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강우일 주교 “구제역 근본원인, 인간의 ‘탐욕’에 있어”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에서 밝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구제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글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을 20일 주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의 ‘탐욕’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강 주교는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소의 살처분은 10만 마리가 넘고 돼지는 수도 없이 살처분 되었다”며 “이는 우리나라 축산의 역사상 처음 있는 대재앙”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농민들은 몇 년씩 정성들여 키운 가축을 어미 소와 함께 송아지까지 한꺼번에 파묻어야 하는 고통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거의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가축을 한꺼번에 땅 속에 산채로 묻어야 하는 공무원들도 살처분 당하는 소나 돼지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고 환청에 시달리거나 불면, 식욕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묻고 “대량 도살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도리에 한참 어긋나는 일임을 이 사태를 체험한 모든 사람이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에 직접 관련된 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보면서 이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대량도살의 원인이 된 대량생산 시스템도 비판했다. 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세에까지 가축은 ‘각 가정에서 키워서’ 그 집안에서 아니면 기껏해야 인근 마을에서 먹을 수 있는 분량 정도만 사육”했는데, “산업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대규모 축산 농장을 차리고 냉동시설을 갖추면서 가축이 더 이상 가축이 아니라 ‘공장 생산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가축들이 움직일 공간도 거의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 사육되고, 식성에 맞지 않는 사료를 공급받고, 질병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항생제를 처방 받는 등의 반생명적인 사육 환경을 비판했다.

그는 “한마디로 우리 모두의 지나친 ‘육류 식욕’과…축산업계의 ‘상업적 욕심’이 이런 비극을 초래했다”며 “먹는 데에도 인간답게, 그리스도인답게 먹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구제역의 근본 원인이 탐욕에 있다고 본 그는, 이것이 잘못된 성경적 근거를 창세기에서 찾았다. 창세기의 구절 중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인간 창조 후 하나님의 명령으로 기록된 구절. 1장 28절)에서 “’다스리라’는 것은 피조물을 인간의 멋대로 아무렇게 다루거나 착취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며 “그 고유의 존재 가치와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보살피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구제역 사태를 둘러싸고 기독교계에는 이러한 반성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얼마 전 ‘구제역 토론회’를 개최, 동물 사육과 살육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검토했으며, 감리교 환경선교위원회는 성명 <구제역을 인간 탐욕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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