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사회선교정책협의회 참석자들 ⓒ김태양 기자 |
정권 비판만으로는 안 돼...정책연합을 이뤄가는 통합이어야
2011년 기장 사회선교정책협의회의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정치였다. 그것도 2012년 대선/총선을 위해 기장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왜 기장은 사회선교라는 이름 하에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정치를 말해야만 했을까?
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27일 기장 총회 회관에 모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주제강연을 맡은 발제자들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분단체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바 있는 백낙청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주제강연에서 분단체제 극복의 희망이었던 6.15남북공동성명이 차기 정권에서 부정되며 남북 간 대립이 극화되어 왔음을 지적했다.
백 박사는 연평도 사태를 일으킨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천안함 사태의 진상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번째 강연에서 박동천 박사(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권이 법을 빌미로 내 건 폭정을 일삼는다고 잘라 말하며 과연 법치란 무엇인지 물음을 던졌다.
박 박사와 아울러 마지막 강연을 담당한 손석춘 박사(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는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각각 진보개혁진영의 연대, 그리고 진보 대통합을 주장했다.
남북 간 극한 대립과 민주화 퇴보의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보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제기됐다. 손 박사의 분석에 따르자면, 모호한 대안과 선명한 분열이 그것.
이에 대해 박동천 박사는 연대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으나 연대해도 소용이 없다는 식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도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세 명의 발제자는 시민사회 특히 종교계의 동참을 요청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한' 도전에 왜 기장이 동참하느냐는 것이다. 사회선교에 헌신해 온 기장이 동질적인 절박함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국정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정당 정치와 선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으로만 이 절박함을 풀 수 있는 것일까?
이 같은 물음은 저녁 특강에서 진보진영을 하나의 정당으로 묶어낼 것을 주장하며 기장의 동참을 요구한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의 발언을 통해 마침표로 바뀌었다.
과연 기장은 현재 이명박 정권에 대해 느끼고 있는 대안 없음을 풀어나갈 해법의 선택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는 것일까?
물론 발제자들은 기장의 '종교인'들을 향해 "예컨대 정치권과 필요한 협력을 하되 종교인 또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견지하는 방도, 개인적인 수련 또는 영성에 바탕한 사회운동의 전개" 또는 "현재 천안함에 대해 뭐라고 하면 좌빨로 몰아가나 그래도 좌빨로 몰기 쉽지 않은 분들이 목사님 신부님들이다. 그러니 그 분들이 나서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회복시키는데 앞장 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기장 목회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이냐 후보냐 보다도 어떤 정책이냐 이며 그것이 더 중요할 듯하다. 어떤 후보가 받아들이더라도 분명하게 민중의 권익을 신장시킬 수 있는 그런 정책과 대안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도록 푸시하며 정책연합을 이뤄가는 통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박함 안에 '고심'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발언 역시 분명히 이날 모임 가운데 있었다.
문제는 수단이다. 그것이 정치이며, 더욱이 선거라는 데 있다.
이 절박함에서 기인하는 몸부림이 정치가 아닌 어떤 '사회선교'로 귀결되는지를 한국교회가 보고 있다는 점을 기장은 의식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자존심"이라는 자평이 그것.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에큐메니컬, 또는 진보로 일컬어지는 기장 등의 진보 교단과 기독교인들을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북한과 관련해 ‘종북’ 심지어 '이단'이라고까지 단언하곤 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의 연합체 한기총은 사상 초유의 신임 대표회장 인준 거부 사태를 겪으며 분열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길자연 목사는 이미 2차례나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했으나 이번 출마로 세 번째 대표회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문제가 되어왔다.
이미 지난 20일 22회 정기총회 당시 국회, 아니 돌려 말해 '여의도'를 연상케 하는 난투극을 벌여 이광선 대표회장이 정회를 선언한 바 있다.
27일 속회를 위해 이 목사가 한기총을 방문했으나 길자연 목사 측은 출입문을 봉쇄하고 용역까지 동원해 출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면 저 유명한 교계의 감리교 사태의 재현 정도가 아니라 그 보다도 한 술 더 뜬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한국 교계의 진보와 보수, 누가 더 낫다, 혹은 최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과연 누가 더 절박한 것일까? 아니, 누가 더 정치적인 것일까? 무엇을 위한 정치인 것일까?
이 ‘정치’가 교계 언론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흥미롭다. K, C언론 등 내로라하는 이른바 주류 교계 언론들은 사상 초유의 정회로 막을 내린 한기총의 난투극 총회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길자연 목사가 인준을 받았다는 보도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한국교계에는 ‘정치’가 횡행하는 듯하다. 세상조차도 눈살을 찌푸리는 무수히 다양한 정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