녔는데 임종 때엔 대성통곡하고 죽어갔다는 소문도 들렸다. 지나친 고행으로 자기 몸을 괴롭혀서 나이는 적지만 아주 늙은 사람같이 되어버린 수도승과 대화한 적도 있었다.

루터는 수도원에서 어떻게 하면 자기의 죄책감을 해소시키고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거리를 가지고 수도원이 요구하는 모든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으로 기도와 명상과 고백과 독경과 금식과 철야로 자기를 괴롭혔다. 루터는 라틴어 성서를 수도원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매주 한 번은 고백사 수도승에게 가서 고백하였다. 그의 고백사는 스타우핏츠(Staupitz)라는 신부 수도승이었다. 수도승도 수도원에서 신학공부를 해서 신부가 되는 길이 있었다. 루터는 자기가 자기를 괴롭힐 정도로 고행하여도 하나님이 여전히 무서워 보이고 조금도 자기에게 자비로워 보이지 않아서 고민이 더하여져 화를 내면서 하나님이 자기에게 품은 진노와 화를 불평하였다. 옆에 있던 한 수도승은 루터의 과격한 태도를 보고 충고하기를 “하나님이 당신에게 화를 내시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 하나님에게 화를 내고 있다. 우리가 소망을 갖도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말씀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아느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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