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25일 성탄절을 맞아 교회와 성당은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예배로 분주했다. 미사와 예배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죄많은 세상에 개입해 들어오신 예수님과 그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성탄절 정오 서울 명동 성당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평소 때 보다 많은 신도들이 성탄 미사에 참석하고자 모였다.
미사를 집전한 정진석 추기경은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가난하고, 불쌍하고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 안에서 예수를 발견하는 데 있다”며 “돈 그리고 황금 만능주의는 세상을 갈등과 투쟁의 장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또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며 상생의 정신 그리고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시각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도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 하고자 모여든 신도들로 예배당이 꽉차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경동교회 성탄예배 후, 박종화 목사가 성도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이날 경동교회는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해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박종화 목사의 집례로 10여명의 아기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아기세례식이 치뤄진 것.
집례를 마친 박종화 목사는 설교에서 “성탄 축하 예배는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축하보다 아기 예수에 담겨진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깨닫는 예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종화 목사는 또 “오늘 세례를 받은 아기들. 아기 세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오늘 아기들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무게로 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들에게 아기가 더 큰 사랑의 체중이 나가도록 정성과 사랑으로 돌볼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박종화 목사는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것이 사랑인 것 처럼 하나님 역시 아기 예수를 보내는 마음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며 그런 특별한 사랑 때문인지 아기 예수는 성인을 넘어서 인류의 구원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동교회는 앞서 24일엔 어려운 이웃과 다리공동체에 쌀과 헌금을 전달했으며, 또 이날 성탄예배 헌금 전액 역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김진한 기자 |
한편, 교회도 성당도 아닌 거리에서 열린 성탄예배도 있었다. 경기 한파로 더욱 소외되어 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오후 3시 서울 태평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회관 앞에서 열린 것이다.
쌀쌀한 날씨 속에 차가운 바닥에서 드리는 예배였지만, 옹기 종기 모여앉은 참석자들은 성탄절을 맞아 서로를 위로해 주며 용기를 복돋아 주었기에 춥지만 춥지 않았다. 현장이야기를 전한 유흥희씨(기륭분회 조합원)는 “말구유에서 나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지금 예수님이 다시 태어나신다면 당시 처럼 소외된 이웃들 가운데 나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유흥희씨는 이어 “여기서 경제 정의를 위해 투쟁하시는 분들 한명 한명이 모두 예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