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사를 통해 이돈명 변호사는 정의로운 사도로 기억되었다. |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이사 58,8) 시대의 느티나무 고 이돈명 (토마스 모어) 변호사를 이승에서 떠나보내는 장례미사가 지난 1월 15일 9시에 서울삼성병원 영결식장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김병상, 최기식, 안충석 신부 등 1970년대 이후로 이돈명 변호사와 더불어 활동했던 원로사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윤공희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의 주례로 진행되었다. 윤 주교는 미사에 앞서 영결식을 거행하고, 미사를 시작하면서 "이돈명 변호사는 억눌린 자들의 인권을 떠받들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인도되었다"고 말하면서, 이 변호사를 정의로운 평화의 사도로 소개했다.
추도사에서 함세웅 신부(서울대교구)는 이사야 예언서 58장을 인용하며, 가톨릭법조인의 귀감인 김홍섭 판사는 허무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했는데, 이돈명 변호사는 세상 한복판에서 예언자의 시각으로 세상의 변혁을 위해 일했다고 전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겟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 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 58,6-7)
함 신부는 이돈명 변호사가 권력의 시녀가 된 사법부에 대해 늘 성찰했으며, 마찬가지로 종교의 비리와 대사제의 허구성도 발견하게 해주었다며, 특별히 이 변호사의 '천성적 소박함'에 대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민주주의 원칙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변호하신 분이며, 유신독재에 맞서 사제들이 싸울 때에도 늘 그 분노를 진정시켜 주었다.
낙천적인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이 변호사는 주일미사를 빠지면서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곤 했는데, "법을 몰라도 우리들이 잘 살고 있듯이, 미사를 빠지고 교리를 잘 몰라도 잘 사시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고 안심하곤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사야 예언서 58장의 이야기는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성전을 짓던 시절에 나온 예언인데, "성전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는 것이라는 가르치고 있다"며, 이돈명 변호사는 "참된 종교는 억울한 사람의 벗이 되는 것"이라는 확신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이날 10시에 이어진 민주사회장에서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는 "이돈명 변호사는 평상시처럼 저녁을 잡수시고 나서 마치 이웃집 마실이라도 가듯이 조용히 이승을 떠나셨다"며, "그런 평화로운 임종은 그 어른을 보내는 우리의 슬픔에 얼마쯤 위안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다시 왜곡된 법치주의, 국가폭력, 그리고 거짓말과의 싸움이 절실해지고 말았으니, 이 변호사님의 수난과 외침이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온다"고 말했다. 김정남 씨는 이돈명 변호사가 백범 김구를 존경해서 '범하(凡下)'라는 자호를 쓰신 것처럼 언제나 낮은 백성으로 사셨고, 그 백성의 편에 섰다고 기억했다.
한편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이용훈 주교는 추도사를 보내 "고인께서는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변호사님, 일생을 잘 사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인권변호사로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오롯이 헌신해 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억울하고 힘 없는 이들의 변론을 맡아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다 가셨다며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2011년 1월 17일자 한상봉 기자 isu@nahnews.net
(기사제공: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