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민수 칼럼] 후회 없는 일생(베드로전서 4:7-10)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정신을 차리고, 삼가 조심하여 기도하십시오. 무엇보다도 먼저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줍니다. 불평없이 서로 따뜻하게 대접하십시오. 각 사람은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관리인인으로서 서로 봉사하십시오(벧전 4:7-10)

공책에 필기를 하다가 잘못 쓰면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는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일생’이라하고 ‘이생’이라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폭염과 혹한의 추위와 가뭄과 물난리 등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해 첫날, 미국 아칸소 주의 찌르레기 수천마리의갑작스러운 죽음에 이어 곳곳에서 동물의 떼죽음이 보고되면서 ‘지구의 종말’을 운운하는 이들도 생겨났고,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런 집단 폐사를 종합하면서 ‘동물 묵시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러시아 일간지 ‘프라우다’는 ‘지구외문명탐사연구소’의 보고를 바탕으로 지름만 240km인 초대형 우주선이 2012년 12월 지구에 도착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엔 뉴스 자막에 교황이 ‘빅뱅’이 일어난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자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가 아닌 다른 것들은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조장하려는 이들에 의해 조장되는 것입니다.

AP 통신은 이런 사태에 대해 생태학자들의 보고를 인용하면서 이런 일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새떼나 물고기의 죽음 같은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북미지역에서만 지난 8개월 동안 야생동물의 대규모 죽음이 95건이 보고되었을 정도로 일상적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집단 폐사가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전 세계에 빠르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비일상적인 일에 호기심을 갖는 인간의 본능’이 작용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저도 ‘종말의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종말의 때’에 기독교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징조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죽음의 때가 바로 ‘종말의 때’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독교 신앙은 ‘종말신앙’입니다.

‘처음처럼’ 살자는 말은 많이 합니다만, ‘마지막처럼’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되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것,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진지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오늘을 대충 살아간다면, 아직 삶으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이 ‘마지막 때, 종말의 때’에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냥 문자적으로만 살펴보아도 선명한 말씀입니다.

첫째로, 정신을 차리고 삼가 조심하여 기도하라.
둘째로, 사랑하라. 그것도 대충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뜨겁게 사랑하라.
셋째로, 불평하지말고 서로 따뜻하게 대접하라.
넷째로, 하나님께로부터 여러 가지 은혜를 받은 대로 봉사하라.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고, 해설을 하겠습니까?

저는 올해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지천명’-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가 되었는데,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너무도 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흐릿해진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더 성숙해져서 이전의 확신이 가진 맹점을 알게 된 탓도 있고,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게 지내다가 정신 줄을 놓고 살아온 탓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니까 하나님께서 “정신 차리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줄’은 어떻습니까? 꼬인 실타래조차도 그 줄은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적으로 정신 줄을 놓고 살았다는 것은 나와 하나님 간에 연결되어 있어야할 줄이 끊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내 생각대로 살아가려고 했으며,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기며 살았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우리 삶이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연결된 줄을 똑바로 펴서 소용있게 하는 것,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이어주는 것, 그것이 기도인 것입니다.

마지막 때에 ‘뜨겁게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사랑을 하되 대충하지 말고, 뜨겁게 하라는 것입니다. 뜨거운 사랑을 해보셨는지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 어떻습니까? 간장이 녹아내릴 만큼, 간장이 탈만큼 뜨겁게 사랑하지 않습니까? 연애에 빠지면, 하루만 못 만나도 보고 싶어서 안달을 합니다. 만나고 돌아서는 그 순간 또 보고 싶어집니다. 정말 뜨겁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냥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뜨겁게 사랑하는 것은 ‘원수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수님은 뜨겁게 사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신 분이십니다. 저도 요즘 뜨겁게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전에 미워하던 이들과 원수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보듬고 가려고 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뜨겁게 사랑하라고 하시니 어쩌겠습니까? 마지막 때, 종말의 때라 이렇게 저렇게 미워하던 이들 성질 고치고, 원수도 갚은 다음에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그냥 하나님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때에 불평하지 말고 서로 대접하라고 합니다.

‘불평과 대접’이 왜 같이 붙어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간단합니다. 대접을 할지언정 불평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대접이 독이 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대접은 위선적인 것이기에 결국 자신의 삶도 흐려집니다. 불평의 반대말은 무엇입니까? ‘평(平)’입니다. ‘평평할 평’, 혹은 ‘나눌 편’입니다. 불평은 왜 나옵니까? 상대방보다 내가 뭔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나도 열심히 했지만, 상대방은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저런 대접을 받는다고 인정하는 것, 나를 상대방보다 우위에 놓지 말고, 같은 위치에 평평하게 놓고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평’이라는 단어가 ‘나누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자로도 그렇지만, 성경에도 불평하지 말고 서로 대접하라고 하십니다. 서로서로 불평하지 말고, 대접하는 삶을 살아가십시오. 종말의 때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봉사하라고 하십니다.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눌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봉사할 수 없지요.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은혜를 우리에게 베풀어주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분은 행복한 분입니다. 제 아무리 많은 것을 받았어도 봉사할 줄 모르고, 자신만을 위해서 쓰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되어질 때 ‘오병이어’의 기적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 기적을 만들어 가시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말세의 때, 종말의 때’가 되면 사이비들도 득세를 합니다.

그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세상의 종말이 오니 ‘개인구원’에 목숨을 걸어라. 가족도 뭐도 필요 없다. 당신이 책임져야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자신의 구원도 확실하지 않은데 무슨 자녀들이나 부모나 남편이나 아내의 구원이 대수냐? 곧 세상의 종말이 오니 물질은 필요 없다. 그 재물은 다 바쳐라. 대략, 이런 유치한 내용들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런 사이비 말세론, 종말론자에게 넘어갑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가 건강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고민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많이 변해야 합니다.

말세의 때, 종말의 때 그리스도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삼가 조심하여 기도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서로 따뜻하게 대접하고, 봉사’합니다. 그러니 여기에 무슨 공포 불안 같은 것들이 깃들 수 있겠습니까? 누구나, 종말의 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후회 없는 일생을 살아갑니다. 인생, 그것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생이 아니고 일생입니다. 후회 없는 일생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글: 김민수 목사(기장 총회교육원)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