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김경재 목사] 삭개오의 기쁨

2006년 1월 1일 삭개오 작은교회 주일설교

<설교문>
 
삭개오의 기쁨 (본문: 루가복음 19:1-10)

1. 삭개오 이야기(룩19:1-10)는  ‘삭개오작은교회’ 설립정신을 터 놓은 기본성구이다.  여리고성에 삭개오라고 이름하는 세리가 있었다. 그의 키가 얼마나 작았던지, 유대동족이 싫어하는 ‘세리직’을 얻어 연명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달리는 살길이 없을 만치 천대받고 소외된 가난한 장애인 유대남자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하여, 로마식민통치하 세금징수원이 되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20여년이 지나자 직급도 오르고 ‘세리장’으로서 제법 부자가 되었다. 동족들도 뒤돌아서면 욕할지라도, 면전에서는 함부로 그를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마을유지가 되었다. 돈 많은자를 무시 못하고 아부마저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 세상인심이다.

2. 그러나, 삭개오는 맘이 편치못했다. 언제나 맘 한구석이 공허하고 허전했다. 사람들이 자기를 대하는 예우는 진정 존중해서가 아니라 돈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삭개오는 진정한 대화가 그리웠고 자기를 참으로 인간대접해주는 사람이 그리웠다. 어느날, 동네에 나사렛 예수라는 랍비가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분을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군중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예수는 제자들과  무리들에 이미 둘러싸여 만날 수도 없고 얼굴마저 볼 수 없었다. 삭개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예수선생이 지나갈 길목 큰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숨죽인채 다가오는 예수를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3. 예수 일행이 큰나무 아래까지 다가왔다. 랍비 예수가 입을 열어 삭개오를 부르면서 말씀했다: “삭개오씨, 어서 내려오시오. 내가 오늘 하루 당신 집에서 유하여야 하겠소”. 삭개오는 급히 내려와 예수와 그 일행을 집으로 모셨다. 삭개오 맘은 어린애같이 기뻤다. 갑자기 잔치가 벌어지고, 삭개오 집에는 오랜만에 웃음소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저녁만찬이 무르익을 무렵, 삭개오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 절반을 잘라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겠습니다. 그리고, 잘못거둔 세금은 4배로 배상하겠습니다”. 묵묵히 바라보시던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한마리가 하나님 품으로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했다: “오늘 구원이 이집에 임하였구나!”

4. 삭개오작은 교회는 세가지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가려고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의 실존이 현대판 삭개오라는 것을 절실하게 고백하는 자들이 모이는 교회이다. 영적으로 키작은 장애인이요, 물질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세계경제질서에서 얻은 돈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임을 고백하는 사람들 모임이다. 둘째, 항상 맘 속에  예수그리스도를 만나고자 사모하며, 맘과 가정 중심에 예수를 모시고,  생명말씀을 듣고 배우고자 하는 구도자적 자세로서 모이는 공동체이다.  셋째,  교회의 헌금 절반과 나의 경제적 정신적 재화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들과 기쁜맘으로 나누며 살기를 다짐하는 신도들의 공동체이다. 한마디로 ‘삭개오의 구원체험’이 오늘 나의 실존의 내면과 내 가정과 교회 안에서 거듭 체험되기를 바라는 작은 신앙공동체이다. 삭개오의 기쁨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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