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쪽에선 정기총회 속회를, 한쪽에선 조계종 방문을

둘로 나뉜 한기총 대립 계속될 듯

▲한기총 제22회기 정기총회를 속회한 이광선 목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한기총 사무실 및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중강당 출입에 제약을 받은 한기총 이광선 목사측이 27일 오후 같은 건물 13층 1308호 민족복음화운동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우여곡절 끝에 한기총 제22회기 정기총회를 속회했다.

100여명의 총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는 이광선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선 무엇보다 지난 20일 이 목사의 정회 선언 이후 있었던 임시의장 선출 및 대표회장 인준과 관련해 총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졌다.

참석한 총대들은 임시의장 선출 및 대표회장 인준 등의 모든 상황이 불법·무효임을 결의했고, 길자연 목사에 대한 대표회장 인준을 거부했다. 또 새 대표회장을 선출하기 전까지 이광선 목사 등 제21회기 임원들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것을 결의하고, 새롭게 선관위를 구성해 대표회장을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광선 목사는 "길 목사측과 원만하게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몇 차례 논의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면서 "협력을 원하면 연합을 위해 양보하겠으나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시각 ‘인준 논란’속에서도 길자연 목사는 제22회기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한 때 ‘처치스테이’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길 목사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만남을 갖고, ‘처치스테이’에 관해 해명을 하는 시간을 가진 것.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한 한기총 길자연 목사측.

길 목사는 자승 총무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신앙과 정신을 대중에게 포교하고 알리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처치스테이에 대해 말하다보니 이름이 비슷해서 이것이 마치 템플스테이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여 유감"이라며 "처치스테이는 기독교 신앙과 정신을 알기 쉽게 전파하는 것이므로 오해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자승 총무원장은 "다른 종교가 그 어떤 신앙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옳고 그르다고 하거나 비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기독교가 불교보다 한국에 늦게 들어왔지만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불우이웃들도 많이 도왔다.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려하지 마시고 국민들을 위한 일을 해달라"고 답했다.

종교 간 화합에 관한 의견도 오갔다. 길 목사는 "자승 총무원장님이 많이 가르쳐달라. 부족한 게 많다. 앞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기독교와 불교가 협력하자"고 말했으며 자승 총무원장은 "바닷물을 떠놓고 이것이 어느 강에서 흘러나온 물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함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날 길 목사의 자승 총무원장 예방에는 기독교측에서 백도웅 목사가 불교측에서 혜경, 경우(사서실장) 스님이 배석했다.

한편,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인준 건을 둘러싸고, 서로 불법을 운운하며 분열로 치닫고 있는 이번 한기총 사태와 관련해 교계 안팎에서는 자칫 감리교 사태처럼 장기화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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